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 포로'까지 적시한 UN 北인권결의안 채택..코너 몰린 文정부

정진우 2021. 3. 23.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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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북한인권결의안 23일 채택
北 인권침해 사례로 '국군포로' 적시
정작 韓은 3년째 공동제안국서 빠져
국제사회서 '인권 외면국' 낙인 우려
23일(현지시간) 유엔 인권이사회가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할 예정이다. 해당 결의안엔 사상 처음으로 북한 인권 문제 중 국군포로를 인권침해 사례로 언급하는 내용이 담겼다. 한국은 결의안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하지 않는다. 2019년 이후 3년 연속 북한인권결의안 불참국이 되는 셈이다. 사진은 2019년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서 북한인권결의안 처리하는 모습. [연합뉴스]

유엔 인권이사회의 북한인권결의안에 처음으로 국군 포로와 그 후손들에 대한 인권 탄압 문제가 적시됐다.

23일(현지시간) 제46차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채택된 이 결의안에는 “송환되지 않은 북한 내 전쟁포로(국군포로) 및 그 후손들이 지속적인 인권침해에 시달리는 데 대한 우려를 표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지난해 결의안에 북한에 억류·거주 중인 납북자 문제가 포함된 데 이어 올해에는 국군포로 문제까지 인권 침해 사례로 언급한 것이다. 남북 갈등을 우려해 국군 포로 등 북한 인권 문제에 미온적으로 대응한다는 평가를 받아 온 문재인 정부 입장은 더욱 곤혹스러워질 전망이다.

결의안엔 국군포로 문제 해결을 위한 시스템 마련을 요구하는 내용도 담겼다. 국군포로 문제가 지난 11일 유럽연합(EU)이 제출한 북한인권결의안 초안에 담긴 “북한에서 오랜 시간 자행됐고 지금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광범위하고 중대한 인권 유린”의 대표적 사례에 해당한다는 의미다. 특히 결의안은 국군포로 문제 등 북한 인권 탄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사회의 노력과 함께 남북 간 대화와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 유엔 인권이사회 차원에서 한국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태도로 나서달라는 요청이 제기된 셈이다.


北 인권문제 화두 된 '국군 포로'

2014년 유엔 인권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전쟁 이후 북한에 잔류한 국군포로는 5만여명에 달한다. 이들 중 상당수는 북한 탄광에서 노예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사진은 1950년 12월 4일 거제 포로수용소에서 전쟁 포로들이 교회 앞에서 합창 연습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실제 북한인권시민연합이 지난달 발표한 국군포로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전쟁 국군포로와 그 후손 중 상당수는 여전히 북한 탄광에서 노예노동에 시달렸다. 보고서는 북한 당국이 국군 포로뿐 아니라 후손에게도 광산 노동을 강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4년 작성된 유엔 인권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전쟁 이후 최소 5만여 명의 국군 포로들이 북한에 잔류했다. 한국 정부는 국군포로 중 상당수를 전사자로 처리했으나, 이들 중 일부가 탈북해 한국으로 돌아오는 등 실태 파악조차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상태다.

국군포로 실태 보고서를 작성한 조애나 호사니악 북한인권시민연합 부국장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북한인권결의안엔 북한에 남아있는 국군포로와 후손들에 대한 인권 침해 문제는 물론, 문제 해결을 위해 서울 유엔 현장사무소의 인력을 확대해 추가 조치를 강구하는 등의 조치도 담겼다”며 “문재인 정부가 북한과의 관계 개선 및 남북 대화를 위해 국군 포로 문제를 외면하던 상황에서 벗어나 적극적이고 전향적인 조치를 취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결의안엔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국경 인근에서 과도한 무력 행위를 일삼는 북한의 행태에 대한 비판도 담겼다. 이는 마크 캐세이어 주제네바 미국대표부 대리대사가 지난 11일 화상으로 열린 유엔 정기 인권이사회에서 “(북한) 국경에서 사살(shoot to kill) 명령이 이뤄지고 있다는 보고에 대해 규탄한다”고 말한 것과 동일한 지적으로 지난해 한국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사건과도 관련되는 내용이다. 결의안에는 또 “북한은 즉각 국경을 재개방해 인도주의 단체들이 식량, 의약품, 농산물 등 긴급히 필요한 인도주의 물품을 제공하는 활동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권고도 담겼다.


국제사회 '인권' 외침에 한국은 '침묵'
유엔인권이사회는 2003년부터 매년 북한의 인권 상황에 대한 종합적 평가와 함께 인권 탄압 중단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긴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해왔다. 올해는 미국과 일본 등 43개국이 결의안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했지만 한국은 빠졌다. 앞서 한국 정부는 2008~2018년에는 11년 연속으로 결의안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했지만 2019년부터는 ‘한반도 정세 등 제반 상황’을 이유로 3년째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을 잔여 임기 동안의 핵심 목표로 설정한 문재인 정부 입장에선 결의안 참여가 남북갈등 국면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탓으로 풀이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와 관련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입장을 정한 것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18일 한미 외교국방(2+2) 장관 회의 직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북한 인권을 비판하는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블링컨 장관은 또 이날 SBS와의 인터뷰에서 인권과 민주주의를 미국 외교정책의 중심에 두겠다고 점을 강조하며 이는 '선택적 기반'에 따른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보편적 가치에 해당하는 인권 문제에 대해선 동맹 관계라 할지라도 같은 기준과 잣대를 요청하겠다는 의미다. [뉴스1]

반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인 2018년 6월 유엔 인권이사회를 탈퇴한 이후 결의안에 참여하지 않았던 미국은 올해 약 3년 만에 공동제안국으로 복귀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달 이사회 복귀를 선언한 데 이어 북한 인권 결의에 대한 지지도 적극적으로 촉구하고 나섰다.

이같은 상황에서 한국의 북한인권결의안 불참 등 북한 인권에 대한 미온적 대응이 한·미 간 갈등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미국 내에서 제기되고 있다.특히 북한 인권 문제에 무관심했던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바이든 행정부는 인권 문제를 대북정책의 중심축에 놓겠다고 이미 공언한 상태다. 최근 방한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이와 관련해 인권과 민주주의 문제는 ‘선택적 기반(selective basis)’에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여기에 최근 EU까지 인권 유린 책임을 물어 북한 주요 인사들을 제재하고 나선 상황이라 한국의 불참은 더욱 도드라질 수 있고, 국제 사회에서 '인권 외면국'으로 낙인찍힐 위험도 크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한·미 간에는 인권 문제 등 국제사회의 중요한 문제에 대해서 양자·다자 채널로 계기가 될 때마다 당연히 소통한다”면서도 이번 결의안 불참과 관련해선 “특정 사안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미국과) 어떤 의견 교환이 있었고, 구체적인 반응이 있었냐고 묻는다면 답할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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