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원한 카자흐 '황금 인간'..신라 왕 복식과 닮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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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0년 전 중앙아시아 무덤에서 온 '황금 인간'이 눈앞에 서 있었다.
관장인 박천수 고고인류학과 교수는 "황금 인간이 나온 이식 쿠르간의 연대는 기원전 4세기이고, 황금 유물이 나온 신라 고분은 기원후 5세기여서 상당한 시차가 있다. 하지만 신라 황금 문화의 원류가 기원전 북방 초원문화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사실을 복식문화를 통해 실감나게 드러내 보여준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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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0년 전 중앙아시아 무덤에서 온 ‘황금 인간’이 눈앞에 서 있었다. 머리에 쓴 고깔부터 몸에 두른 가죽 상의와 허리띠, 띠 꾸미개, 발에 신은 가죽 장화까지 온통 황금 일색이다. 이 황금 인간의 나이는 15~18살. 꽃다운 청년이었다.
중앙아시아 실크로드 발굴사에서 놀라운 발견으로 손꼽히는 카자흐스탄 톈산산맥 기슭의 이식 쿠르간 고분의 황금 인간. 이 황금 장식을 둘러쓴 무덤의 주인은 어떻게 살다 죽음을 맞은 것일까. 이 놀라운 출토품을 대구 경북대박물관이 일대일 구도로 복원한 작품을 선보인다. 이 학교 실크로드 조사연구센터와 함께 지난달부터 마련한 특별전 ‘유라시아 실크로드 복식교류’에서다.
새달 29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카자흐스탄 이식 쿠르간 출토 황금 복식의 정밀한 복원에 초점을 맞췄다. 경북대 고고인류학과 연구팀원들이 1970년대 발굴된 이식 쿠르간 고분 보고서를 토대로 설계도를 만들었고, 지난해 6~10월 경주의 신라 금속공예 공방 장인들과 머리를 맞대고 복원작업을 벌였다. 황금 인간은 다양한 황금 장신구가 달린 가죽 상의와 띠 꾸미개가 달린 허리띠, 장식이 풍부한 고깔형 관, 가죽 신발로 구성된 복식이 특징이다. 직접 금속판을 자르고 끼워 맞춰 황금 인간의 고깔과 몸, 신발에 붙인 각종 장신구와 공예 유물을 거의 똑같이 복원해냈다. 고깔의 문양으로 등장하는 나무와 새는 경주 서봉총 출토 금관의 문양과 흡사해 그 연관성을 두고 의문을 자아낸다.
이번 전시는 금관을 비롯해 목걸이, 귀걸이, 허리띠 장식, 금동 신발 등 황금으로 온몸을 장식하는 신라 특유의 매장 문화의 원류를 보여주기 위한 기획이다. 이를 반영하듯 고신라 왕의 황금 유물 착장 복식상이 입구 들머리의 카자흐스탄 황금 인간 복원품과 마주 보는 구도로 배치됐다. 금관총, 황남대총, 서봉총 등 경주 왕릉급 고분에서 나온 금관, 목걸이, 과대, 팔찌, 신발 등 화려한 황금 유물을 복식에 두른 신라 왕의 재현상이다. 신라 특유의 황금 장식 문화를 상징하는 이 작품은 한눈에도 황금 인간과 연관성이 뚜렷하다. 관장인 박천수 고고인류학과 교수는 “황금 인간이 나온 이식 쿠르간의 연대는 기원전 4세기이고, 황금 유물이 나온 신라 고분은 기원후 5세기여서 상당한 시차가 있다. 하지만 신라 황금 문화의 원류가 기원전 북방 초원문화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사실을 복식문화를 통해 실감나게 드러내 보여준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시장에서는 이 외에도 중앙아시아 우즈베키스탄 옛 아프라시아브 궁전 벽화에서 확인된 조우관(새 깃털로 장식한 모자)을 쓴 고구려 사신, 수산리 고구려 벽화고분과 일본 다카마쓰 고구려계 벽화고분에서 확인되는 주름치마 입은 여인상 등의 복원상을 통해 동아시아 복식문화의 밀접한 교류를 살펴볼 수 있다. 고대 한반도의 복식문화가 흉노로 대표되는 고대 중앙아시아 스키타이 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일러주는 색다른 기획전이다.
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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