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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사용후핵연료 해결할 독립기관 시급하다

입력 2021. 03. 22. 00:06 수정 2021. 03. 22. 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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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달 경북대 명예교수

원자력발전소에서 배출되는 고준위 폐기물인 사용후핵연료를 처리하기 위한 장소와 정책 준비가 매우 시급하다.

현재 사용후핵연료는 원자력발전소에 임시로 저장되고 있으나 더는 저장할 곳도, 갈 곳도 없는 상황이다. 그동안 열심히 원전을 건설해 경제성장에 필요한 전기를 공급했으나 1978년 고리원전을 가동한 후 43년 동안 정부는 몇 차례 시도는 했지만 어디에, 어떻게 사용후핵연료를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정책을 아직 마련하지 못했다.

세계 최초로 영구 처분장 부지를 선정한 핀란드·스웨덴 등은 원전 가동과 동시에 고준위 폐기물 처분장 마련을 시도했는데도 이제야 처분장 부지 선정에 성공했다. 그만큼 처분장 마련은 기술적, 사회적으로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는 난제다. 한국은 중간 저장시설이나 영구 처분장 아무것도 없다. 기술적으로 영구 처분의 안전성을 실험하는 지하 연구시설조차 없다. 경주에 중저준위 폐기물 처분장이 있지만, 여기에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할 수는 없다.

사용후핵연료 재검토위원회는 지난 21개월 동안 전문가와 시민들의 의견 수렴 과정인 공론화 과정을 통해 관리정책 의제들을 종합적으로 정리한 권고안을 정부에 제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과 시간적 제약 등으로 인해 미흡한 측면이 있었지만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관리정책의 기반을 마련한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공론화 과정을 통해 합의를 이루어낸 부분도 있고 갈등이 여전한 부분도 있다. 이제는 권고안을 하나하나 검토하면서 중요한 정책은 추진해야 할 때다.

가장 우선으로 추진해야 할 것은 체계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관리위원회와 법적 기반을 갖추는 일이다. 핵폐기물 처리는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책임과 권한을 가진 독립기관이 필요하다. 선거관리위원회나 금융위원회와 유사한 행정위원회를 만드는 법적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 이를 통해 주민과의 협의 및 정책 등을 추진하면서 신뢰를 쌓아 나가야 한다. 편향된 자문위원회나 되풀이되는 공론화와 같은 단기적, 임시적, 겉모양만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부처·기관별로 폐쇄적이고 방만한 사용후핵연료 관리체계를 일소하고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체계로 통합해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용후핵연료 관리는 찬핵·반핵을 넘어서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국가적 과제다. 또한 정치·사회적 상황이나 정부의 교체와 관계없이 꾸준히 추진돼야 하는 범국가적 사업임을 명심해야 한다.

김종달 경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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