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3억 떨어졌다?"..여전히 살얼음판 걷는 세입자들

유준호 2021. 3. 27. 18:0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편집자주: 충무로복덕방이 27일 문을 엽니다. 공인중개사무소의 옛말 복덕방(福德房)은 토지와 주택을 중개하면서, 거래 당사자에게 복과 덕을 가져다준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충무로복덕방도 독자 여러분께 복과 덕을 가져다줄 수 있는 부동산 소식을 중개하고자 합니다. 오가다가 들러 커피도 마시고, 주변 소식도 들을 수 있는 동네 복덕방처럼 쉽고 재미있는 부동산 콘텐츠로 독자 여러분들을 찾아뵙겠습니다.

[충무로복덕방]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전세가격 상승세가 한풀 꺾이면서 임대차 3법이 촉발한 전세 대란이 해빙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강남권 주요 단지에서는 지난해 말 전세 실거래가 대비 최대 5억원까지 호가가 떨어진 단지도 나왔다. 쉼 없이오르던 전셋값이 숨 고르기에 들어간 데다 전세 매물까지 쌓이고 있지만 주변 세입자들 표정은 그다지 밝지가 않다. 그동안 쉼 없이 올라버린 전셋값 탓에 행여 신규 전세계약이라도 할라치면 여전히 부담스러운 전셋값을 만나야 하기 때문이다.

27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3월 넷째주 서울 강남구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 대비 0.02% 하락했다. 강남구 아파트 전셋값은 45주 만에 하락 전환했다. 송파구(-0.01%) 역시 50주 만에 아파트 전세가격이 하락 전환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해 말 주간 기준 0.14∼0.15%까지 오르며 상승세가 정점을 이룬 뒤 올해 1월 0.13%, 2월 0.07%, 이달 0.05%까지 상승폭을 줄이며 진정되고 있다.

최근 전세가격이 크게 떨어진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부동산 전경. /사진=이충우 기자
◆도곡렉슬 3개월 새 전셋값 5억원 떨어져…강동은 '입주장 효과'

강남권 랜드마크 아파트에서는 최근 전세 호가가 수억 원씩 떨어진 단지도 속출하고 있다.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 전용 134㎡는 지난해 12월 26억5000만원에 거래됐는데, 같은 전용면적 전세 매물의 3월 호가는 21억원까지 내려왔다. 11억원까지 전셋값이 치솟았던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84㎡ 역시 최근 호가가 7억원까지 떨어졌다. 송파구 헬리오시티 전용 84㎡(13억원→10억원), 서초구 반포 자이 전용 84㎡(18억원→16억원) 등 서울 강남권 다른 단지에서도 지난해 말 대비 최근 전셋값이 2억~3억원씩 내린 단지들이 확인되고 있다.

강남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는 전세 수요가 늘어 임대가격이 크게 올랐다가 지금은 전세를 찾는 손님이 줄어든 상황"이라며 "강남은 학군 수요가 많은데 학기가 시작되는 3~4월은 원래부터 비수기인 데다 임대차 3법 때문에 갱신을 해야 할 사람들은 다 계약 갱신을 했기 때문에 전세 수요가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롯데월드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강동구 일대 아파트. /사진=한주형 기자
서울 강동구에서는 '입주장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들이 새집으로 입주를 하면서 기존 집들이 공급 물량으로 나왔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강동구의 전셋값은 3월 첫째주 0.06% 하락한 데 이어 둘째주(-0.01%), 셋째주(-0.02%)에도 하락세를 쭉 이어가고 있다. 강동구는 지난해 임대차법이 시행된 이래 서울에서 아파트 전셋값이 가장 많이 오른 지역으로 꼽혔던 곳이다.

강동구에는 지난달부터 3713가구의 입주가 이뤄졌다. 상일동 고덕자이(1824가구), 강일동 강동리버스트8단지(946가구), 상일동 강동리엔파크14단지(943가구) 등이다. 공공임대 물량을 제외해도 입주 물량이 2700여 가구에 달한다. 강동구 B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공급 앞에서는 장사 없다는 말을 실감한다"면서 "입주장 효과로 1억원가량 떨어진 전세 매물들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세입자 말 바꿔도 계약 갱신 가능" 法 판결도 부담 덜어

최근 세입자에게 유리한 임대차 3법 판결도 세입자들 부담을 더는 모양새다. 최근 수원지방법원에서는 실거주 목적으로 집을 매수한 새 집주인의 거주권보다는 기존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권이 우선한다는 판단을 내놨다. 새 전셋집을 알아보겠다는 세입자 말을 굳게 믿고 실거주 용도로 집을 샀고, 계약 이후 세입자가 갑자기 말을 바꾸더라도 새 집주인이 집에 들어가 살 수 없다는 판결이다. 새 집주인이 실거주를 목적으로 계약 갱신을 거절하려면 전세계약 만료 최소 6개월 전에 잔금을 치른 뒤 소유권 이전 등기까지 마쳐야 하는 상황이다.

전세 세입자들 어깨를 가볍게 할 소식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지만 마냥 반가운 상황은 아니다. 전셋값이 떨어졌다 하더라도 갱신 계약으로 이뤄지는 전세계약보다는 신규 전세계약이 수억 원 이상 높다. 가령 최근 5억원 이상 전세 호가가 떨어진 도곡렉슬의 경우 갱신 계약은 15억~16억원 선에서 이뤄지고 있지만, 신규 계약은 20억원을 훌쩍 넘는다. 최근 집주인과 살고 있던 집에서 계약 갱신에 성공한 세입자라도 2년 뒤엔 수억 원이 오른 전세가격을 만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결혼 2년 차 신혼부부 박 모씨(36)는 "전세 시장이 안정화됐다는 이야기가 들리지만 5억원 오르고 1억원 내린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며 "올해 초 계약 갱신을 해 앞으로 2년간 부담은 덜었지만 2년 뒤가 더 큰 문제다. 남은 2년이 내 집 마련의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토로했다.

[유준호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