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美 의회에 SOS "보조금·稅혜택 등 모든 조치 필요"

이수민 기자 noenemy@sedaily.com 2021. 3. 17.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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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K반도체 타도' 공세
AMD·퀄컴도 대통령에 지원 요청
기술 앞세운 EU '독자 생산' 속도
대만·日은 동맹전선 구축해 압박
[서울경제]

세계적인 칩 부족 사태로 한국·대만 중심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제조)를 자국에 유치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한 가운데 미국의 ‘칩질라(Chipzilla)’ 인텔이 의회에 국가 차원의 지원을 호소하고 나섰다. 예전 같으면 거대 테크 기업에 대한 지원에 부정적이던 미국 정치권도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미 반도체 제조 분야의 마지막 자존심인 인텔이 미세 공정 개발에 성공해야만 미래 기술 패권 경쟁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다며 지원에 전향적으로 변모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인텔은 미국 의회에 ‘자국 반도체 생산 기업에 보조금 지원과 세제 혜택 등 광범위한 조치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조지 데이비스 인텔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미국 상원 재무위원회에 출석해 “국가 안보에 첨단 마이크로 프로세싱 칩을 생산하기 위해 민주당, 공화당을 막론하고 의원들이 보조금, 세액 공제 등 모든 수단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데이비스 CFO는 특히 “한국을 비롯해 중국, 대만 등은 정책적으로 반도체 생산을 지원하고 투자를 장려해왔다”면서 “그러나 미국 정부는 이 같은 노력을 소홀히 해왔다”고 강조했다. 이는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지난 1990년 글로벌 반도체 생산용량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37%에 달했지만, 2021년에는 이 수치가 12%로 뚝 떨어졌다.

미국 반도체 기업들은 반도체 제조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해 정부, 의회를 상대로 요구 수위를 높이고 있다. 앞서 지난 2월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는 자국 내 반도체 생산에 보조금을 지원해줄 것을 담은 요청서를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전달한 바 있다. 이 요청서에는 인텔을 비롯해 AMD, 퀄컴 등 미국 반도체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서명했다. 의회도 긍정적인 분위기다. 론 와이든 상원 재무위원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반도체 등 자국 제조업과 재생에너지 등 산업에 대한 혜택을 제공하는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 달 “아시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겠다”며 대규모 투자를 공표한 유럽연합(EU)도 반도체 산업에 힘을 쏟고 있다. 반도체 독자생산을 향한 EU의 ‘참전’ 선언은 상대적으로 늦은 편이지만, 독보적 기술력을 보유한 분야가 있는 만큼 위협적 존재로 빠르게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생산업체인 ASML(네덜란드)과 차량용 반도체 기업인 인피니온(독일),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스위스) 등 업력이 오래되고 특정 시장에서 독점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지금까지 EU는 정책적 차원서 반도체를 띄우기보다는 개별 기업의 역량에 맡기는 모습이었지만,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폴크스바겐(VW) 등 역내 완성차 업체가 차량용 반도체 품귀에 시달리자 서둘러 500억유로(약 67조5,000억원) 투자를 약속하고 나섰다. 이 금액은 유럽 반도체 제조업체들의 한 해 매출액보다도 큰 규모다.

반도체를 둘러싼 미중 갈등 관계에서 반사 이익을 취하려는 대만과 일본도 한국을 향해 화살을 쏟아내는 국가로 꼽힌다. 특히 삼성전자(005930)의 강력한 라이벌로 꼽히는 TSMC의 경우 최근 미국과 일본에 각각 대규모 생산기지와 연구개발(R&D)센터를 새로이 짓겠다고 발표하는 등 ‘반도체 동맹’으로 불리는 새로운 전선을 구축하는 모습이다.

또한 지난해 반도체 시장 규모(1,430억달러)를 전년에 비해 9%나 키운 중국도 경계 대상이다. 우한훙신반도체제조(HSMC)처럼 기술적 기반이 부족해 실패하는 일부 사례가 있기는 하지만, 과거 액정표시장치(LCD)나 태양광에서 막대한 보조금을 쏟아부어 한국 기업을 압박했던 사례를 잊으면 안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수민 기자 noenemy@sedaily.com, 조양준 기자 mryesandn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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