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K] 학대 장애인쉼터① 도움 절실해도..학대 피해 장애인 쉼터는 "거부"

김호,최송현 입력 2021. 3. 15. 22:01 수정 2021. 3. 16. 20:5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KBS 광주]
[기자]

장애인들이 십수년 동안 외딴섬 염전에서 폭행에 시달리며 강제 노역을 했던 염전 노예 사건, 또 40대 지적장애인이 축사 옆 쪽방에서 살며 10년 넘게 무임금으로 일했던 '축사 노예' 사건, 대표적인 장애인 학대 피해 사례들입니다.

사회적 공분이 이어지자 2017년 정부는 관련 대책으로 장애인 학대 피해자들을 위한 '쉼터' 설치에 나섭니다.

쉼터는 긴급 상황에서 피해 장애인에게 거주 공간을 제공하고, 학대 피해 트라우마를 치유하면서 사회 복귀를 돕는 특화된 시설입니다.

현재 전국 15곳에서 운영되고 있는데요,

과연 이 쉼터는 학대 피해를 입은 장애인들이 머물 수 있고, 다시 날 수 있도록 돕는 둥지가 되고 있을까요?

KBS는 이번 주 학대 피해 장애인들을 위한 쉼터가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점검하는 연속기획을 시작합니다.

오늘은 위기 상황에서 가까스로 벗어났지만, 정작 '학대 피해 장애인 쉼터'의 도움을 받지 못한 사연들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어머니가 집을 나간 뒤 아버지, 여동생과 함께 살던 10대 발달장애인 소녀.

아버지의 폭력은 일상이었습니다.

학대 피해가 알려지면서 긴급 분리 조치가 이뤄져 폭력에선 벗어났지만, 극도의 불안감은 가시지 않았습니다.

[장애인 시설 관계자 : "불안해하고, 그냥 왔다갔다 하고 문앞에만 앉아있었죠. 특히나 잠잘 때 앉아서 이렇게 자더라고요. 그런 모습들이 조금 안타까웠죠."]

신속한 보호와 지원이 필요했던 상황, 장애인 지원 기관들은 위기발달·학대피해 장애인 쉼터에 도움과 입소를 요청했습니다.

쉼터는 학대 피해를 입은 장애인들을 보호하고, 지원하기 위해 예산을 투입해 인력과 시설을 갖춘 곳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쉼터측의 답은 입소 불가.

쉼터가 건물 2층에 있어서 중증장애를 가진 피해 소녀가 생활하기 어렵다는 것과, 동생과 분리하는 게 적절치 않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학대 피해 장애인 쉼터 관계자/음성변조 : "같은 가족 안에서 피해자가 발생되면 한곳으로 해서 이분들의 심리적인, 정서적인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는 게 기본으로."]

피해 자매를 지원했던 2개 전문 기관들은 오히려 언니와 동생을 분리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지만, 쉼터의 입장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결국, 수소문 끝에 일반 장애인시설에 동생과 분리해 입소했습니다.

[문현/광주시 발달장애인지원센터 팀장 : "비장애인 동생 같은 경우도 언니를 케어해야 된다는 부담감이나 스트레스가 있었어요. 이미 아버지로부터 학대 피해도 입었었고, 장애가 있는 언니로부터 심적인 스트레스도 있었기 때문에 (분리가 필요했죠.)"]

쉼터는 장애와 학대 피해, 이중의 아픔을 가진 이들을 위한 특화된 시설인데도, 정작 이용하지 못한 겁니다.

취재팀은 입소 거부 사례를 좀 더 추적해보기로 했습니다.

멀쩡한 쉼터 대신 모텔과 펜션에서 임시 거처하거나 심지어 마땅한 곳이 없어 학대 피해 현장으로 되돌아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계속해서 최송현 기자입니다.

▼ [탐사K] 학대 장애인쉼터② ‘입소 거부’ 피해 장애인…모텔·병원 전전

장애인 방임과 학대 의심 신고를 받고 경찰과 장애인 지원기관이 찾았던 30대 지적장애인 여성이 생활하던 곳의 모습입니다.

할아버지와 단 둘이 살던 집에선 쥐와 바퀴벌레가 돌아다녔고, 피해자에게 썩은 음식을 먹인 것으로 보이는 흔적도 발견됐습니다.

이 장애여성의 몸에는 화상과 골절상이 있었고, 일부 치아는 깨진 상태였습니다.

장애인 지원 기관은 쉼터 긴급 입소를 추진했지만, 사실상 거절 당했습니다.

쉼터에 입소하려면, 3개월 뒤 퇴소 계획까지 미리 밝히라고 요구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다른 지역의 가정폭력 피해자 시설에 입소했습니다.

[이기림/전남 장애인권익옹호기관 팀장 : "응급한 상황에서, 현장에서 의뢰를 하게 되는데 여러가지 조건들, 예를 들어 쉼터 이용 기간에 대한 제약이랄지 당사자의 장애 정보 같은 것들을 (쉼터가)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입소 여부를 결정해주는 방식으로."]

가정폭력 피해자인 지적장애인 모녀의 사례도 비슷합니다.

쉼터 측은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하다는 이유로 입소를 허락하지 않았고 모녀는 펜션과 모텔을 전전했습니다.

낯선 모텔 생활을 견디기 어려웠던 모녀는 학대 현장, 집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전국적으로 학대를 당한 장애인이 쉼터에서 응급조치를 받은 경우는 전체 사례의 절반도 되지 않았는데, 나머지 피해자들은 거주시설이나 의료기관, 주변인의 집에 대피했습니다.

쉼터 측은 제한된 인력과 예산 문제로 모든 입소 요청을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학대 피해 장애인 쉼터 관계자/음성변조 : "입소할 때는 어쨌든 급하니까 숙식을 제공할 곳이 필요해서 그냥 맡겨놓으시는데 저희가 해보니까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고 1년이 지나도 아무 지원계획이 없이 그냥 계속 여기 머물러계시는 경우들이 계속 있었어요."]

학대를 입은 장애인들의 임시 생활과 재활을 돕겠다며 들어선 학대 피해 장애인 쉼터, 정작 위기에 처한 피해자들에겐 쉴 수도, 머물 수도 없는 공간으로 남아있습니다.

KBS 뉴스 최송현입니다.

촬영기자:박석수

김호 기자 (kh@kbs.co.kr)

최송현 기자 (ssong@kbs.co.kr)

Copyright © KB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