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풍향계] 아파트 값 폭등으로 '세종시 거주' 어려워진 세종시 공무원들

세종=최효정 기자 2021. 3. 22.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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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과천과 서울에 있던 중앙부처가 세종시로 이전했던 지난 2012~2014년 자녀들의 학교 문제로 경기도 용인 수지에서 출퇴근하기로 했던 한 경제부처 과장 A씨는 요즘 곤혹스러운 처지가 됐다.

올해부터 서울·경기 등 수도권에서 세종으로 오가는 직행 통근 버스 노선이 대폭 축소되면서 출퇴근이 어려워져 세종시 오피스텔 입주를 알아봤지만, 1년 사이 훌쩍 뛴 세종시 집값으로 월세 가격이 감당하기 부담스러운 수준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최근 1~2년 사이에 공직생활을 시작한 새내기 공무원들은 더욱 곤혹스럽다. 막상 세종으로 정착하려고 해도, 세종 이전이 최근에 이뤄진 행정안전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에만 공무원 특별공급 혜택이 유지되기 때문에 아파트 분양 받는 것도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집 값 상승으로 전세가격 또한 크게 올라 "세종시에 뼈를 묻는 것도 선택 받은 일부의 축복이 될 판"이라는 푸념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세종 정부청사 통근버스 주차장./연합뉴스

22일 행정안전부 정부청사관리본부에 따르면 공무원 통근버스는 올해 노선을 40% 감축하고 내년에는 전면 폐지에 들어간다. 통근버스는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각지에서 출발해 정부청사까지 직통으로 갈 수 있어 KTX나 SRT 보다 접근성이 좋아 이용률과 만족도가 높았다. 하지만 이 버스가 폐지되면서 앞으로는 각자 집에서 열차 혹은 고속버스를 타러 역이나 터미널까지 이동한 뒤 또 오송역에서 BRT를 타고 청사까지 가야해 불편함이 배가 될 예정이다.

행안부는 중앙부처의 세종시 이전 이후 8년 가량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더이상 수도권 통근버스를 운행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통근버스 운행이 중앙부처 공무원들의 세종 거주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라는 충청권 지역여론을 행안부가 의식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세종시에 집이 없는 공무원을 위한 단기숙소인 ‘아름관’도 올해부터 가격을 두 배 이상 인상했다. 1박 요금이 큰 방(1호실)은 1만2000원에서 2만5000원으로, 작은 방(2·3호실)은 1만10000원에서 2만2000원으로 올랐다. 아름관은 정부세종청사 인근 아파트를 임대해 공무원 단기숙소로 운영되는 곳으로 하루 수용 인원은 102명이다.
인상된 요금 조차 금전적으로는 큰 부담이 없다고 볼 수 있지만, 공무원 주거문제를 지원하는 상징적 ‘혜택’이 축소됐다는 점에서 정서적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렇다고 부처 이전 결정 당시 수도권에서 세종으로의 출퇴근을 선택한 공무원들이 세종시로 이주하는 것을 결정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1~3단계로 세종시로 이전이 완료된 국무총리실,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공정거래위원회 등은 이미 이전 부처 직원 대상 아파트 특별공급 혜택이 종료됐다.

특공 제도는 세종시 이전기관 종사자들의 안정적인 주거환경 조성과 조기정착을 유도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세종시 특공을 받은 공무원은 총 2만5406명이다. 이 가운데 매매(2854명)나 전매(1762명)를 빼고 2만790명(82%)이 특공받은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세종시 아파트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었다는 점도 공무원들의 세종시 거주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주말 근무를 감수하고 오피스텔 거주를 선택하려고 해도 아파트 가격 폭등에 동반된 전월세 가격 상승이 거주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지난해 7월 정치권에서 국회 이전 등 천도론이 불거지면서 세종시 아파트는 매매가(44.93%)·전셋값(60.60%) 상승률 모두 '전국 1위'를 찍었다. 세종시 아파트 공시가격은 전년대비 70.68% 급등했다. 공동주택 공시가격 중위값은 서울(3억8000만원)보다도 높은 4억2300만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비쌌다.

실제 기존의 2배 이상 오른금액으로 전세계약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전셋값이 4억원 수준이었던 가온2단지 한신휴플러스제일풍경채 아파트(전용면적 128.9㎡)는 지난달 7억1000만원에 전세 계약됐다. 전세가율은 70% 수준으로, 매매가격이 10억원을 넘기면서 전세가격도 급등했다. 이에 하우스쉐어나 1~2년 거주할 숙소를 임대하기에도 부담이 늘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최근 임용된 젊은 사무관들은 박탈감이 더 크다. 국과장급이나 서기관 등 선배 공무원들처럼 특공 혜택은 누려보지도 못한데다 그나마 서울보다 집값이 저렴해 비교적 이르게 정착할 수 있던 장점조차 없어졌기 때문이다. 젊은층이 주로 찾는 오피스텔의 전월세 가격도 아파트 가격 상승의 풍선효과로 덩달아 뛰어오르고 있어 주거비 부담도 늘고 있다.

지난해 세종시 오피스텔 매매 가격 상승폭은 세종이 0.43%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고, 오피스텔 전세 값도 세종이 1.97%로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으며, 월세도 0.99%로 가장 많이 올랐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2020년 4분기 시도별 오피스텔 전세가율’을 보면 세종은 91.63%로 전국 최고다.

한 경제부처 사무관은 "공무원 세종 생활의 유일한 장점은 서울이나 수도권과 비교했을 때 비교적 내집마련의 꿈을 이루기가 쉬웠다는 점이었는데, 특공 폐지에 집 값 폭등으로 불과 임용 1~2년을 차이로 그 꿈이 물건너 간 꼴이 됐다"며 "적당한 시점에 세종에 집을 구매하고 정착하는 것이 목표였는데 지붕위의 닭 쫓던 개가 된 것처럼 허탈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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