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 "北 주장 믿는 일이 있는 한 北은 제2, 제3 천안함 사태 언제든 일으킬 것"

정충신 기자 2021. 3. 22.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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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전역한 최원일 예비역 해군대령이 “전역 후에도 천안함 피격사건 실상을 알리는 영원한 천안함 함장으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최원일 예비역 대령 제공
2011년 3월26일 천안함 폭침 1주년에 백령도 천안함 위령탑 앞에서 생존 장병들과 함께 한 최원일 천안함 함장. 최원일 예비역 대령 제공
최원일 104명 승조원 명단과 최원일 천안함 함장. 최원일 예비역 대령 제공
2010년 3월26일 천안함이 북한 어뢰에 피격 당하기 전 마지막 출항하는 모습. 최원일 예비역 대령 제공

“천안함 피격사건을 전·현 정부와 군이 정치도구로 이용해 국론 분열 유언비어 음모설 확산”

박영선 의원 2010년 기뢰폭발설 주장에 “할 말 많지만 선거 영향 주는 발언 지금 않겠다.”

“생존 장병들은 보상과 수사적 격려보다 단지 살아 돌아와줘서 고맙다는 그 한마디 듣고 싶어 한다”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 당시 함장이었던 최원일(53·해사 45기) 예비역 대령은 “천안함 사태에서 올바른 교훈을 도출하지 않고 오히려 북한의 주장을 믿는 일이 있는 한 북한은 제2, 제3의 천안함 사태를 언제든지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전역한 최 전 천안함 함장은 오는 26일 천안함 폭침 11주년 및 서해수호의날을 앞두고 22일 문화일보와 인터뷰에서 북한의 기습 어뢰 공격에 정부와 군 지휘부가 제대로 응징 못한 것과 관련, “(말뿐인) 수사(修辭)적인 응징과 행정적인 응징으로 일관한 데 대해 상당히 안타깝다”며 “적은 우리의 대응 방식을 잘 알기에 여전히 도발을 감행하고 부인하기를 반복하고 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최 전 함장은 천안함 기뢰폭발설 내부폭발설 좌초설 미군 오폭설 등 각종 음모설이 11년이 지나도록 가라앉지 않은 것에 대해 “유언비어와 가짜뉴스를 양산하는 분들도 문제지만 이 지경까지 오게 한 전 정부, 현 정부와 군의 잘못이 크다”며 “천안함 피격사건을 정치도구로 이용하다 보니 국민과 국론이 갈라졌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전상태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접적해역에서 경비함이 두 동강이 났는데 처음부터 적의 소행 가능성을 먼저 조사해야 했음에도 당시 생존자 대상으로 함정에서의 반란이나 선체 내부 폭발 등 사고 원인부터 먼저 심문하고 조사했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2010년 더불어민주당 천안함침몰진상규명특위 위원이었던 박영선 의원이 사고 후 ‘미군의 오폭 등 천안함 침몰 사건설’에 이어 그해 10월 국감에서 기뢰폭발설을 제기한 것과 관련, “할 말이 많지만 정치와 (서울시장) 선거에 영향을 주는 언급은 지금은 하지 않겠다”며 “앞으로 기회가 되면 소견을 밝힐 것”이라고 답변을 피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2010년 3월 26일 밤 9시 22분 천안함 폭침 사건이 발생할 당시 위에서 내려온 정보 판단은 어떠했습니까. 북한의 공격 등 위협을 예상했는지 궁금합니다. 예상했든 못했든 간에 전방해역에서 작전 수행 중이었는데, 어찌 됐든 결과적으로 북한의 어뢰 공격을 포착하고 막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정확한 정보판단 내용은 밝히기 힘들지만 당일인 3월 26일 오전 6시 43분 문자정보망으로 적 잠수정이 항구에서 사라졌다는 내용을 받았지만 곧이어 잠수정이 기지 앞에서 통상활동을 하고 있다고 정보 분석한 전문을 받았습니다. 현재는 아니지만 당시 음탐기 제원이나 성능으로는 잠수정이나 어뢰를 탐지할 수 없었으며, 합참, 해군작전사령부 등 상급부대가 적의 특이동향이 없는 것으로 판단한 정보로 대잠 경계등급 상향이 없는 평상작전 상태의 경비와 당시 적 해안포, 유도탄 도발을 막을 수 있다고 작전 판단한 좁은 백령도 음영구역(탐지하기 어려운 구역)에서는 적의 어뢰 공격을 막기는 불가능하였습니다.”

