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국기업 매그나칩 중국으로..반도체 핵심기술 유출 우려

강두순,진영태,이종혁 2021. 3. 26.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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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1조5000억원에 中컨소시엄에 매각
韓 반도체 핵심기술 유출 우려
남은 매각 절차는 산업부 승인
뉴욕거래소 상장사 매그나칩
OLED 디스플레이 반도체 강자
미래차用 설계 역량도 뛰어나
뉴욕증시에 상장된 국내 회사 매그나칩반도체가 중국계 컨소시엄에 매각된다.

시가총액 1조원에 이르는 토종 중견 시스템 반도체 기업인 매그나칩반도체가 중국계 자본에 팔리며 국내 반도체 업계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매그나칩반도체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반도체의 강자이자, 미래 자동차에 응용될 전력 반도체를 개발·생산한다. 매각에 대한 정부 승인 절차가 남아 있지만 이 관문을 통과한다면 당장 한국의 OLED 디스플레이 패권은 물론 차량용 반도체 산업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매그나칩반도체는 중국계 자본인 와이즈로드캐피탈(Wiseroad Capital)이 주도한 컨소시엄에 회사를 매각하기로 하고 계약을 체결했다. 매각 가격은 최대 1조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그나칩반도체는 미국현지시간 26일 뉴욕거래소 공시를 통해 매각사실을 알렸다. 이번 거래는 미국 현지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매각주관사는 JP모건, 중국계 컨소시엄은 국내 법무법인 광장이 자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그나칩반도체는 시가총액 1조원(약 9억4200만달러·현지시간 25일 기준)에 달하는 중견 반도체 회사다. 통신, 산업, 자동차 관련 플랫폼과 반도체를 설계·제조하고 있다. 지난해 SK하이닉스와 국내 사모펀드에 파운드리사업부를 4억3500만달러(약 5000억원)에 매각했으며 현재 디스플레이와 자동차·전력 반도체 칩 분야에 주력하고 있다. 매그나칩반도체는 2004년 옛 하이닉스(현 SK하이닉스)에서 분사된 뒤 미국계 애비뉴캐피털에 인수됐으며 이를 계기로 2011년 뉴욕거래소에 상장됐다.

매그나칩반도체는 반도체 호황기를 타고 높은 실적 성장을 이뤄내고 있다. 매출액은 2017년 6억7970만달러에서 2019년 7억9220만달러(약 9000억원)에 육박했다. 지난해에는 매출 4000억원에 달하는 파운드리사업부를 SK하이닉스와 국내 사모펀드에 매각했지만 비메모리 시스템사업부만으로 약 5억70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으며 상각 전 영업이익도 4900만달러(약 55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최대주주는 미국계 오크트리캐피털로 지분 9%를 보유하고 있으며, 10여 개 헤지펀드가 5% 안팎의 소수 지분을 나눠 가지고 있다.

매그나칩반도체는 현재 디스플레이 구동 집적회로(DDI) 생산 부문에서는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 2위에 올라 있다. 이 회사는 현재 삼성·LG디스플레이에 OLED용 DDI를 공급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OLED용 DDI는 DDI 중에서도 고난도 기술이 요구된다"며 "중국 자본이 매그나칩반도체를 사들여 OLED DDI 기술을 흡수한다면 OLED 시장에서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들이 무섭게 치고 올라올 수 있다"고 염려했다. 현재 삼성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용 중소형 OLED 패널 시장에서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고 LG디스플레이는 TV용 대형 OLED 시장을 100% 독점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매그나칩반도체의 중국 매각에 남은 관건은 정부 승인을 얻을 수 있는지다. 반도체는 국가기간산업이자 국가핵심기술로 회사 매각은 산업통상자원부의 인가가 있을 때만 가능하다.

중국은 반도체 굴기를 내세우며 국가 차원에서 수십조 원을 투자하고 있지만 아직 효과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매그나칩반도체를 인수하면 중국이 첨단 DDI와 전력 반도체 사업에서 기술력을 끌어올릴 계기가 된다. 매그나칩반도체에 따르면 이 회사 제품은 2000여 종, 전 세계 고객사는 350여 곳이며 보유한 기술특허는 3000건이 넘는다.

이번 인수전에 정통한 관계자는 "5000억원이 넘는 매그나칩반도체의 매각가격과는 별개로 인수할 경우 정부의 승인이 나느냐가 이번 매각 협상의 핵심 이슈 였다"며 "매그나칩반도체의 기술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지만 상대가 후발 추격을 공표한 중국이기 때문에 정부의 고민도 깊어질 것 같다"고 전했다.

다만 매그나칩반도체의 생산기술이 다소 노후한 데다 DDI와 전력 반도체는 정부의 기술 보호 대상이 아니어서 승인이 의외로 쉽게 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매그나칩반도체는 파운드리 부문인 청주 공장을 매각한 뒤 경북 구미 공장만 유지하고 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본부장은 "정부가 까다롭게 유출을 막는 반도체 제품은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같은 첨단 시스템 반도체"라며 "매그나칩반도체는 이런 제품을 만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편 LG그룹을 포함한 국내 대기업들도 매물로 나왔던 매그나칩반도체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차 전자장비와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첨단 4차 산업은 시스템 반도체 기술이 토대가 된다. 특히 LG는 매그나칩반도체의 파운드리 부문, DB하이텍 등 반도체 매물이 나올 때마다 인수 후보로 손꼽혀왔다. LG는 이 같은 검토설을 부인했지만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LG는 첨단 시스템 반도체 설계 역량 확보에 관심을 보여왔다. 향후에도 관련 인수·합병(M&A) 등 전략적 투자에 나설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강두순 기자 / 진영태 기자 /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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