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운동단체 "민주당, 가덕도 신공항 밀어붙인 기후파괴정당"

최우리 2021. 3. 15.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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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권 신공항 논란]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출입문 앞 시위 후 활동가 6명 연행
한정애 환경부 장관, 이낙연 민주당 대표 등 향해 "위선적"
멸종저항서울 회원들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입구에서 가덕도신공항 추진하는 민주당을 규탄하며 기습시위를 벌이다 경찰에게 연행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기후운동단체 활동가들이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국회 통과를 주도한 더불어민주당에 항의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에 있는 민주당사 1층 출입문을 막고 지붕을 점거하다 경찰에 연행됐다. 이들은 “민주당이 국회에서 기후위기 비상선언을 주도하고 그린뉴딜과 탄소중립을 천명하고도 특별법 통과를 강행한 것은 대단히 위선적”이라며 가덕도 신공항 계획을 철회하고 특별법을 폐지할 것을 요구했다.

현 상황을 기후위기로 규정하고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7월 출범한 ‘멸종저항서울’ 회원 6명은 15일 오전 “가덕도 신공항법 밀어부친 민주당과 소속 정치인들을 규탄한다”며 이같은 시위를 했다.

회원 6명 중 4명은 당사 1층 출입구를 쇠사슬로 봉쇄했고, 2명은 당사 지붕 위에 올라 “기후파괴당 더불어 민주당, 가덕도 신공항 철회하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펼쳤다. 이들 6명은 낮 1시께 모두 경찰에 연행됐다. 한 참가자는 <한겨레>에 “출입문을 막은 4명 중 남성 2명은 3분 만에 경찰에 의해 끌려나갔다. 여성 활동가 2명은 여성 경찰이 도착하기까지 약 30분 동안 시위를 하다 강제로 연행됐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공항 건설에 앞서 경제적 효과와 환경 파괴를 비교하는 객관적 지표인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는 등 각종 특혜를 담은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지난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찬성 181표, 반대 33표, 기권 15표였다. 이들은 “따지고 묻기에도 민망한, 너무도 하자가 많은 법률이 국회를 통과했다”며 “삶의 터전을 빼앗지 말라는 가덕도 대항동 주민들의 호소는 묵살하며 토건 자본만 배불리는 ‘지역균형발전’의 기만성이 드러나고 있다”며 이날 직접 행동에 나선 이유를 밝혔다.

이들은 특히 민주당사에 온 이유에 대해 “지난해 9월 국회가 기후위기 비상선언을 채택하고 정부는 탄소중립과 그린뉴딜을 천명하면서 탄소문명과 단절하는 거대한 도전에 나서겠다며 한껏 폼을 잡았다. 그러나 성장주의와 개발 중독이라는 마약에 빠져 단기적 이해관계 계산에서 벗어나지 못한 민주당과 정부는 선거를 앞두고 모든 약속을 뒤집을 수 있다는 점을 재확인해주었다”며 다음달 7일 부산시장 선거를 앞두고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발의하고 통과시킨 여당 지도부와 의원들을 겨냥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국회 기후변화포럼의 대표를 맡고 지난해 9월 기후위기 비상대응 촉구 결의안을 발의한 한정애 환경부 장관과 민주당 탄소중립실행위원장인 김성환 의원, 특별법 통과에 앞장선 이낙연 민주당 대표, 민주당 균형발전특위 위원장인 우원식 의원 등을 비판했다.

멸종저항서울 회원들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입구에서 가덕도신공항 추진하는 민주당을 규탄하며 기습시위를 벌이다 경찰에게 제지를 받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이들은 “한정애 장관은 ‘공항 만들면 탄소 발생은 맞다’고 인정하면서도 배출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겠다는 구태의연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김성환 의원은 항공기와 자동차 평균 단위 온실가스 배출량을 병렬적으로 나열했지만, 정작 건설하려는 신공항이 그저 배출량을 분산시킬 뿐 어떤 감축 효과도 없으며 오히려 더 늘릴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은 생략하는 거짓을 택했다. 존재하지도 않는 전기비행기를 가져다 이 곤란함을 피해가려는 모습은 애처롭기까지 하다”고 강조했다. 이낙연 대표에 대해서는 “더 심각한 기후파괴범은 더 큰 권력을 가진 자들”이라며 “그는 대권 준비를 위해서 당 대표 자리에서 내려오면서도 ‘가덕도 신공항 추진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며 ‘가덕가덕’ 거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우원식 의원에 대해서는 그가 국회 기자회견에서 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조기 착공 등 핵심 내용이 빠진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통과를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한 우 의원의 발언을 전하며 비판했다.

멸종저항서울 회원들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입구에서 가덕도신공항 추진하는 민주당을 규탄하며 민주당사 입국를 막고 기습시위를 벌이다 경찰에게 제지를 받고 있다.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또 환경운동연합 출신의 양이원영 의원과 기후단체 ‘기후솔루션’을 만든 이소영 의원에 대해서도 실망감을 토로했다. 지난달 26일 국회 본회의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통과를 앞두고 양이원영 의원은 기권했고 이 의원은 표결에 불참했다. 이에 이들은 “(양이원영 의원은) 신공항의 취지 자체는 이해하지만 환경적 피해를 생각하니 기권할 수밖에 없었노라는 발언이 참으로 옹색하다. 환경단체를 대변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중략) 과거 많은 환경단체 출신 정치인들이 그랬듯이 고심 가득한 표정을 지은 채 가만히 앉아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또 “초선 의원으로 민주당 원내 부대표까지 오른 이 의원의 침묵도 안쓰럽다. 탄소중립 목표로 가는 길은 석탄발전소 폐쇄로 시작된다고 확고히 믿고 싸울지 몰라도, 전당적으로 밀고 있는 가덕도 신공항 앞에서는 한없이 왜소하다. 문제를 직시하는 대신 표결 자체에 불참하면서 옹색하게 회피하기 급급하다”고 비판했다.

국회 방송 갈무리

이들은 또 문재인 대통령의 가덕도 방문도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령이 부산에 내려가 예정지를 방문하면서 신공항 추진 계획을 기정사실화했을뿐만 아니라 (중략) 국토부가 책임있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대통령 압력에 결국 국토부 장관이 무릎을 꿇었다”며 “탄소 중립과 가덕도 신공항 추진과는 별개라고 생각하고 있는 대통령의 무지와 위선을 규탄한다”고 지적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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