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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대선 주자 이재명의 위험한 언론관

이윤정 기자 입력 2021. 03. 2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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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사회에서 권력과 언론은 종종 불편한 관계를 형성한다.

권력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것이야말로 언론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기 때문이다.

권력에 입안의 혀처럼 구는 언론만 남는다면 다양하고 건강한 여론이 표출될 수 없고, 결국 권력의 폭주를 막지 못해 사회는 병들게 된다.

이 지사는 보도가 나간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조선비즈, 이러니까 적폐 언론 소리를 듣는 것"이라며 "조작보도를 하며 정치적 음해에 나섰다"고 비난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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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사회에서 권력과 언론은 종종 불편한 관계를 형성한다. 권력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것이야말로 언론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기 때문이다. 권력에 입안의 혀처럼 구는 언론만 남는다면 다양하고 건강한 여론이 표출될 수 없고, 결국 권력의 폭주를 막지 못해 사회는 병들게 된다. 그런 면에서 최근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언론에 대한 태도는 위험해 보인다.

조선비즈는 지난 5일 경기도청 산하 경기신용보증재단이 각 시중은행에 공문을 보내 ‘경기도형 기본대출’ 상품 개설이 가능한지 문의했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경기도형 기본대출은 이 지사가 지난해부터 주장해온 정책으로 신용도에 상관없이 연 3%라는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주는 복지성 금융상품이다. 경기신용보증재단의 공문을 받은 은행권 담당자들은 "기본대출 상품이 비현실적이라고 판단했지만, 유력 대선 주자의 요구를 대놓고 거절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보도가 나간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조선비즈, 이러니까 적폐 언론 소리를 듣는 것"이라며 "조작보도를 하며 정치적 음해에 나섰다"고 비난을 쏟아냈다. 자신이 직접 "그런 요구를 은행에 한 적도 없거니와 가능 여부를 문의한 것" 뿐이라는 이유를 댔다. "은행이 위험하다고 판단하면 안 하면 그만"이라며 "강요한 것처럼 묘사한 것은 사리에도 맞지 않는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 지사야말로 정보를 조작했다. 이 지사가 "‘요구’를 한 것인지 아니면 ‘문의’만 한 것인지 직접 판단해 달라"며 공개한 경기신보의 공문은 곳곳이 하얗게 가려져 있었다. 은행에게 기본대출의 항목마다 가능 여부를 표기하도록 하고, 불가능할 경우 그 이유 역시 모두 적어내라는 공란이 있던 자리였다. 은행에 압박으로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은 모두 가리고 단순 문의 공문으로 위장한 것이다. 조선비즈가 가려졌던 공문 내용을 공개하며 추가 보도를 하자 이 지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자신에게 불리한 기사는 무조건 적폐언론이라고 몰아붙이는 이 지사의 모습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떠올리게 한다. 권력이 잘못된 길로 가지 않도록 안내해주는 언론의 역할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닮았다. 트럼프는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CNN 같은 유력 언론도 자신을 비판하는 뉴스를 보도하면 "가짜뉴스"로 낙인찍고, 개인 트위터를 통해 "저널리즘의 수치" "국민의 적"이라며 공격했다. 그 결과 미국 사회는 분열했고, 언론 자유는 크게 쇠퇴했다. 팩트가 확실한 언론 보도보다 트럼프의 거짓말 트위터를 더 믿는 추종자들은 대선 패배를 받아들이지 않고 의회에 난입했고, 미국 민주주의는 심각한 위기를 맞았다.

이 지사는 차기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은 인물이다. 하지만 이 지사가 자신에게 불리한 사실을 보도하는 언론사를 적폐언론으로 몰아세우는 식의 위험한 언론관을 유지한다면, 그가 대통령이 될 경우 한국은 언론 자유가 사라지고 민주주의 후진국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이 지사가 트럼프 같은 실패한 정치인이 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라도 언론에 대한 생각을 바꿔야 한다.

미국 제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은 "‘신문 없는 정부’와 ‘정부 없는 신문’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나는 ‘정부 없는 신문’을 택하겠다"고 말했다. 제퍼슨은 언론의 자유가 모든 자유의 기초라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 이 지사가 새겨볼 말이다.

경기신용보증재단이 시중은행에 보낸 '경기도형 기본대출' 관련 공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요구'한 것인지 '문의'한 것인지 가려달라며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했다. 공문 곳곳을 하얗게 가려 공개했는데, 그 숨긴 부분엔 지원 대상과 한도, 대출 방식과 기간 등 상품의 모든 항목마다 은행이 가능 여부와 불가 사유 등을 빠짐없이 기재하도록 한 표가 있었다. '예외 운용 적용 등 전방위적인 검토와 의견 회신을 당부드린다'는 말도 있었다. 단순 문의로 보긴 어려운 공문이다./이재명 경기도지사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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