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아수라장, 외국인근로자 코로나 검사현장

장근욱 기자 2021. 3. 17.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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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이었던 지난 14일 오전 7시 45분쯤, 경기도 화성종합경기타운에 위치한 코로나 임시선별검사소 앞으로 외국인 근로자들 수백 명이 그야말로 ‘벌떼처럼’ 모여들었다. 검사소 측이 검사를 받을 수 있는 번호 표를 선착순으로 배부한다고 하자, 기다리던 사람들이 표 나눠주는 곳으로 뛰기 시작한 것이다. 이날 검사를 받으러 온 중국 국적 남성 A(37)씨는 “오전 6시에 왔더니 170번대 번호 표를 받았다”며 “거리두기도 안 되고 한국 사람이라면 이렇게 대충 통제했겠나 싶어 차별받는 기분”이라고 했다.

동두천 등 수도권에서 합숙생활을 하던 외국인 근로자들 사이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자, 경기도는 지난 8일부터 오는 22일까지 외국인 근로자가 의무적으로 코로나 검사를 받도록 했다. 보름의 기간이 주어졌지만, 평일에 검사를 받기 어려운 외국인 근로자들이 주말에 한꺼번에 몰려 혼잡이 벌어진 것이다.

17일 오전 서울 구로구 지하철 1호선 구로역 앞 광장에 코로나 의무 검사를 받으려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꼬불꼬불 줄을 만들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김동현 기자

17일 서울시도 외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코로나 검사를 받도록 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오는 31일까지 2주 동안 외국인 근로자 한 명 이상 고용한 고용주와 외국인 근로자는 가까운 임시선별검사소에서 검사를 받아야 한다. 행정명령에 따르지 않을 경우 200만~30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된다.

이날 임시선별검사소가 설치된 서울 지하철 1호선 구로역 3번 출구 앞 구로역 광장에는 새벽부터 코로나 검사를 기다리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길게 줄을 섰다. 검사 시간은 오전 9시~오후 5시인데, 많은 사람들이 일찍 온 것이다. 오전 6시에는 100명 가량이던 대기 인원이 오전 8시가 넘어서자 600명을 넘어섰다.

17일 오전 서울 구로구 지하철 1호선 구로역 앞 광장에 코로나 의무 검사를 받으려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꼬불꼬불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장근욱 기자

축구장 4분의1 면적(약 2400㎡)의 구로역 광장 한가운데 4㎡당 1명이 밀집한 것으로, 방역당국이 코로나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실내시설 내 인원을 제한한 밀도와 맞먹는 수준이다.

출근길 지하철역 입구 앞까지 줄이 이어지자, 관리요원은 줄을 곡선으로 꼬불꼬불하게 만들어 광장 안쪽 원으로 사람들을 더 밀집시켰다. 외국인 근로자들은 대부분 서로 15㎝도 안 되는 간격을 두고 달라붙어 있었고, 오래 기다리던 사람들은 옆에 있는 모르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17일 오전 서울 구로구 지하철 1호선 구로역 앞 광장에 코로나 의무 검사를 받으려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꼬불꼬불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장근욱 기자

이른 시간부터 인파가 몰린 것은 “일찍 가야 검사를 받을 수 있다”는 ‘소문’ 때문이었다. 관계자에 따르면 실제로 전날 이곳 검사소는 1200명까지만 검사하려다가 300명을 더 받고도 일부 인원은 돌려보내야 했다. 줄 맨 앞에서 의자를 두고 앉아 있던 중국 국적의 최모(52)씨는 “새벽 3시 40분에 왔다”고 했다. 최씨는 “어제 검사를 받은 지인이 새벽 5시에는 가있어야 검사받을 수 있다고 해서 일찍 나왔다”며 “남편 병원 예약이 오전 9시 15분이어서 빨리 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날 검사를 기다리던 외국인 근로자들은 코로나 감염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오전 4시부터 ‘10등'으로 기다렸다는 이형관(69)씨는 오전 7시 30분쯤 “여기 확진자 있으면 어쩌려고 그러냐. 며칠째 아침부터 이렇게 모여있는데 제대로 통제하는 사람이 없다”라고 말했다. 중국 연길 출신 50대 여성 방모씨는 “(한국에) 중국인들이 얼마나 많은데 한꺼번에 검사받으라고 하느냐”며 “(기간을) 조정해야 한다”고 했다.

출근길에 지하철 1호선 구로역 2번 출구로 향하다 긴 대기 줄을 마주한 시민들은 한참 고개를 돌려 쳐다보거나 사진을 찍는 등 관심을 보였다. 이날 오전 8시쯤 구로역으로 향하던 이모(49)씨는 “주민으로서 보기 안 좋은 건 사실”이라면서 “코로나 검사한다면서 몇 백명씩 밀집해 있으면 어떻게 하느냐”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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