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반도체' 덕에 日 수출규제 기업 영업익 2배 늘었다

주성호 기자 2021. 3. 20.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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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K첨단재료, 지난해 영업이익 270억원..127% 증가
EUV용 PR 한국 생산↑..日 본사에 로열티도 25% 늘어
인천 송도에 위치한 일본 TOK의 자회사 'TOK첨단재료' 연구소 및 생산시설 전경(TOK 제공) © News1

(서울=뉴스1) 주성호 기자 = 일본 정부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규제 관련 기업이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영업이익이 2배 이상 뛰는 등 실적을 큰 폭으로 개선한 것으로 나타났다.

양국 정부간 무역분쟁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한국에서 반도체 소재 생산을 늘린 덕분으로 보인다.

아울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세계에서 반도체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TOK첨단재료는 지난해 연 매출액이 172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5%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기간 동안 영업이익은 270억원으로 2019년 119억원보다 무려 126.9% 증가했다. 당기순이익 역시 91억원에서 240억원으로 163.7%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TOK첨단재료가 2012년 8월 인천 송도에 설립된 이래로 사상 최대 실적이다. TOK첨단재료는 글로벌 반도체 포토레지스트(PR·감광제) 시장 선도 업체인 TOK(도쿄오카공업)의 한국법인에 해당된다.

일본의 TOK가 지분 90%, 나머지 10%를 삼성물산이 보유하고 있다. 관련법령에 따라 '외국인 투자법인'으로 등록돼 있어서 법인세 감면 혜택도 받고 있다.

일본의 가나가와현 가와사키시에 위치한 TOK(도쿄오카공업) 본사 전경(사진=TOK 제공) © 뉴스1

TOK가 지난해 한국지사에서 기록한 실적 상승세는 일본 본사와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TOK에 따르면 연결기준 지난해 연 매출은 약 1176억엔(약 1조2225억원), 영업이익 약 156억엔(약 162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4.4%, 63.3% 증가했다.

성장률만 놓고 보면 한국지사 격인 TOK첨단재료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5.5%, 126.9% 늘어나 TOK 전체보다 호실적을 낸 셈이다.

TOK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TSMC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에게 포토레지스트(PR)라고 불리는 감광제를 판매해 수익을 올리고 있다. 포토레지스트는 반도체 웨이퍼에 회로 패턴을 형성하는 데에 사용하는 핵심 소재다.

2019년 7월 당시 일본의 아베 정부가 한국을 향해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 수출규제를 시행했을 당시 TOK가 생산하는 EUV(극자외선) 전용 포토레지스트가 규제 리스트 품목에 오르기도 했다.

특히 EUV는 파운드리(위탁생산)를 포함한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 적극 투자하고 있던 삼성전자 입장에선 놓쳐서는 안 될 필수 기술이다. 네덜란드 장비업체 ASML이 독점 생산하는 EUV 노광장비를 도입한다 하더라도 EUV 전용 포토레지스트가 없으면 반도체를 생산조차 할 수 없다.

문제는 TOK 입장에서도 일본 정부의 규제 조치로 인해 삼성전자에 EUV용 포토레지스트를 수출하지 못하면 자신들의 실적에 타격이 불가피한 상태였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EUV를 실제 양산 체제에 구축한 곳이 대만의 TSMC와 삼성전자 2곳뿐이기 때문이다.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결국 TOK는 지난해 중순부터 인천 송도에서 EUV용 포토레지스트를 생산하기 시작했으며, 현재도 삼성전자에 정상적으로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도 반도체 수요가 예상보다 견조했던 덕분에 TOK의 실적도 크게 개선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TOK 본사가 발표한 실적 자료에도 "한국과 대만에서 반도체용 포토레지스트 매출이 전년보다 크게 개선됐다"고 표현돼 있다.

한국지사인 TOK첨단재료 실적이 좋아질수록 일본 TOK 본사가 벌어들이는 로열티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TOK첨단재료에 따르면 일본 본사 측과 2012년 10월 '포토레지스트 기술도입' 계약을 체결했는데 이 계약 조건에 따라 10년간 순매출액의 3~8%를 기술도입료로 지급하기로 한 것이다. 기술도입료는 영업이익과 별개로 매출액에 근거해 결정된다.

이에 따라 지난해 TOK첨단재료는 일본 본사에 약 71억4500만원을 지급했다. 이는 전년 약 57억원보다 약 24.6% 증가한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불화수소나 다른 반도체 핵심소재들은 국산화에 성공해 빠르게 대체했으나 EUV용 포토레지스트는 여전히 일본 기업 비중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며 "TOK도 이를 잘 알고 한국에서 생산량을 늘리는 방식으로 수출규제에 발빠르게 대응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2019년 7월부터 한국을 상대로 시행한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규제와 관련해 기존에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EUV용 포토레지스트 등 3종 중에서 포토레지스트에 대해 그해 12월 '개별허가'에서 '포괄허가'로 규제를 완화했다.

반도체 생산라인이 있는 경기도 화성의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모습.(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뉴스1 © News1

sho21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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