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폰 결국 매각 아닌 철수 가닥.. "은밀한 M&A 진행 힘들것"

최현주 2021. 3. 2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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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가 지난 1월 11일(현지시간) 'CES(소비자가전전시회) 2021'에서 공개한 롤러블(둘둘 말아 접는 형태) 스마트폰의 펼쳐진 모습. [연합뉴스]

LG전자가 모바일 사업을 철수하는 방량으로 가닥을 잡았다. 다음 달 5일 열릴 LG전자 이사회에서 이 같은 내용으로 최종 결정을 내릴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월 20일 권봉석 LG전자 사장이 사업 ‘전면 재검토’를 공식화한 지 70여 일 만이다.

21일 재계 등에 따르면 LG전자는 다음 달 5일 이사회에서 스마트폰 사업부서인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사업본부의 운영 방향을 결정하는데, 사실상 철수 방식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은밀한 M&A 진행 힘들었을 것”
앞서 지난 1월 LG전자가 MC사업본부 운영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발표한 이후, 회사 안팎에선 매각‧철수‧축소‧유지 등 다양한 가능성이 제기됐다. 지난달만 해도 가장 유력했던 안은 해외 매각이었다. 베트남 빈그룹이나 구글, 페이스북, 폴크스바겐 같은 기업이 매각 대상자로 물망에 올랐다. 하지만 그동안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관계자는 “인수합병(M&A) 협상은 극소수가 은밀하게 진행해야 하는데, 이미 전면 재검토를 공식화한 상황이라 M&A 협상이 효과적으로 이뤄지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 스마트폰 사업부 매출과 영업이익. [자료 LG전자]


MC사업본부 철수가 확정돼도 고려해야 할 사안이 많다. 모바일 사업을 완전히 중단하는 전면 철수가 아닌 ‘부분 철수’를 진행할 수 있다. 부분 철수를 할 경우 지난 1월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인 ‘소비자가전(CES) 2021’에서 호평받았던 롤러블폰(돌돌 말리는 형태의 스마트폰)을 출시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분 철수 땐 ‘롤러블’ 출시할 듯
LG전자는 ‘CES 2021’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5초 남짓한 시간 동안 롤러블폰의 티저 영상을 공개했다. 스마트폰 뒤쪽에 있는 화면이 서서히 펼쳐지면서 태블릿 PC처럼 넓은 화면으로 커졌다. IT 업계와 외신은 폼팩터(Form Factor‧제품 외관)로는 화면이 접히는 폴더블폰보다 낫다는 평을 내놨다. 폴더블폰은 화면을 접었다 펼 때 구조상 두 화면이 접히는 부분에 주름이 생긴다.

관건은 롤러블폰을 통해 안정적인 이익을 거둘 수 있는지다. 스마트폰 폼팩터를 혁신한다는 상징성은 크지만, 아직 시장 규모가 크지 않아서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 서플라이체인컨설팅(DSCC)에 따르면 폴더블·롤러블폰 시장 규모는 지난해 10억 달러(약 1조1000억원) 수준이었다.

LG전자가 지난 1월 온라인으로 열린 세계최대 IT전시회 소비자가전쇼(CES) 2021 LG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공개한 차세대 전략 스마트폰 'LG롤러블'의 구동모습. [영상 LG전자]


직원 3700명 고용 유지할 듯
LG전자는 MC사업본부가 전면 철수하더라도 소속 직원 전원을 전부 다른 부서에 이동 배치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MC사업본부에는 이 회사 전체 인력의 9.5%인 370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스마트폰사업 철수는) 적자 지속 우려와 미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MC사업본부 인력의 재배치로 핵심 기술인재의 이탈 우려도 적은 만큼 기업가치 상승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2020년 국내 스마트폰 시장 브랜드별 점유율.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한편 LG전자의 모바일 사업 철수가 현실화하면 국내 스마트폰 시장 구도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LG전자의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2% 수준이지만, 국내에선 13%를 차지하고 있다. 업계에선 LG전자의 빈자리는 점유율 1위인 삼성전자(65%)와 2위인 애플(21%)이 나눠 갖는 구도가 될 것으로 본다.

애플도 이를 의식한 듯 지난달 서울 여의도에 3년 만에 국내 두 번째 플래그십 스토어인 ‘애플 스토어’를 열면서 한국 소비자에 대한 구애에 나섰다. 신제품 출시 시기도 1차 출시국 이후 한 달 뒤였던 것을 일주일 뒤로 당겼다.

다만 그간 LG전자가 국내에서 프리미엄폰보다는 중저가폰에서 강한 면모를 보였던 만큼 대부분 LG 제품 수요자가 비슷한 금액의 삼성전자 스마트폰으로 갈아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스마트폰의 운영체계(OS)가 같은 것도 이유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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