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반도체 기업도 반한 기술력.."20년 기술독립 한 우물 '아이에스시'"

조현기 기자 2021. 3. 15.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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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히든챔피언]①아이에스시, 반도체 테스트 소켓 국산화 성공
K-반도체 버팀목, 공격하던 日기업 인수

[편집자주]2019년 일본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핵심소재 수출을 제한하자 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당장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간판 기업들의 공장이 문을 닫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서다. 사실상 힘으로 우리나라를 굴복시키겠다는 '경제침략'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은 오히려 일본만 체면을 구긴 셈이 됐다. 일본의 무력 시위를 무력화 시킨 원동력 가운데 하나가 바로 국산화에 매진한 '강소기업'이다. 일본 보복 조치 이후 소재·부품·장비 국산화는 더 탄력을 받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기술보증기금, 이노비즈협회와 함께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로 나아가고 있는 '히든챔피언'을 만나봤다.

아이에스시 반도체 테스트 소켓 생산 공장 © 뉴스1

(성남=뉴스1) 조현기 기자 = 전세계가 반도체 품귀로 몸살을 앓고 있다. 애플과 같은 세계적인 IT업체는 물론 테슬라 등 자동차업체들도 반도체를 구하지 못해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은 물론 유럽까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보유한 한국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특히 지난 2019년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는 K-반도체 경쟁력을 오히려 확인시켜준 계기가 되기도 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독보적인 기술력이 일등공신이지만 소재와 부품을 차질없이 공급해 준 중견·중소기업들의 공로 역시 무시하기 힘들다.

K-반도체 생태계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곳이 바로 아이에스시(ISC)다. 지난 20년간 반도체 테스트 소켓 한우물을 판 결과 국산화율을 90%까지 달성했다. 뛰어난 기술력을 인정받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물론 퀄컴과 인텔, 애플, 엔비디아까지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정영배 아이에스시 회장 © 뉴스1

◇ 아이에스시, 20년 '반도체 테스트 소켓' 한 우물…"일본을 넘어 세계로"

"20년만에 국산화 0%에서 90%까지 이뤄냈습니다. 이제 100%에 도전합니다"

지난 12일 경기 성남 아이에스시(ISC) 본사에서 만난 정영배 회장의 말이다.

아이에스시는 반도체 테스트 소켓을 생산하는 회사다. 모든 반도체는 출시 전 반드시 테스트를 거쳐야 한다. 테스트 공정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부품은 '테스트 소켓'이다. 쉽게 말해 테스트 소켓을 거치면 반도체가 제대로 만들어졌는지 알 수 있는 셈이다.

테스트 소켓은 반도체칩의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되는지 검사하는 소모성부품이다. 따라서 테스트소켓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 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폰, 노트북, 자동차에 사용되는 반도체칩의 정상적인 생산이 불가능하다. 제품 하나로 4만번 정도 테스트를 할 수 있다.

정 회장은 20년 전을 일본이 테스트 소켓을 독점했던 시절을 회상하면서 그동안 테스트 소켓 국산화 과정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20년 전쯤 2000년대 초, 일본 JSR의 자회사 JMT에서는 반도체 테스트 소켓을 생산했다. 국내에는 전혀 테스트 소켓을 생산하는 회사가 없었다. 사실상 일본에 의존하는 구도였던 셈이다. JSR은 얼마 전 일본의 경제 보복 당시 논란이 됐던 불화수소를 생산하는 기업으로 알려져있다.

이같은 독점 상황에 위기감을 느낀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지난 2001년쯤 아이에스시에 테스트 소켓을 생산해보겠냐는 제안을 했다. 이후 2년 동안 개발에 몰두한 아이에스시는 지난 2004년 테스트 소켓을 상용화하는데 성공했다.

특히 아이에스시는 실리콘러버 방식으로 반도체 테스트 소켓 상용화에 성공했다. 기존 소켓은 핀 방식으로 반도체에 손상을 줄 가능성이 높다. 아이에스시 방식이 기술적으로 더 우위에 있는 셈이다.

