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견 죽은 것 가지고" 동물은 생명 아닌가요?..강아지 치고 간 운전자에 '공분'

강주희 2021. 3. 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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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주인없는 개"
동물자유연대 '엄벌 촉구' 서명운동
전문가 "동물학대, 형사처벌 가능한 심각한 범죄"
지난 5일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한 골목에서 강아지 4마리를 향해 직진하는 스타렉스 차량. /사진=동물자유연대 제공

[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도로 위를 지나가던 강아지를 그대로 치고 가버린 운전자가 '유기견 한 마리 죽은 것 가지고 왜 그러냐'는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시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과거보다 높아졌으나 일각에선 여전히 동물의 생명을 경시하는 행태가 만연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전문가는 동물을 학대하는 행위는 심각한 범죄라는 사회적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5일 오후 6시께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한 골목에서 강아지 4마리를 스타렉스 차량이 덮친 사건이 발생했다. 개들을 돌봐주던 주민이 제보한 영상에 따르면, 좁은 도로를 지나가던 스타렉스 차량은 앞쪽 골목에 개 4마리가 있었으나 그대로 직진했다.

제보자는 차량을 두드리며 세우려 했으나 운전자는 그냥 지나쳤다. 차량이 다가오자 3마리는 간신히 달아났지만, 강아지 1마리는 미처 피하지 못하고 바퀴에 감겨 현장에서 그대로 숨졌다.

사고를 당한 유기견은 부견과 모견, 새끼 견 세 마리로 구성된 유기견 가족으로, 동네 주민들의 보살핌을 받으며 살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운전자는 "유기견 한 마리 죽은 것 가지고 왜 그러냐", "어차피 주인 없는 개니 고발해도 괜찮다"는 등 강아지가 죽은 것에 대한 죄책감 없이 오히려 사고를 신고한 주민에게 윽박을 질렀다.

동물자유연대는 운전자를 경찰에 고발하고, 운전자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엄벌을 촉구하는 시민탄원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 2월 부산 해운대에서 보닛 위에 목줄을 한 고양이를 올려두고 운행 중인 차량 영상./사진=연합뉴스

이번 사건이 알려지자 시민들은 크게 공분하고 있다. 반려견을 키우고 있다고 밝힌 20대 직장인 김 모 씨는 "강아지가 갑자기 튀어나온 것도 아니고, 강아지를 못 볼 수 있는 상황이 전혀 아닌데도 운전자는 그대로 강아지를 치고갔다"며 "주인이 없다고 생명이 소중하지 않은 건가. 뻔뻔하게 행동하는 저 운전자는 꼭 처벌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해당 영상을 본 누리꾼들도 "바퀴에 깔린 후 고통에 몸부림치는 아이를 보자마자 눈물이 터져 나왔다", "단 5초 만이라도 천천히 진입했어도 피할 수 있었을 것", "생명 경시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분노를 표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꾸준히 증가하는 등 사람들의 일상에서 동물이 가까이 자리 잡게 됐으나 이에 비해 동물의 생명을 존중하는 인식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국내 가구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19년 기준 반려가구는 전체 가구의 26.4%인 591만 가구로 추정한다. 전체 가구의 4분의 1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늘면서 동물을 유기하는 사례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림축산식품부 농림축산검역본부가 관리하는 동물보호 관리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유실, 유기 동물은 12만8678마리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도인 2019년 13만3505마리보다 4827마리(3.6%) 감소했으나 여전히 작지 않은 수치이다.

유실·유기동물은 지난 2016년 8만8557마리에서 2017년 10만840마리, 2018년 11만8719마리로 꾸준히 증가했다.

지난 5일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한 골목에서 발생한 강아지 교통사고. 1마리가 차량에 치여 그 자리에서 죽자, 가족개 1마리가 달려와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이를 본 주민은 깜짝 놀라 발을 구르고 있다.사진=동물자유연대 제공

국내 곳곳에서 동물을 학대하는 사건도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올해만 해도 자신이 키우는 고양이를 운동시킨다는 이유로 차량 위에 올려놓고 주행하는 일이 발생하는가 하면, 길고양이를 잔혹하게 살해하고 이를 찍은 사진을 온라인상에 올린 사건이 알려져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렇다 보니, 동물의 생명을 소중히 생각하지 않고 동물을 학대해도 심각한 범죄로 느끼지 않는 사회적 인식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전문가는 동물을 학대하는 행위는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을 만큼 심각한 범죄라고 강조했다.

이원복 한국동물보호연합 대표는 "가해자는 자신이 저지른 범행에 대해서 반성조차 하지 않고, '그까짓 유기견 한 마리 죽은 것 벌금 몇 푼 내면 된다'는 식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심지어 신고자를 윽박지르고 위협했다"며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고 동물 학대를 당연시하는 태도를 보인다는 점에서 충격적인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주인이 없는 유기견이라도 판매하거나 죽일 목적으로 포획하는 행위, 학대하는 행위는 형사처벌 받을 수 있는 범죄에 해당한다"며 "이번 사건은 여전히 동물을 착취하고 억압하고 심지어 죽여도 괜찮다는 의식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동물은 더이상 물건이 아닌 사람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이다. 사회의 경종을 위해서라도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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