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신라 직원 연봉 20% 삭감, 경영진은 억대 성과급..호텔측 "최근 3년 실적 반영"

유한빛 기자 2021. 3. 17.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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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신라 직원 유급휴직, 주4일제 시행...평균급여 20% 감소
이부진 49억원·한인규 25억원 받아...코로나 이전보다 50% 증가
호텔신라 "최근 3개년 경영성과에 따른 것"....작년 실적과는 관련 없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매출이 70~90% 급감하며 호텔·면세점 등 관광업계가 허리띠를 졸라맨 가운데 이부진 사장을 비롯한 호텔신라(008770)임원들은 억대 성과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사태로 일반직원들은 주4일제 근무와 유급휴가 등으로 인건비를 줄인 상황에서다.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호텔신라는 오는 18일 주주총회에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면세점사업을 이끄는 한인규 사장이 수십억원대 성과급을 받는 내용 등을 담은 감사보고서를 제출하고, 2020년 재무상태표를 의결할 예정이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사장은 지난해 급여 11억8400만원에 더해 상여금 37억100만원 등 모두 48억9200만원을 받았다. 코로나 사태 이전인 지난 2019년 연봉(약 32억원)보다 50% 이상 늘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김지호 기자

지난해 급여 5억9700만원을 받은 한인규 사장 역시 상여금이 18억1600만원 지급되면서 연봉 24억9100만원을 받게 됐다. 마찬가지로 코로나19 이전보다 40% 가까이 더 많은 보수를 받았다.

이 사장은 매달 지급되는 급여(9900만원)의 100%인 설·추석 상여금과 장기성과급 등을 받았다. 상여금을 지급한 이유에 대해 회사측은 "어려운 대외 경영환경 속에서도 경영 역량과 리더십을 발휘해 2020년 매출액 3조1881억원을 달성하고 지속적인 회사의 성장·발전을 위한 각 사업별 경쟁력 유지와 조직 안정에 기여한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한인규 사장 역시 이같은 격려 차원의 성과급을 받았고, 부사장과 전무 등 임원들도 2억~8억원대 상여금을 받았다. 반면 같은 기간 일반직원들의 평균 급여는 5000만원으로, 2019년(약 5900만원) 대비 20% 가까이 깎였다.

통상 성과급은 매출·순이익 등 경영 실적에 따라 산정된다. 그러나 지난해 호텔신라는 호텔과 면세점 부문 모두 실적이 부진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외국인 입국자 수가 90% 가까이 급감한 여파다. 호텔신라가 달성한 3조원대 매출은 2019년(5조7173억원)보다 44.2% 감소한 수치다. 이 회사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신라면세점은 인천공항 제1터미널의 노른자위로 꼽히는 화장품·패션·주류 매장을 지난달 말로 접었다. 부진한 매출 대비 임대료와 인건비 등 고정 비용 부담을 견디지 못해 면세사업자 특허권 재입찰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호텔 사업 역시 순탄치 않다. 해외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문을 연 베트남 ‘신라모노그램 다낭’은 영업을 중단한 상태고, 미국에 건설 중인 ‘신라스테이 산호세’는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

일반 직원들은 휴직 등으로 허리띠를 졸라맨 상황에서 오너 일가인 이부진 사장과 호텔신라 임원들이 명목 없는 성과급을 받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아모레퍼시픽(090430)의 대응과도 대조된다. 아모레는 지난해 코로나19로 영업이익이 반토막 나자, 창사 75년만에 처음으로 희망 퇴직을 실시했다. 상황이 이렇자 서경배 그룹 회장과 안세홍 아모레퍼시픽 사장은 아모레퍼시픽에서 받는 월급을 반년 동안 각각 50%, 20% 삭감했다. 성과급도 0원으로 책정했다. 지주회사인 아모레퍼시픽그룹(002790)이 서 회장에게 지급한 급여도 6억5300만원에서 5억3400만원으로 줄었다.

이 때문에 서 회장의 총연봉은 2019년 37억원에서 지난해 22억3100만원으로 40% 줄었다. 안세홍 사장도 1년 전보다 37% 줄어든 연봉인 6억4300만원을 받았다.

김우찬 경제개혁연대 소장(고려대 경영학과 교수)은 "회사 상황이 좋지 않은데도 경영진의 연봉만 올라가는 상황은 경영자의 이익과 회사의 이해관계가 일치하지 않는 전형적인 지배구조와 대리인의 문제"라며 "현재 기업의 자산규모가 2조원 이상일때 감사위원회와 사외이사추천위원회를 두도록 돼 있는데, 앞으로는 이 기준을 1조원으로 낮추고 보상위원회를 두도록 규정해 임원의 급·상여 책정을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이부진 사장의 연봉 중 장기성과인센티브(상여)로 책정된 금액은 최근 3개년(2017~2019년) 경영성과에 따른 것인데, 미리 충당해둔 자금에서 지급하기 때문에 지난해 실적이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서 "2020년 실적 등이 반영되면 (임원들의) 향후 연봉도 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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