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기 배당' 나선 SKT, 중간지주사 전환 채비..올해 실행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차민영 기자] SK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인 SK텔레콤이 3개월마다 배당금을 지급하는 ‘분기 배당’ 카드를 꺼내 들며 기업 가치 끌어올리기 총력전을 펼친다. 사실상 올해가 데드라인인 중간지주사 전환을 위한 준비 작업의 일환이다. SK텔레콤은 연내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실행하겠다는 방침도 공식 확인했다.
◇분기 배당 신설…기업 가치 끌어올린다
SK텔레콤은 25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 T타워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중간 배당’을 삭제하고 분기 배당을 신설하는 내용의 정관 일부 변경의 건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은 지난 16년간 매년 6월 말께 한 차례 더 중간 배당을 지급했던 기존 방식을 버리고 분기별로 네 차례 배당금을 지급하게 된다.
이는 투자 매력을 끌어올려 기업 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것이다. 자사주 매입,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확대 등 그간 박정호 SK텔레콤 최고경영자(CEO)가 추진해온 행보와도 맥락을 같이한다. 주주친화 정책으로 손꼽히는 분기 배당은 일정한 현금 흐름을 가능하게 해 배당주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카드로 평가된다. 배당락일 후 주가가 급락하는 기존 체제와 달리 변동성이 낮기 때문이다.
박 CEO는 "분기배당이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다는 평가가 있었다"며 "예측 가능성 높아지고 주주가치가 더 제고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배당총액과 관련한 질문에는 "지금보다 배당이 적어진다는 우려는 안하셔도 된다"고 답했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 포스코 등 일부 기업만 분기 배당을 도입했다. 이승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주 환원 정책 강화의 의미"라며 "국내에서 분기 배당을 실시하는 기업은 5곳으로, 분기 배당을 시작한 해의 주가는 평균 31.3%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중간지주사 전환...박정호 "올해 반드시 실행"
시장에서는 SK텔레콤의 분기 배당 신설을 그룹 지배구조 개편이 본격화했다는 신호로 바라보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2016), 휠라코리아(2019) 역시 지주회사 전환 이슈가 부각되거나 추진하는 과정에서 분기 배당을 도입했다.
SK텔레콤의 경우 중간지주사와 통신사업 중심의 사업회사로 쪼개는 과정에서 사업회사의 기업 가치를 주주들에게 어필하기 위해서라도 배당 매력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조만간 단행될 중간지주사 전환을 위한 기초 작업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분할 후 통신사업 회사에 분기 배당을 실시함으로써 주가 안정화를 도모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주총에서는 SK텔레콤의 중간지주사 전환과 관련한 안건이 포함되지 않았다. SK텔레콤은 내년 공정거래법 시행으로 연내 중간지주사 전환을 마무리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밑그림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박 CEO는 "주주 여러분께 가장 많은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올해는 반드시 지배구조 개편을 실행하겠다"고 확인했다. 그는 "상반기도 아니고, 곧 구체화되는 대로 따로 설명드리겠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SK텔레콤을 중간지주사로 전환할 경우 인적분할해 투자회사와 통신을 전문으로 하는 사업회사로 분리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회사가 SK하이닉스, 11번가 등을 자회사로 두며 신사업 성장을 가속화하는 구도다.
SK텔레콤은 신사업 자회사의 기업공개(IPO)도 본격화한다. 올해 원스토어에 이어 내년 ADT캡스, 2023년 SK브로드밴드, 웨이브가 줄줄이 대기 중이다. 최근 SK텔레콤이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뛰어든 것도 커머스 자회사 11번가의 경쟁력을 확보함으로써 시장에서 제대로 된 기업 가치를 인정받기 위한 행보로 평가된다. 증권가에서는 이들 신사업 자회사의 전체 기업 가치가 2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SK텔레콤은 이날 주총에서 유영상 MNO사업대표 사내이사 재선임, 윤영민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의 사외이사 재선임 및 감사위원회 선임 등 안건을 의결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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