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칭화유니 해외 자산 동결 요청..반도체 굴기 무너지나

박종원 2021. 3. 2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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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2월 29일 중국 베이징의 칭화유니 연구 센터에서 촬영된 중국산 반도체.로이터뉴스1

[파이낸셜뉴스] 지난해부터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빠진 중국 칭화유니그룹이 해외 자산마저 처분할 수 없는 위기에 몰렸다. 한때 중국 반도체 자급 계획의 선봉이었던 칭화유니는 중국 공산당 정부의 대대적인 채무 탕감 없이는 자체 회생이 어려울 전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1일(현지시간) 보도에서 홍콩 법원에 제출된 서류를 인용해 홍콩 지역 칭화유니 채권단이 칭화유니 해외 자산 동결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관계자에 의하면 채권단은 지난달 제출한 요청서에서 칭하유니가 중국 본토 외 역외 자산을 처분해 중국 본토로 옮기지 못하도록 요청했다. 관계자는 “해당 요청이 통과될 경우 칭화유니는 본토의 채무 조정을 위해 해외 자산을 처분해서 돈을 옮기지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칭화유니의 정확한 해외 자산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다.

칭화유니는 중국 국립 칭화대학이 1988년 설립한 반도체 전문 그룹으로 중국 정부의 국무원이 경영하는 사실상 국유기업이다. 산하에 메모리업체 양쯔메모리, 통신칩 설계전문업체 쯔광짠루이 등이 있다.

칭화유니는 미국과 무역전쟁 와중에 중국의 반도체 자립 전략의 선봉이었다. 중국 화웨이의 설계 전문 자회사 하이실리콘이 미국의 제재를 받자 연구 인력 대부분을 쯔광짠루이로 이동시키기도 했다. 양쯔메모리는 충칭시와 함께 메모리 분야에 향후 10년간 8000억위안(약 138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내놓았으며 2017년에는 각종 국영 조직으로부터 220억달러 규모의 자금을 지원받기도 했다. 칭화유니의 자오웨이궈 최고경영자(CEO)는 국가 지원을 바탕으로 대대적인 인수 합병(M&A)을 시작해 2018년에는 약 3조원을 들여 프랑스 스마트칩 업체 랑셍을 인수했다. 휴렛팩커드나 웨스턴디지탈 같은 서방 기업에서 사업부 및 지분도 사들였다.

그러나 칭화유니는 반도체 업계의 고질적인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홍콩성시대학에서 중국 산업정책을 연구하는 더글라스 풀러 교수는 2013년 칭화유니의 스프레드트럼 인수 등을 지적하며 M&A 가격이 너무 비쌌고 사들인 기업들이 수익을 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칭화유니의 계열사인 창신메모리와 양쯔메모리를 언급하며 “이들이 가까운 시일 내에 해외 경쟁사를 위협할 수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창신메모리는 중국 최초로 메모리반도체를 독자 개발했으나 지난해 미국 마이크론과 특허 시비가 붙기도 했다.

다국적 채무 전문 통신사 데트와이어에 의하면 칭화유니의 채무는 2020년 6월 기준으로 2029억위안(약 35조2274억원)으로 이 가운데 4분의 1은 올해 중반에 만기가 돌아온다. 칭화유니는 이미 지난해 11월부터 연쇄적으로 중국 본토 회사채 만기를 못 갚아 디폴트를 선언했다. FT는 해외 채권자들이 칭화유니가 해외 채권 역시 갚지 못하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있다며 이번 홍콩 법원에 제출된 요청이 통과되면 칭화유니가 해외 자산을 팔아 빚을 갚을 길이 막힌다고 예측했다.

결국 칭화유니가 살아나는 방법은 중국 공산당의 채무 탕감뿐이다. 캐나다 컨설팅업체 셀시어스 그룹은 자오웨이궈가 과거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 및 그의 아들인 후하이펑과 연줄로 혜택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시진핑 국가주석과 후진타오 계열의 정치적 긴장으로 인해 칭화유니의 채무탕감 가능성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칭화유니는 지난해 디폴트 이후에도 대규모 채무 조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한편 이번 홍콩 법원 결정이 투자자들의 뜻대로 나올 지는 불분명하다. 일부 투자자들은 이번 요청에 칭화유니에 보다 나은 투명성을 요구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설명했다. FT는 중국 국영기업에 투자한 다른 해외 투자자들도 이번 홍콩 법원의 결단을 주목하고 있다며 비금융 중국 기업들이 역외에서 달러로 발행한 회사채 규모가 5750억달러(약 649조원)라고 강조했다. 이 가운데 720억달러는 올해 만기가 돌아온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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