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준 청와대 홍보기획관과 MB정부 방송장악

정철운 기자 2021. 3. 20.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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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그의 임기 시절 방송계는 암흑의 시기를 겪었다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의 주요 이력 중 하나는 '이명박 정부 첫 수석급 홍보기획관'이다. 참여정부와 달리 홍보수석실 없이 출발한 이명박정부는 2008년 임기 첫해 MBC 'PD수첩' 광우병 편 방송 이후 시작된 대규모 촛불집회를 거치며 심각한 위기를 겪었다. 그 무렵 KBS·MBC·YTN 등 방송은 정부 비판을 이어갔다. 그리고 그해 6월23일 청와대는 홍보기획관실을 신설했고, 수석급 홍보기획관에 박형준 한나라당 의원을 내정했다.

당시 사실상의 홍보수석실 부활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고자 명칭을 홍보기획관실로 정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기존 홍보기획실에서 하는 일을 확대 강화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무렵 언론은 박형준 신임 홍보기획관을 “한나라당 내 손꼽히는 전략 이론가”라고 소개했다. 박형준 홍보기획관(수석급)은 그해 6월30일 임명장을 받고 이듬해인 2009년 8월31일 정무수석으로 이동할 때까지 홍보기획관실을 책임졌다. 그리고 그의 임기 시절 방송계는 그야말로 암흑의 시기를 겪었다.

박형준 홍보기획관이 임명장을 받고 나서 한 달 뒤, 감사원은 KBS 특별감사 결과 경영부실과 인사권 남용을 이유로 참여정부에서 임명된 정연주 KBS 사장 해임요구안을 가결시켰다. 이후 '8·8사태'로 유명한 8월8일 KBS 이사회에서 정 사장이 해임됐다. 잔여임기가 15개월 남아있던 상황이었다. 이듬해인 2009년 11월 서울행정법원이 정 사장의 해임 처분을 취소했으나 돌아갈 수 없었다. 당시 정 사장은 배임 혐의로 검찰에 기소되기도 했으나 역시 2012년 1월 대법원으로부터 최종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MBC에선 PD들이 체포됐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보도한 PD수첩 제작진 6명의 자택을 검찰이 압수 수색했으며, 2009년 3월과 4월에는 검찰이 이춘근 PD와 김보슬 PD를 체포했다. 당시 검찰 수사는 언론자유를 침해하는 명백한 강압수사였으며, 제작진은 2011년 대법원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처럼 정부 차원에서 이뤄진 당시의 공영방송 장악 시나리오가 불법으로 드러날 것을 청와대가 몰랐을 리 없다. 하지만 밀어붙였다. 누가 주도했을까.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 ⓒ연합뉴스

YTN에선 대규모 해직사태가 벌어졌다. YTN 기자들이 이명박 후보 특보 출신의 구본홍씨가 사장으로 임명되자 강하게 반발하며 파업을 결의했다. 그러자 노종면 노조위원장 등 기자 6명이 그해 10월6일 해고하고 6명을 정직하는 등 33명에 대해 무더기 징계를 내렸다. 이듬해 3월에는 노종면 위원장이 업무방해 등 혐의로 구속됐다. 방송장악에 저항하지 말라는 '본보기'였다. 6명의 해직기자는 문재인정부 들어서야 복직했다. 3249일만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노조의 극한 반발 속에도 임명을 강행했던 구본홍 사장은 정작 2009년 8월 임기를 1년도 못 채우고 갑작스럽게 사퇴했다. 이를 두고 당시 YTN 내에서는 2009년 5월28일자 돌발영상 때문에 구 사장이 청와대로부터 밉보인 탓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5일 뒤, '21년 전 노무현'이란 제목의 영상이었다. “청년 학생들이 죽어가는 것은 감옥에 가서 참회해야 될 사람들이 권력을 잡고 온갖 도둑질을 다 해 먹으면서 바른말 하는 사람들을 데려다 고문하고 죽였기 때문이다”, “적어도 살기가 힘이 들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은 없는 세상이 와야 한다”는 1988년 노무현 의원의 육성이 나갔다.

노종면 전 YTN 노조위원장은 2016년 7월 기자회견에서 “2009년 6월 무렵 구본홍 사장으로부터 직접 하소연을 들었다. '(노 전 대통령의) 육성이 나가고 기타 치는 모습이 나갔다고 난리다'라고 했다”고 폭로했다. 구본홍 전 사장도 이 무렵 미디어오늘에 “노 위원장이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후 국무총리실에서 '현 정부에 대한 충성심과 YTN 개혁에 몸 바칠 각오가 돋보임'이라 평가했던 배석규 전무가 YTN 사장에 올랐다.

2009년 7월 미디어법 날치기 사태는 박형준 청와대 홍보기획관(수석급) 시절 이뤄진 최악의 언론계 사건이었다. 한나라당은 국회 본회의장 국회의장석을 점거하고 신문법, 방송법, IPTV법 개정안 등 미디어 관련 3법을 직권상정해 날치기 처리했다. 국회법에 규정된 법안 심사보고, 제안설명, 질의 및 토의 절차를 모두 생략한 채 표결을 진행했으며, 이 과정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의결정족수를 충족시키려고 대리 투표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줬다. 미디어법의 목적은 거대 신문사에게 보도기능이 가능한 종합편성채널을 허용하는 것이었다.

용산 참사로 정부 비판이 거셌던 2009년 2월에는 청와대 홍보기획관실 행정관이 “용산 사태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군포 연쇄살인 사건을 적극 홍보하라”는 지침을 경찰청에 내렸던 것이 드러나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장악'된 방송에선 이와 관련한 제대로 된 뉴스를 접할 수 없었다. 최근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를 둘러싸고 여러 의혹 제기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 내 손꼽히는 전략 이론가”로 꼽히던 그의 홍보기획관 시절 일어났던 방송장악 사태에 대해 책임을 묻거나, 진상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찾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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