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규제 몰빵하더니.. 땅투기 전성시대 된 文정부 [스토리텔링경제]

이종선 2021. 3. 18.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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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사태로 “결국 참여정부 시즌2”
정부 발표 전 사전 투기 등 수법 진화
참여정부 시절도 공무원 투기 27명 적발
아파트 규제에만 집중한 나머지
‘쪼개기’ 등 땅 투기 규제는 뒷전

문재인정부의 초대 국토교통부 장관인 김현미 전 장관은 2017년 6월 취임식에서부터 프레젠테이션까지 띄우고 ‘부동산 투기 조장’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이후 현 정부 집권 4년 동안 정부는 무려 26번의 크고 작은 부동산 대책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KB국민은행 기준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지난달까지 45개월 새 전국 주택 가격은 16.17% 상승했다. 서울 아파트는 무려 42.84% 치솟았다.

이런 일련의 흐름은 참여정부 시절과도 비슷하다. 참여정부 역시 임기 첫해부터 시종일관 부동산 규제를 쏟아냈고, 검찰 등 모든 사정기관을 동원해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치렀다. 그럼에도 참여정부 임기가 끝난 2008년 2월 전국 주택가격은 임기 시작점인 2003년 2월 대비 24.19% 올랐다.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 폭은 무려 56.58%에 달했다.

다만 문재인정부와 참여정부 시절의 차이가 있다면, 부동산 투기 양상은 조금 달랐다는 게 그동안의 부동산 전문가들의 분석이었다. 땅(토지)과 아파트 등을 가리지 않고 투기가 성행했던 참여정부 시절과 달리 문재인정부 들어서는 주로 아파트로 투기 수요가 몰렸고, 정부의 규제 역시 아파트(주택)에 대부분 집중됐다.

그런데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부지 사전 투기 의혹을 계기로 문재인정부 들어서도 토지 투기가 암암리에 있었다는 것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개발 계획이 공식 발표되기 전 미리 땅을 사두는 등 수법도 과거보다 진화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결국 땅 투기까지 고스란히 ‘참여정부 시즌2’로 흘러가는 것 같다”는 씁쓸한 목소리가 나온다.

시즌 1: 땅 투기 전성시대
참여정부 시절은 그야말로 ‘땅 투기 전성시대’였다. 행정수도 이전과 신도시 개발 등 전국 단위의 개발 계획이 쏟아지자 해당 지역을 중심으로 땅 투기 붐이 일었다. 노무현 대통령 취임 석 달 만인 2003년 5월 당시 정부는 충남 천안과 대전 서구·유성구, 경기도 김포 등 지가상승률이 높은 지역을 토지투기지역으로 지정했다.

그러나 투기는 끊이지 않았다. 정부는 그해 판교(경기도 성남)와 김포 등 2기 신도시 개발 계획을 발표하면서 해당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지만, 이듬해 토지이용계획서 등을 허위로 작성해 땅 투기에 나선 부동산 브로커 등 153명이 경찰에 적발됐다.

실제 참여정부 시절 땅 투기는 지방과 대도시를 가리지 않았다. 남북 교류협력 분위기에 편승해 강원도 철원 등지에서 대대적인 땅 투기가 일어나기도 했다. 2003년 말 건설교통부(국토부 전신)가 실시한 국민의식 조사에서 ‘땅(토지)’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대상으로 ‘투기(20.8%)’와 ‘투자(18.4%)’를 꼽는 응답이 나란히 1·2위를 차지할 정도였다.

검찰은 참여정부 임기 반환점인 2005년 7월 부동산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넉 달 동안 경찰청, 국세청, 건교부와 함께 부동산 투기사범 특별단속을 해 총 9700여명을 적발하고 300여명을 구속했다. 이 중 27명이 개발 정보를 이용해 투기에 가담한 공무원이었다. 당시 충남 당진군의회 의장과 군의원은 한국토지공사(LH 전신)에서 개발 정보를 취득한 뒤 땅 투기를 하다 적발됐고, 건교부 5급 공무원이 그린벨트 해제 정보를 민간 업자에게 제공하고 1000만원의 뇌물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그 이후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직원이 개발 정보를 이용해 부동산 투기에 나서는 것에 대한 제도적 장치는 마련되지 않았다.

시즌 2: 아파트 ‘몰빵’ 사이 은밀하게 진화한 땅 투기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에는 부동산 투기 대상이 대부분 서울 등 대도시권 아파트로 몰렸다. 국토부 통계를 보면 현 정부 출범 이후 지난해까지 4년간 전국 연평균 토지거래 면적은 20억6300만㎡로 참여정부(31억8900만㎡) 시절의 3분의 2 수준이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토지는 아파트와 달리 환금성이 약해 한번 잘못 사면 대박은커녕 애물단지가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보니 정부 규제 역시 아파트 쪽으로 쏠렸다. 아파트 투기를 막겠다며 규제 지역 내 LTV(담보인정비율)를 40%까지 죄는 고강도 대출규제를 시행하고, 지난해 7·10 대책에서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를 최대 20% 포인트 중과하고 종합부동산세 최고세율도 3.2%에서 6.0%까지 끌어올렸다.

그러는 사이 토지 투기에 대해서는 사실상 손을 놓았다. 최근 광명·시흥지구 투기 의혹을 받는 LH 직원들도 토지 감정가의 70%를 농협에서 대출받아 땅을 산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가 수도권 집값을 잡겠다고 야심 차게 추진한 신도시 개발 계획은 토지 투기를 노리는 이들에게 ‘특급 호재’가 됐다. 한 정부 관계자는 “참여정부 시절에는 정부가 개발계획을 발표하고 나면 그 지역이나 인근 지역 토지 거래가 급증하는 ‘사후(事後) 투기’가 대부분이었는데, 이번 LH 사태를 보면 정부 개발계획 발표 이전 ‘사전(事前) 투기’를 하는 식으로 진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참여정부 시절에도 기획부동산 등에 의한 토지 투기 붐이 일었을 때 ‘지분 쪼개기’ 등의 방식이 횡행했지만, 아직 이에 대한 별다른 규제가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지목 변경만 하지 않으면 토지 분할이 너무 쉽게 이뤄지다 보니 최근 LH 직원들처럼 보상을 노린 지분 쪼개기가 횡행했던 것”이라며 “실수요가 아닐 때는 필지 분할하는 요건을 까다롭게 하는 등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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