―천안함 폭침 사건 이후 당시 일부 언론에서 당시 미스코리아 행사 등을 TV로 보기 위해 운항금지 구역을 항해하고 대피했다는 식으로 보도하는 바람에 국민 중에는 방심하다가 경계 실패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데 이러한 지적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당시 여러 작전 여건을 고려해 우리 해군의 대처에 문제가 없었는지요.

“위에 설명한 당시 백령도 음영 작전구역은 예전에는 작전수행하지 않던 구역으로 많은 예비역 해군 장성이나 영관장교들이 언론에 나와 경비구역에 대해 의혹을 제기한 것도 초기 혼란이 발생한 사유 중 하나입니다. 천안함이 백령도에 바짝 붙어 경비하는 모습은 2010년 1월 27일 MBC 9시 뉴스에도 보도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예전과 달리 2000년대 이후 해군함정은 위성방송 장치가 장착되어 TV를 보기 위해 육지에 근접하지 않습니다. 해군의 대처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적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고 적에 대한 정보판단을 잘못한 정보의 문제가 가장 크다고 판단됩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천안함 침몰 보고를 받고 ‘(북한 소행이라고)예단을 하고 대처하지 말라’는 식으로 지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청와대가 예상 못했다기보다 정상회담 밀약 중인 상황에 적의 도발을 믿고 싶지 않았다고 봅니다.”

최 전 천안함 함장은 일부 언론 인터뷰에서 “천안함 사건 이후 청와대의 첫 반응이 북한의 공격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것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내가 배를 만들어 봐서 아는데 배가 생각보다 쉽게 부러질 수 있다’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 처음 이렇게 시작을 하니 국방부 장관은 청와대 눈치를 보고 참모총장은 장관 눈치를 보면서 누구도 북한 공격 가능성을 주장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구체적 물증이 없고 6·25전쟁 후 북한이 우리 함정을 어뢰로 공격한 적이 없는 상황에서 곧바로 북한의 소행이거나 어뢰 공격이라고 판단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그러다 보니 기뢰폭발설, 좌초설, 피로골절설, 미군 오폭설 등 각종 억측이 난무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합동조사단에 의해 어뢰 추진체가 서해에서 발견된 뒤에야 군 지휘부가 북한 어뢰 공격을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함장으로서 당시 누구의 소행이었는지, 어떤 공격이었는지를 어떻게 판단했습니까. 워낙 경황이 없어 처음부터 제대로 판단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 점이 문제입니다. 정전상태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접적해역에서 경비함이 두 동강이 났는데 처음부터 적의 소행 가능성을 먼저 조사해야 했습니다. 당시에는 함정에서의 반란이나 자체 폭발 등 사고 원인부터 먼저 심문하고 조사하였습니다.”

―천안함 폭침 이후 북한의 어뢰 공격이 국제조사단에 의해 드러났습니다. 북한의 천인공노할 기습공격에 의해 수많은 장병이 희생됐는데도 군 지휘부는 제대로 응징을 못해 안타깝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함장으로서 어떻게 판단했습니까.

