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전쟁' 다급한 SK..'친 바이든' 그녀 모셔왔다
LG에너지솔루션-SK이노베이션 간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갈등에 대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심의 시한(다음 달 11일)이 2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양측의 여론전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지난달 미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이 사건에 대해 LG 측 손을 들어줬는데, 바이든 대통령이 심의(Presidential Review)를 거쳐 이 결정을 확정 짓거나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마음이 급한 쪽은 ITC에서 진 SK다. SK는 최근 ‘친 바이든’ 성향의 전직 미 법무부 부장관 샐리 예이츠를 SK이노베이션 미국 사업 고문으로 영입했다. 검사 출신인 예이츠 고문은 버락 오바마 정부 때 법무부 차관을 지냈다. 또 트럼프 정부에선 부장관으로 임명됐다가 백악관과 갈등을 빚고 열흘 만에 해임됐다. 이슬람 국가 국민에 대한 미 입국 금지가 적법한지를 다투는 행정소송에서 예이츠가 트럼프 정부 기조에 반대하는 의견을 냈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선 땐 바이든 지지 연설을 했고, 초대 법무부 장관으로도 물망에 올랐다.
이 같은 경력을 가진 인물이 백악관 등 대정부 활동에 적합할 것으로 보고 SK가 영입한 것이다. 예이츠 고문이 애틀랜타에서 태어났다는 점도 영입 이유로 거론되고 있다. SK 배터리 공장은 애틀랜타 시내에서 북동쪽으로 125㎞ 거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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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2600개 사라져”
예이츠 고문은 공개 활동도 시작했다. 그는 최근 “바이든 대통령은 조지아주 북동부의 SK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무력화시키는 ITC 판결을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이츠 고문은 ▶조지아주에서 만들어질 2600개의 일자리가 위협받게 되고 ▶전기차 보급을 통해 기후 변화에 대처하려는 미국 정책에 걸림돌이 될 수 있고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에 뒤처져 국가 안보를 저해할 가능성 등을 그 이유로 들었다.
당초 SK는 19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의 애틀랜타 등 조지아 지역 방문이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현지에서 지역 경제 타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자연스럽게 바이든 대통령에게 전달 될 거란 기대에서였다. 하지만 방문 사흘 전(16일) 애틀랜타 총격 사건이 일어나자, 바이든 대통령 메시지의 핵심이 지역 경제에서 추모로 바뀌었다.
이에 김종훈 SK이노베이션 이사회 의장도 미 현지에 방문해 남은 기간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김 의장은 최근 중앙일보 통화에서 “LG가 요구하는 배상금액이 우리 주주의 이익을 해칠 정도라면 조지아주 공장을 철수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는 이른바 ‘벼랑 끝 전술’ 의견을 밝혔다. 2007~2011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을 맡으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실무를 주도한 그는 당시 오바마 정부 인맥 등을 통해 백악관에 의견 전달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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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총서도 대립한 LG-SK
LG는 공개 메시지를 자제하면서도 국제 규범과 공정경쟁 질서 등의 용어를 강조하고 있다. 25일 LG화학(LG에너지솔루션의 100% 주주)의 주주총회에서 신학철 부회장은 “경쟁사는 국제무역 규범에서 존중받는 ITC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며 “공정한 경쟁을 믿고 기술개발에 매진 중인 전 세계 기업을 위해서라도 이번 사안을 유야무야 넘길 수 없다”고 밝혔다. 지역 경제 우려에 대해선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만약 외부 투자자가 SK의 조지아주 공장을 인수한다면 이를 운영하는데 LG가 파트너로 참여할 수도 있다”며 여론을 다독이고 있다. LG는 또 2025년까지 미국에서 5조원 이상을 투자하고, 독자적으로 2곳 이상의 배터리 생산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SK이노베이션은 26일 진행된 주총에서 “남은 법적 절차를 통해 주주이익 보호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남은 절차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배터리 사업의 경쟁력을 현격히 낮추고 미국 사업을 지속할 수 없게 만드는 경쟁사의 요구는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는 앞선 10일에 열린 SK이노베이션 이사회에서 밝힌 내용과 같다. 이날 주총에서 SK이노베이션의 입장은 해외 출장중인 김준 대표를 대신해 주총 의장을 맡은 이명영 사내이사가 발표했다.
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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