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버스기사 폭행, 스포츠카 20대 "나도 맞아" 진단서 냈다

박태인 기자 2021. 3. 16.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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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에 2주 진단서 내, 버스기사 "황당하고 억울"
지난달 28일 B씨가 스포츠카를 몰아 마을버스를 멈춰세우는 모습. [JTBC캡처]
지난달 28일 경적을 울렸다는 이유로 자신이 탄 스포츠카로 승객이 탄 마을버스를 가로막고 60대 운전기사 A씨를 끌어내 폭행한 20대 남성 B씨가 최근 경찰서에 '2주 진단서'를 제출했습니다. 자신도 버스기사에게 맞았다는 겁니다.

일방적인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버스기사 A씨(68)는 최근 경찰서에서 피해자 조사를 받으며 이런 사실을 알게 된 뒤 "억울해 잠도 오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B씨가 진단서를 낸 이상 A씨 역시 폭행의 가해자로 조사를 받게 됩니다. 일종의 쌍방폭행 사건이 된 셈입니다.

A씨는 "폭행 사건으로 다친 경우 의료보험도 적용 안 돼 주변 지인들에게 병원비를 빌려 입원비를 내왔다"며 "회사에서 해고될까 봐 겁이 나 오늘부터 다시 출근할 예정"이라 말했습니다. A씨는 "폭행을 당한 뒤 밤마다 맞은 생각으로 잠도 잘 수 없다"고 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B씨가 진단서를 낼 만큼의 폭행을 당한 것인지 확인하는 단계"라고 했습니다.

지난달 28일 버스기사 폭행사고 당시 모습. [JTBC캡처]
◆승객 탄 마을버스를 멈춰세운 스포츠카
당시 사건이 벌어진 CCTV를 보면 A씨의 억울함을 어느정도는 짐작할 수 있습니다. 사건이 벌어진 날 B씨는 자신의 스포츠카를 방배동 버스 정류장 앞 도로에 정차해 뒀습니다.

A씨가 경적을 울린 뒤 스포츠카를 피해 정류장에 차를 멈춥니다. 버스가 승객을 내리고 출발하려 하자 B씨가 차를 몰아 버스의 길을 막습니다. 깜짝 놀란 A씨가 버스를 세웁니다. B씨는 마을버스로 올라타 A씨에게 욕설을 하며 때리려는 동작을 취합니다. 그리고 A씨에게 내리라고 또 욕설을 합니다.

참다못한 A씨가 버스에서 내려와 B씨의 멱살을 잡자, B씨가 A씨의 머리를 잡아 헤드록을 걸며 아스팔트 바닥에 내동댕이칩니다. 쓰러진 A씨를 B씨가 때리려는 순간 버스에 있던 승객들이 B씨를 말리며 두 사람을 분리합니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목격자 C씨는 JTBC와의 통화에서 "버스기사가 바닥에 굴러 떨어져 있는 모습을 보고 B씨에게 '젊은 사람이 뭐 하는 것이냐'고 야단을 쳤었다"고 말했습니다.

스포츠카를 몰던 B씨가 버스기사 A씨에게 멱살을 잡힌 뒤 A씨를 내동댕이치고 있다. [JTBC뉴스룸 캡처]
◆폭행사건 대다수가 쌍방고소, "합의에 유리"
B씨는 A씨가 자신의 멱살을 잡은 것을 이유로 2주 진단서를 낸 것으로 보입니다. 주영글 변호사(법무법인 강남)는 "폭행 사건의 경우 90%이상 서로 고소나 진단서를 내며 쌍방폭행으로 진행된다"며 "일방적 폭행 사건도 쌍방폭행 사건이 되면 가해자 입장에서 합의하기에 수월하다"고 말했습니다.

경찰은 B씨가 진단서를 낸 이상 A씨의 폭행 혐의도 조사 대상은 맞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A씨의 행위가 기소될 만큼 사회상규를 위반한 것인지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B씨에게 상해는 물론 스포츠카로 마을버스를 멈춰 세운 것엔 보복운전 혐의를, 버스기사를 폭행한 행위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운전자 폭행등) 적용을 검토 중입니다.

버스기사 A씨는 폭행을 당한 뒤 병원비가 없어 주위 사람들 도움으로 2주간 병원에 입원했다. [버스기사 제공]
◆경찰, 운전자 폭행과 보복운전 혐의 검토
경찰이 특가법을 검토하는 이유는 버스가 정차했을지라도 도로 한복판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법원은 이런 경우엔 '운행중'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A씨는 JTBC와의 통화에서 "바닥에 넘어졌을 때 연석에 머리가 떨어졌다면 뇌진탕으로 죽었을 것"이라며 "그때 생각만 하면 아직도 끔찍하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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