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급한데".. 인도, 코로나 백신 수출 일시중단

임규민 기자 2021. 3. 25.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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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세계 최대 백신 제조사인 세룸인스티튜트가 생산하는 아스트라제네카 개발 백신 '코비실드'. 이 회사는 아스트라제네카와 백신 생산 계약을 맺을 때, 단순 위탁 생산이 아니라 제조사가 일정 물량을 자체적으로 처분할 수 있는 기술 이전 방식으로 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덕분에 일정 물량을 비축할 수 있고, 이 백신에 ‘코비실드’라는 자체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AFP 연합뉴스

인도 정부가 자국에서 생산하는 글로벌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 백신 수출을 일시 중단했다고 BBC가 25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최근 인도 내 코로나 2차 확산세가 뚜렷해지면서 자국민 백신 접종을 위한 공급량을 비축하기 위해서다. 앞서 인도는 아스트라제네카와 단순 위탁 생산이 아니라 제조사가 일정 물량을 자체적으로 처분할 수 있는 기술 이전 방식으로 계약해 일정 물량을 비축할 수 있었고, 이 백신에 ‘코비실드’라는 자체 이름을 붙여 주변국에 제공하고 있었다. 인도로부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공급받아온 중·저소득 국가들의 백신 수급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전망이다.

25일 인도 외교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인도는 아프리카 나미비아, 남미 볼리비아에게 코로나 백신을 공급한 지난 18일 이후 별도 수출 일정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있다. BBC는 인도 외교부 소식통을 인용해 “최근 인도 내 코로나 사태가 심각해짐에 따라 자국 내 백신 수요가 늘 것으로 예상해 백신 수출이 잠시 보류됐다”고 전했다. BBC에 따르면 ‘코비실드’를 생산하고 있는 인도의 세계 최대 백신 제조사인 세룸인스티튜트는 이미 영국·브라질·사우디아라비아·모로코 등 일부 국가에 최근 계약한 백신 공급을 지연해 오고 있었다.

실제 인도 내 코로나 상황은 ‘2차 유행’이라 할 정도로 심각해지고 있다. 인도에서는 24일 하루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4만7000명, 새 사망자가 275명이 나와 올해 들어 각각 최고 수치를 기록했다. 미 존스홉킨스대 코로나 통계에 따르면 인도는 작년 9월 하루 10만명에 육박하는 코로나 확산 절정기를 지나 올해 2월 초 하루 신규 확진자가 1만명대로 떨어지며 소강상태를 보였다. 그러다 이달 들어 하루 감염자가 급증해 4만명선을 돌파했다. 인도 외교부 당국자는 로이터통신에 “인도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수출은 없다”고 밝혔다.

재차 번지는 코로나 확산세에 비해 인도의 백신 접종률은 크게 낮다. 영국 옥스퍼드대의 통계 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23일 기준 인도의 1회 이상 코로나 백신 접종률은 3.1%(5084만명)를 기록했다. 엇비슷한 시기에 접종을 시작한 영국(41.7%)·미국(25.1%)·이스라엘(60%)·UAE(35.2%)에 확연히 밀린다. 당초 인도 정부가 첫 백신 접종 후 7개월간 전체 6억회분 접종을 목표로 1달 8500만회분의 백신을 맞히겠다고 공언한 것에도 크게 못미친다.

하르시 바단 인도 보건부장관이 지난 1월 16일(현지 시각) 인도 수도 뉴델리의 한 병원에서 열린 백신 접종 켐페인에서 자국산 백신 '코박신'이 담긴 병을 들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에 인도 정부는 접종률을 높이기 위한 대책으로 다음 달 1일부터 45세 이상 국민에게로 백신 접종 대상을 확대하기로 했다. 기존 인도에선 우선 접종 대상자인 의료진·군경과 60세 이상 또는 45세 이상 만성 질환자에게만 접종을 허용해왔다. 접종 대상이 확대함에 따라 자국민 보급 백신을 더 비축해야할 필요가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인도 외교부 한 관계자는 BBC에 “수출 중단은 일시적 조치지만 국내 수요가 우선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백신 제조 중심 기지로 활약해온 인도가 수출을 중단하면서 각국의 백신 수급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전망이다. BBC에 따르면 인도는 현재까지 76개국에 코로나 백신 6000여만회분을 수출했다. 인도 정부는 오는 3월 말까지 전 세계 60개 개도국에 1억6000만회분을 공급할 방침이었다. 남아시아 맹주(盟主)를 자처하며 스리랑카·부탄 등 인근 국가들에 백신을 무료로 나눠주는 ‘백신 외교’도 펼쳐왔다. BBC·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중·저개발국 국가를 지원하기 위한 백신 분배 국제 프로젝트인 ‘코백스’의 190여개국이 인도의 백신 공급 중단에 영향을 받을 예정이라고 한다.

인도의 백신 수출 중단 사태는 오는 5월쯤 풀릴 전망이다. BBC가 인용한 인도 외교부 소식통들은 5월쯤 1개 이상의 백신이 추가로 긴급 사용 승인을 얻어 인도 내 백신 접종 수급 상황도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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