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춘의 무리수..주위엔 아무도 없었다

부산CBS 박중석 기자 2021. 3. 20.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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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김영춘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 "부모 자식 간 웃돈 주고 분양권 사는 게 말이 되냐?"
부동산 정책에 역행하는 주장..분양권 프리미엄은 곧 양도소득세와 직결
민주당 부산시당은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 분양권 다운거래 의혹에 초첨..김 후보 주장과 배치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후보의 주장을 담은 게시물.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 제공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가 아내의 엘시티 분양권을 아들로부터 샀다고 시인하는 내용의 긴급 기자회견을 한 직후인 19일 오전 11시.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부산시의회 브리핑룸 단상에 올랐다.

최초 당첨자를 밝히며 "불법이나 특혜는 없었다"는 박 후보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수십억 원에 달하는 고가 아파트를 아들로부터 매수했다는 사실만으로 또 다른 의구심이 한껏 부풀어 오른 상황.

김 후보는 결의에 찬 모습으로 "부산시장 후보로서 더는 묵과할 수 없어 이 자리에 섰다"고 포문을 열었다.

하지만, 이후 내지른 김 후보의 일격은 기자의 귀를 의심하게 했다.

"아들에게 1억원의 웃돈은 왜 줬습니까? 부모 자식간에 웃돈을 주고 분양권을 산다는 게 말이나 되는 일입니까?"

이 무슨 골키퍼와의 일 대 일 노마크 찬스에서 오버헤드킥 시도하는 뜬금없는 말인가.

분양권은 일반 부동산 거래 못지않게, 아니 더 엄격하고 정확하게 거래를 해야한다.

실거주가 아닌 이른바 딱지 상태에서 시세변동이 발생하기 때문에 투기가 개입할 여지가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부동산 안정화에 총력을 기울이는 현 정부도 분양권의 경우 최대 70%까지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도록 세법을 바꾸면서까지 분양권 시장을 다잡고 있다.

가족 간 거래라 할지라도 세금과 직결되는 이 문제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 더욱더 철저하게 시장의 시세에 따라 거래하는 게 맞다. 시장가보다 낮은 거래는 곧 세금 회피로 이어진다.

분양가가 고정되어 있는 분양권 상태에서의 양도소득세 결정 기준은 매수와 매도 시점의 프리미엄 가격에 비례한다.

박 후보의 아들은 2015년 10월 700만원의 프리미엄을 주고 사 2020년 4월 어머니에게 1억원의 웃돈을 받고 팔았다고 했다.

당시 세법으로 보면 양도차익 9천300만원에 더해 공제대상에 해당하는 취득세와 부동산중개 수수료 등을 감안하면 차익의 26%~38%를 세금으로 냈을 것이다.

'부모 자식간에 웃돈을 주고 분양권을 거래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는 김 후보의 논리대로라면 이 세금은 내지 않아도 되는 돈이다.

김 후보가 A4 용지 두 장 분량의 회견문을 읽는 내내 기자의 머리는 복잡해졌다.

'부모 자식 간 거래, 그 자체에 대한 지적 또는 미처 파악하지 못한 다른 의도가 있지 않을까'하는 의구심에 김 후보에게 재차 "지적의 핵심이 뭐냐"고 물었다.

연합뉴스
"프리미엄이 3억원이라도 하더라도 가족 간에 시세대로 다 주는 것이 말이 안된다"는 답이 돌아왔다.

설마가 사실로 확인되는 순간 힘이 빠졌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먼저, 김 후보의 부동산 시장에 대한 이해도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핵심 중 하나는 눈먼 거래의 정상화를 통한 시장 안정화다. 그 중심에 세금이 있다.

시민들은 하루가 멀다고 바뀌는 부동산 세법에 계산기를 두드리며 정책을 쫓아가려 한다. 나와 가족이 살 집을 위해서다.

340만 시민의 대표가 되려면 가덕신공항과 2030월드엑스포 등 부산의 미래 청사진 이전에 민생과 직결되는 부동산에 대한 이해와 가치관이 필수적이다.

'부모 자식 간 웃돈 거래'를 부정하는 것은 현재 부동산 정책에 역행할 뿐만 아니라 시장질서에 대한 몰이해로 해석될 수 있다.

두 번째, 김영춘 후보와 민주당 부산시당의 엇박자다.

김 후보는 이날 코너에 몰려 해명하기에 급급했던 박후보에게 카운터펀치를 날리기 위해 달려가던 참이었다.

하지만, 잘못된 작전을 머릿속에 되뇌며 상대를 향해 뛰어드는 김 후보에게 사전에 어느 누구도 작전 미스를 말해주지 않았다는 사실은 미뤄 짐작할 수 있었다.

심지어, 기자회견의 사회를 본 시당 관계자는 '박 후보가 아들로부터 분양권을 샀을 때의 프리미엄 시세가 2~3억원에 달했다'는 부연 설명을 하며 김 후보의 논조를 흩트리기까지했다.

여기에 더해 김 후보 기자회견 직후 열린 박재호 시당위원장 등 부산선대위 지도부 기자회견에서의 조준점은 박 후보의 다운거래 의혹에 맞춰져 있었다.

'왜 프리미엄을 주고 샀느냐'는 김 후보와 '왜 시세보다 싸게 프리미엄을 주고 샀느냐'는 선대위의 배치된 지적은 보는 이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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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CBS 박중석 기자] jspark@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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