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의 애플'도 무서운 게 있다..'아이폰 13' 건너뛰는 이유

조미덥 기자 2021. 3. 14. 21:2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업계 '숫자 마케팅'

[경향신문]

“13은 불길” 기피하는 서양문화
미 매체 “아이폰 12S 다음엔 14”
문화권 특성 따라 맞추거나 피해
샤오미, 중국인 좋아하는 8로 직행
삼성은 명확한 정보 담기 선호

애플이 아이폰13을 건너뛰고 아이폰14를 내놓을 것이란 전망이 최근 미국 전문매체에서 나오고 있다. 13이 서양에서 불길하게 여겨지는 숫자이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업계에서는 13이란 숫자 때문에 판매 부진이 예상된다면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는 의견이 많다.

그간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숫자 건너뛰기’를 교묘하게 마케팅 전략으로 활용해 왔다. 보통 숫자는 신제품의 버전을 나타낸다. 제조사들이 숫자 마케팅을 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질적인 도약을 보여주거나 선발 업체를 따라잡았다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혹은 소비자가 선호하는 숫자에 맞추거나 싫어하는 숫자를 피하기 위한 경우도 있다.

14일 미국 정보기술(IT) 매체 씨넷과 IT 전문 블로거들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해 출시한 아이폰12의 후속으로 올 하반기 아이폰12S를 내놓고, 내년엔 아이폰13을 건너뛴 채 아이폰14를 내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애플이 판매 1위를 기록 중인 북미와 유럽에 숫자 13을 꺼려하는 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엔 호텔이나 건물에 13층이 없는 경우도 많다.

애플은 지금까지 기능의 특별한 개선이 없다면 기존 숫자에 ‘S’만 붙이고, 대대적인 개선이 있을 때 숫자를 하나 건너뛰곤 했다. 그런데 2017년은 좀 달랐다. 아이폰7의 후속으로 아이폰8과 아이폰X(로마자로 10을 의미)를 함께 출시했다. 당시 업계에선 애플이 스마트폰 시대를 이끈 아이폰의 출시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아이폰 뒤에 붙는 숫자를 10에 맞췄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삼성전자는 주로 숫자가 명확한 정보를 담도록 숫자 건너뛰기를 활용했다. 갤럭시 노트가 갤럭시 S보다 숫자가 하나 낮아 혼동을 일으키는 것을 피하기 위해 2016년 노트6을 건너뛰고, S7과 노트7을 출시했다. 지난해는 S10과 노트10의 후속작으로는 S11, 노트11이 아닌 S20, 노트20을 내놨다. 갤럭시 S와 노트 시리즈가 10까지의 한 시대를 마감하고, 5세대(5G)로 새로운 10년을 열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올해 후속으로 갤럭시 S21이 나오면서 자연스럽게 뒤에 붙는 숫자가 출시 연도와 같아지는 효과도 있었다.

숫자 건너뛰기를 마케팅에 가장 잘 활용한 건 중국 업체들이 꼽힌다. 샤오미는 2018년 샤오미 창립 8주년을 맞아 주력 스마트폰인 미6의 후속으로 7을 건너뛰고 미8을 출시했다. 출시 연도와 회사의 연혁을 감안하면서 중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숫자 8이 들어가도록 한 것이다. 미8은 아이폰X를 빼닮은 디자인으로 논란이 있었지만 샤오미를 세계 시장에서 대표적인 가성비 모델로 각인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화웨이는 2014년 메이트2의 후속으로 숫자를 크게 건너뛴 메이트7을 내놨다. 화웨이에는 메이트 외에도 시리즈가 1, 2, 3까지 순서대로 나오다가 4, 5를 건너뛰는 스마트폰이 많았다. 이를 두고 화웨이의 공식 답변은 없었지만, 업계에서는 후발 주자로서 이미 제품 버전이 6, 7에 이른 아이폰, 갤럭시를 따라잡는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많았다. 중국인들이 ‘죽을 사(死)’와 발음이 비슷한 숫자 4를 싫어하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었다. 화웨이는 메이트10을 내놓은 후에도 차기작을 11이 아니라 20, 30, 40 순서로 내놨다. 이때에도 업계에선 성능이 대폭 개선됐다는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왔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