“ (말뿐인) 수사(修辭)적인 응징과 행정적인 응징으로 일관한 데 대해 상당히 안타깝게 생각하는 바입니다. 적은 우리의 대응 방식을 잘 알기에 여전히 도발을 감행하고 부인하고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2010년 더불어민주당 천안함침몰진상규명특위 위원이었던 박영선(현 서울시장 후보)이 사고 직후인 그해 4월 합동참모본부를 찾아가 ‘미군의 오폭 등 천안함 침몰 사건설’을 제기했습니다. 그해 10월 국회 법사위 국감에서는 국제조사단에 의해 북한 어뢰 공격이란 최종 결론이 나왔음에도 기뢰폭발설을 주장해 논란이 됐습니다. 당시 박 의원은 ‘천안함이 사고 당일 오후 9시 5분부터 9분 사이에 남동쪽으로 항해하다가 북서진하기 위해 유턴하는 과정에서 속도를 6.5노트에서 9노트로 급격히 올렸다. 이는 회전을 하면서 뭔가 그물망에 스크루가 걸렸던지 어떤 장애물이 나타나 거기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속력을 올린 것 아니냐’며 기뢰폭발설을 제기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할 말이 많지만 정치와 선거에 영향을 주는 언급은 지금은 하지 않겠습니다. 앞으로 기회가 되면 소견을 밝힐 것입니다.”

―좌초설, 기뢰폭파설, 내부폭발설 등 천안함 폭침 원인과 관련해 온갖 유언비어성 가짜뉴스가 난무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왜 지금도 그 같은 유언비어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유언비어와 가짜뉴스를 하시는 분들보다 이 지경까지 오게 한 전 정부, 현 정부와 군의 잘못이 크다고 봅니다. 천안함 피격사건을 정치도구로 이용하다 보니 국민과 국론이 갈라지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서해에서 우리 함정 공격을 위해 소형 잠수함이나 잠수정을 건조해 훈련해온 것으로 나중에 드러났는데, 여기에 대해 우리 군이 충분한 정보를 얻지 못했고, 미리 준비하고 대처하지 못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당시 서해에서의 잠수함 위협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정보와 작전의 미흡함이라 생각됩니다.”

―북한이 앞으로도 제2의 천안함 사태를 일으킬 수 있다고 보시는지요.

“올바른 교훈을 도출하지 않고 오히려 북한의 주장을 믿는 일이 있는 한 제2, 제3의 천안함 사태는 언제든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함장으로서 그동안 천안함 생존 장병들에 대한 우리 사회 관심과 대우가 미흡한 데 대해 아쉬움이 많은 것 같습니다. 국가 유공자 대우라든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앓은 장병들이 제법 많은 것 같습니다.

“실제 PTSD가 심각해 유공자 신청도 못 하고 숨어 지내는 대원들도 많고 아직도 음모론에 힘들어하는 일이 너무 많습니다. 국가보훈처, 국방부 등 정부와 군이 먼저 다가와 살피는 것이 절실합니다.”

―천안함 생존 장병의 치유를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천안함 생존장병들은 어떤 보상과 수사적 격려보다 단지 살아 돌아와줘서 고맙다는 그 한마디를 듣고 싶어 합니다.”

―퇴역 후 천안함 함장으로서 앞으로 어떤 일을 해나갈 생각입니까.

“현역으로서의 천안함장은 끝났지만 사회에서 안보의식을 고취하고 천안함 피격사건을 바로 알리는 영원한 함장으로 남고 싶습니다.”

―오는 26일 천안함 폭침 11주년을 맞아 우리 국민에게 꼭 당부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천안함 피격 11주기를 맞아 천안함 피격사건을 기억해 주시고 장병과 가족들을 걱정하고 격려해 주시는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하늘에 있는 46인의 전우들과 58인의 생존 장병의 부모, 자녀들이 더 이상 주눅 들지 않고 천안함 가족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떳떳하게 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언론에 기사가 나오고 여전히 악플이 만연하고 있습니다. 천안함과 생존장병들에 대한 모욕은 더 이상 되풀이되지 않으면 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여러분들이 따뜻한 방에서 쓰는 악플에 힘들어하는 천안함 유족과 생존장병들이 있다는 것을 국민이 기억해주셨으면 합니다.”

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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