하지만 문제는 원천기술이었다. 테스트 소켓 기술 자체가 일본에 있었다. 이로인해 일본 JMT에서는 아이에스시에 계속 방해를 했다. 특히 테스트 소켓 시장 자체가 커지면서 일본측의 훼방은 더욱 심해졌다. 1.5톤 트럭 한 개에 달하는 서류를 보내오며 법적 소송을 걸 정도였다.

결국 산업통상자원부가 힘을 보탰다. 아이에스시는 산자부의 도움을 받아서 빠르게 관련 기술을 국산화하는데 성공했다. 그 결과 일본 기업은 결국 항복했다. 기술력에서 뒤진 JMT는 지난 2014년 아예 회사 자체를 아이에스시에 넘겼다.

이후에도 아이에스시는 반도체 소켓을 계속 국산화하는데 박차를 가했다. 그 결과 일본 수출 보복 직전인 2019년에는 국산화를 80%가량 진척시켰다.

일본 수출 보복이 본격화된 2019년 하반기부터는 사실상 생산 자체를 100% 국산화할 수 있도록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일본 제품들이 강점인 정밀 부품에도 도전해 국산화율을 90%까지 높였다. 아이에스시는 빠른 시일 내로 국산화율 100%에 도전할 예정이다.

아이에스시는 이같은 노력과 기술력을 인정받아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강소기업 100'에 선정됐다. 강소기업100은 소재·부품·장비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에게 부여된다.

아울러 아이에스시는 기술력을 인정받아 이노비즈 인증까지 받았다. 이노비즈 인증은 기술 경쟁력, 미래 성장성, 고용창출 능력 등을 갖춘 기업혁신형 중소기업에게 주어지는 국가 인증제도다. 해당 인증을 받은 기업은 서비스의 공신력 제고뿐만 아니라 이노비즈협회로부터 지속 가능한 기술 개발과 안정적인 성과창출을 목적으로 투자, 자금지원, 홍보 등 다방면으로 지원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자료제공=아이에스시) © 뉴스1

◇ '아이에스시 20주년'…"정부가 기술력 보증, 2027년 1조원 이상 가치 기업으로"

정영배 회장은 이날 20주년을 맞이하는 아이에스시의 계획과 목표·비전 등에 대해서도 상세히 밝혔다.

정 회장은 "지난해 매출 122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 증가, 영업이익은 21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9%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영업이익률 17.3%는 중소기업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기록이다.

이어 "지난해 실적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달성한 실적이라 더욱 의미가 깊다"며 "올해는 시스템 반도체용 테스트 소켓이 전체 매출의 60%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또 "테스트보드, 번인소켓을 비롯한 테스트 솔루션 매출 역시 증가하고 있어 전년 대비 1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중·장기적인 회사 비전도 제시했다. 그는 앞으로 5년 동안 열심히 준비를 해 오는 2027년까지 아이에스시를 1조원 이상 가치를 지닌 '글로벌 강소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현재 글로벌 반도체 시장 성장세를 감안하면 정 회장의 꿈은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아이에스시 주력 생산품인 테스트 소켓은 시장규모가 꾸준히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테스트 소켓 시장 규모는 약 1조원 수준으로 오는 2025년 1조3000억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실제 한국무역통계진흥원은 '반도체 및 반도체장비산업의 기업규모별 수출 동향과 전망' 보고서를 통해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5G 등이 성장하면서 반도체 연평균 성장률은 오는 2025년까지 약 30%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반도체 출하량과 직접적으로 연계되는 테스트 소켓 부문의 성장률도 급상승 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이에스시는 지난 2001년 설립됐으며, 지난 2017년 10월 코스닥에 상장했다. 생산 물품으로는 테스트 소켓을 비롯해 Δ번인소켓(Burn In Socket) Δ인터포져(Interposer) Δ메뉴얼 하우징(Manual Housing) Δ프로브 카드(Probe Card) Δ커넥터(Connector) Δ보드 세이버(Board Saver) ΔC.O.K ΔT.I.U 등을 생산하고 있다.

choh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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