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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박형준 후보에게 '4대강 사찰 요청사항'을 물었습니다

홍진아 입력 2021. 03. 13. 07:00 수정 2021. 03. 13.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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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는 지난 10일과 11일 [9시 뉴스]에서 '국정원 4대강 불법 사찰' 원문 자료를 단독 보도하고, 사찰 대상이 되었던 당사자들이 실제 어떤 피해를 당했는지 자세히 보도했습니다.

※ 참고 기사 :
① 3월 10일 [9시 뉴스] 4대강 사찰 원문 입수…박형준 연루 확인
(https://www.youtube.com/watch?v=6QxDTwGAwcw)
② 3월 11일 [9시 뉴스] 국정원 4대강 문건 당시 전방위 ‘사찰·공작’ 있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m439onBtul4)
③ 3월 11일 [9시 뉴스] 출입국 기록 뒤지고 비판 광고 삭제까지 한 국정원
(https://www.youtube.com/watch?v=DXWQEP_xUrQ)

이번에 KBS가 입수한 4대강 불법 사찰 원문은 모두 107쪽입니다.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가 연루된 문건 2건이 포함돼 있습니다. 두 문건은 18쪽 분량입니다. 제목은 [4대강 사업 찬반단체 현황 및 관리방안], [4대강 사업 주요 반대인물 및 관리방안]입니다.

문건에는 당시 박형준 후보의 직책이었던 '청와대 홍보기획관요청사항'이라는 표시가 있습니다. 또 홍보기획관에게 배포됐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박 후보에게 해명을 요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국정원 4대강 사찰 원문에 ‘7.8 청와대 홍보기획관 요청사항’이라고 적혀 있다. 문서 작성 시점은 2009년 7월 16일이다.


취재진이 107쪽짜리 원문을 입수하게 것은 첫 보도 하루 전인 지난 9일이었습니다.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 사찰 피해를 본 환경단체들이 지난달 국정원을 상대로 정보공개 청구를 했고, 한 달여 만에 원문을 받은 겁니다.

취재진은 박형준 후보에게 문건을 직접 보여주고, 해명을 들어보기로 했습니다.박 후보는 다음날인 10일 오전 10시 부산시의회에서 정책 발표 기자회견이 예정돼 있었습니다.
취재진은 부산으로 향했습니다. 기자회견 장소에 도착해 박 후보를 기다리던 중에 미리 도착해 있던 박 후보의 대변인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먼저 입수된 문건에 대해 설명하고, 기자회견이 끝난 뒤 공식 질의나 별도의 인터뷰를 할 수 있는지 문의했습니다.

박 후보 측에서는 "문건을 주면 검토해보겠다"고 말했고, 취재진은 "환경단체들의 허락을 구하고 받은 자료라 제공은 어렵고, 대신 문건을 충분히 읽어 보실 시간을 드리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번에 공개된 불법 사찰 원문의 주인은 피해 환경단체들입니다. 정보공개 청구의 주체이기도 합니다. KBS가 이들에게서 107쪽 원문을 제공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을 허락없이 임의대로 타인에게 제공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박형준 후보가 도착할 때까지 공식 질의나 인터뷰에 대한 확답을 받지 못했습니다. 박 후보는 취재진이 다가가자 질문을 듣기도 전에 무슨 사안인지 안다는 듯 "나중에 할게요"라며 기자회견장으로 들어갔습니다.


박 후보는 정책 발표를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습니다. 취재진도 정식으로 질의하기 위해 5차례 손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박 후보는 KBS 취재진을 제외한 나머지 기자들의 질문만 받고 기자회견을 마쳤습니다.

정식 질의와 인터뷰가 사실상 거절 당한 상황에서 취재진은 기자회견장을 떠나려는 박 후보에게 다가가 해명을 요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기자회견장 안에서 박 후보에게 '홍보기획관 요청사항'이라고 적힌 4대강 사찰 문건을 보여줬고, 입장을 물었습니다.

하지만 박 후보는 "자료를 주면 검토해보겠다"는 말만 반복했습니다. 취재진이 계속 질의하자 박 후보는 "지금 저하고 여기서 다투자는 거예요?"라고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습니다.

충분한 해명을 듣지 못한 취재진은 박 후보를 따라가려 했지만, 보좌진들에게 제지당했습니다. 가던 길이 막힌 다른 언론사 기자가 박 후보의 보좌진에게 "길 막지 마세요"라고 말하는 등 잠시 약간의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취재진은 이동 과정에서 박 후보에게 결국 문건을 보여줄 수 있었고, 박 후보는 계속 문건을 달라고 말하다가 "갑자기 들이대고 답변을 하라는 게 뭐냐", "KBS가 이렇기 때문에 어용이라는 소리를 듣는 거예요"라는 발언까지 했습니다.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었습니다. 환경단체의 정보공개 청구 결과로 불법 사찰 원문이 나왔고, 거기에 본인이 명확히 특정됐습니다. 선출직 공무원 후보에게 이를 묻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한 일입니다. 이 원문을 건네줄 수 없는 사정을 취재진은 충분히 설명했고, 게다가 박 후보가 해당 문건을 읽어보는 데는 5분 정도면 충분합니다. 박 후보는 지난해 KBS [정치합시다]와 [총선 개표방송]에 고정 패널로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취재진이 서울로 돌아가려던 찰나, 박 후보 측에서 정식 인터뷰에 응하겠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선거 캠프 사무실에서 만난 박형준 후보는 감정이 격해져서 했던 행동에 대해서는 사과했습니다.


박 후보의 해명은 이렇습니다. 청와대 홍보기획관실 다른 직원이 요청한 건진 몰라도 박 후보는 해당 문건을 본 적도, 요청한 적도 없다는 겁니다.

하지만 원문에 ▲'홍보기획관실'이 아닌 '홍보기획관'이라고 적혀 있다는 점, ▲배포 역시 홍보기획관에게 했다고 적혀 있다는 점, ▲청와대와 정보기관이 민감한 불법 사찰 관련 내용을 다루는데 실무진에서만 처리하고 상급자인 홍보기획관에게는 보고하지 않았다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이해하기 힘들다는 점 등 여러 의구가 드는 것은 사실입니다.
취재진이 '어용' 소리를 들으면서까지 끝까지 박형준 후보에게 해명을 들으려 했던 것은 박 후보가 연루된 4대강 사찰 문건으로 누군가는 피해를 당했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이들 피해자의 육성을 뉴스에 담아 보도했습니다.

지금도 의혹이 깨끗하게 해소되지 않은 만큼 선출직 공직자가 되겠다고 나선 박 후보가 당시 상황을 좀 더 명확하게 구체적으로 국민들에게 설명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선거를 앞두고 이번 보도가 나오고 있는 데 대해 KBS는 시민들의 오해가 없도록 뉴스에서 자세한 설명을 해왔습니다. ▲지난해 11월 대법원 확정 판결이 있었고 이 결정에 따라 국정원의 정보공개가 속속 이뤄지고 있다는 점, ▲이것이 공교롭게도 보궐선거와 시기적으로 맞물린 측면이 있다는 점, ▲이번에 공개된 107쪽짜리 4대강 사찰 원문은 2018년 KBS가 이미 보도했던 1장짜리 '4대강 사찰 요약문건'을 토대로 하고 있다는 점 등입니다.
KBS는 환경단체들의 동의를 받아 박 후보가 연루된 2건의 문건을 인터넷에 공개했습니다. (※ '4대강 사찰' 박형준 후보 연루 국정원 문건 공개 http://news.kbs.co.kr/news/view.do?ncd=5136590)

홍진아 기자 (gina@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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