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 유예 끝난 아지네마을..200마리 유기견 어디로 가나

조혜진 2021. 3. 27.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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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견 보호소 아지네마을은 올해 초 민원 한 건에 갑자기 문을 닫게 됐습니다. 아지네마을로 불편을 호소하는 내용의 민원도 아니었습니다. 예전에 비슷한 보호소를 운영하다가 철거당했다며 아지네마을도 운영해서는 안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아지네마을에 주어졌던 철거 유예 기간이 지난 24일로 끝났습니다. 논란이 불거진 지 두 달째. 청와대 청원에도 8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동의했고 여러 차례 기사화가 되면서 사람들의 '공분'을 샀지만, 여전히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습니다. 예정대로면 올 4월부터 연 2천만 원의 이행강제금이 부과됩니다.

■ 아지네마을 철거 논란 두 달 후..."책임 회피 여전해"

아지네마을 측에서 원하는 건 간단합니다. 보호소를 철거를 해야 한다면 현재 보호중인 200마리의 유기견들을 어떻게 할 지 그 방법을 고민해달라는 겁니다. 하지만 지자체는 여전히 아무런 답변이 없습니다. 논란 초기부터 "불법 건축물 단속은 읍사무소 소관"이라며 책임을 미루던 김포시는 여전히 아지네마을과 관련해 시에서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입장입니다.

동물보호법상 지자체에는 유기동물 보호 의무가 있지만 그 해석은 매우 제한적입니다. 대부분 동물보호소를 운영하는 데 그칩니다. 이마저도 직접 운영하는 유기동물 보호소는 39곳뿐입니다. 한 해 유기견만 13만 마리에 이르는데 지자체의 의무는 고작 39곳의 보호소 운영에 그치는 겁니다. 그래서 개인 구조자와 임보자, 그리고 사설 유기견보호소가 유기동물 보호에 나서는 겁니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해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2018년 별도의 동물복지와 동물보호 업무를 전담하는 동물복지정책팀을 꾸리고, 지자체에도 동물복지전담인력을 확대해 더 적극적인 동물복지 행정을 주문했습니다. 하지만 전국 지자체별 동물복지전담인력은 2018년 0.7명에서 지난해 1.1명으로 소폭 늘어난 데에 그쳤습니다.

또, 인력이 주로 수도권에 집중되다 보니 지방에는 제대로 확보되지 않아 아직 한 명도 없는 경우도 있고, 휴직 등으로 인해 자리가 비워져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김포시 역시 동물복지 업무를 하는 직원이 있지만, 현재 휴직 상태라 사실상 공석입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법무부에서는 반려동물의 지위 향상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더이상 반려동물을 물건으로 취급하지 않겠다는 겁니다. 동물복지의 관점에서 상당한 변화라고 평가되는 이유입니다. 다만, 법만 바뀐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성서대 김성호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법이 바뀌고 정책이 나와도 결국 이를 실행할 사람과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이라며 "최근 동물복지 관련 민원은 계속 증가하고 있는 추세인데 담당 인력의 전문성과 책임감 없이는 해결이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아지네마을 박정수 소장


■ "새로운 부지 찾는 동안만이라도 버틸 수 있기를"

지난 23일에는 아지네마을의 사정을 듣고 유기동물 관련 현장 조사를 하기 위해 국무조정실에서 아지네마을을 찾았습니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관리가 잘 되고 있다는 주변의 추천이 있어 유기견보호소 가운데 처음으로 방문한 것"이라며 "개인이 사비를 들여 이렇게 깨끗하게 관리하는 곳은 처음 봤다"라고 놀라워했습니다. 하지만 국무조정실 관계자 역시 아지네마을문제는 지자체와의 일이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아지네마을을 운영하고 있는 박정수 소장은 결국 새로운 부지를 찾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기견 보호소를 운영할 수 있는 부지는 대부분 축사용 부지인데 그 자체도 수요가 넘쳐 가격이 비쌉니다. 이 때문에 공공유휴부지 등을 사용할 수 있는 방법도 알아봤지만, 사설보호소인 아지네마을로서는 쉽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박 소장은, 아지네마을이 지금껏 많은 관심과 도움을 받았기에 200마리의 유기견들을 포기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박 소장은 "800평 정도의 부지였으면 좋겠다, 그럼 유기견들이 보호소 내에서도 산책할 수 있지 않겠냐"라며, 민원이 들어온 뒤 제대로 산책을 하지 못하게 된 데 대해 유기견들에게 미안함을 내비쳤습니다.

아지네마을은 현재 다양한 방법을 검토하며 3년 내 이전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저 그 시간 만큼은 버틸 수 있길, 너무 빨리 관심이 사그라들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조혜진 기자 (jin2@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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