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는 아닙니다"..2030세대에 먹히는 오세훈 'V 마케팅'

김보연 기자 2021. 3. 28.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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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VIP 논란' 되려 'V 마케팅'에 활용
재치 있는 역발상에 움직인 20·30대票
'셀프디스 전략', 吳 '역전의 역전'에 한 몫

4·7 재보궐선거 선거운동 첫날인 25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 앞 유세현장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공동취재사진

4·7 재보궐 선거를 십여일 앞두고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브이(V)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북한 원자력발전소 건설 추진 문건 제목에 포함된 ‘v’를 'VIP(대통령)'로 해석해 불거진 이른바 'VIP 해프닝'을 되려 선거 유세에 적극 활용하는 모습이다. 오 후보는 'V'를 앞글자로 따 'V자 유세', 'V 서울 공약 시리즈' 등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하고 이를 재치있게 풀어나가자는 취지의 이른바 '셀프디스 마케팅'을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오 후보의 이같은 '역발상'은 취약했던 20·30대 인지도를 극복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 '위기를 기회로'…吳, VIP 해프닝 정면 돌파

앞서 오 후보는 지난 2월 초 산업통상자원부의 북한 원전 문건 파일명에 붙은 ‘V’를 두고 "대통령을 뜻하는 VIP의 약어"라고 주장해 망신을 샀다. V는 문서를 작성하면서 내용을 수정할 때마다 바뀌는 버전(version)의 약어다. 학생, 직장인들은 주로 문서를 단계별로 수정할 때 버전의 앞 글자인 V를 따서 'v1.0' 'v 2.0' 식으로 파일명을 만든다.

당시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였던 오 후보에게 여권의 비난이 쏟아졌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문서 작업을 한 번도 해보지 않았느냐"고 지적했고, 강병원 민주당 의원은 "큰 웃음을 줬다"고 말했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VIP 패러디'도 번졌다. "MSG는 무상습식이냐" "V3는 안철수 대선 3번이냐"며 조롱성 발언이 이어졌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유튜브 캡처

오 후보는 이같은 비판을 피하기보다는 '정면 대응'을 택했다. 그는 곧이어 발표한 서울시 지역구별 공약 시리즈를 '오세훈의 V-서울'이라고 이름 짓고 대중 앞에 나섰다. 오 후보는 유튜브를 통해 "이것이 일명 ‘오세훈의 V서울’이다. 여기서 V는 VIP가 아니라 Virtual(가상)이다"라고 했다. '셀프 디스'를 한 격이었다. 오 후보는 또 자신의 서울시장 시절 업적인 동대문 DDP, 마포구 연트럴파크 등에서 V 포즈를 하고 사진을 찍어달라는 캠페인도 진행했다.

◇늘어난 SNS 소통…20·30대 인지도 상승 영향

오 후보의 이같은 전략은 20·30대 인지도를 높이는 데 한 몫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 후보는 지난 4일 당내 경선에서 경쟁자인 나경원 전 의원을 꺽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선출됐으며, 지난 23일엔 안철수 국민의힘 대표와의 범(凡)야권 단일화에서 승리했다.

오 후보 캠프 대변인인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오 후보가 젊은층 공략에 굉장히 신경을 썼고 그 것이 (오 후보의 단일화 승리에) 주효하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오 후보 캠프 김태완 홍보전략팀장은 조선비즈와의 통화에서 "'VIP 해프닝'이 SNS 유입률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고 본다"며 "미디어에 노출되는 빈도가 늘었으며, 약간의 부정적인 키워드도 달리 해석하면 후보에 대한 관심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오 후보에 대한 20대, 30대의 지지율 상승은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증명되고 있다. 지난 24일 오마이뉴스가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에 의뢰해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8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오차범위 95% 신뢰수준에 ±3.5%포인트) 오 후보에 대한 20대의 지지율은 60.1%로,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21.2%)를 40%포인트 가까이 앞섰다. 오 후보의 30대 지지율은 54.8%로 박 후보(37.8%)와 17%포인트 격차가 났다. (자세한 조사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에 오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에서도 'V 마케킹'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오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지난 25일 0시 성동구 군자차량기지에서 방역 작업을 한 뒤 오전에 은평구를 시작으로 서대문구, 남대문, 시청 앞을 거쳐 동대문구, 중랑구, 노원구, 도봉구, 강북구로 이어지는 'V자' 동선을 따라 유세했다. V는 승리(Victory)를 의미한다는 것이 캠프 측의 설명이다. 기호 2번을 뜻하며 동시에 '승리'를 의미하는 V자 손가락 포즈를 자신의 '시그니처 포즈'로 활용하고 있다.

◇文대통령도 썼던 '셀프디스 마케팅'…"대중과의 거리감 좁혀주는 효과"

이같은 '셀프디스 마케팅'은 정치권에서 이미지 쇄신을 위해 주로 쓰는 전략 중 하나다. 민주당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은 2015년 '셀프디스' 캠페인을 벌인 바 있다. 손혜원 전 의원이 당 홍보위원장으로 영입된 직후 내놓은 '첫 작품'이다. 그는 셀프 디스를 '자신의 약점을 스스로 위트있게 고백함’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전신 새정치민주연합 '셀프디스 캠페인' 문재인 대표 편

첫 주자로 나선 당시 당 대표였던 문재인 대통령은 "강한 카리스마를 보여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당 대표가 된 후 많은 분들이 저를 보며 답답해 하십니다. ‘밀어 부쳐라!’, ‘딱 부러지게, 후련하게 하라!’ 평생 쌓인 신중한 성격이 하루 아침에 고쳐지기는 쉽지 않습니다"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때에 따라 논리적인 변명보다 이같은 전략이 오히려 대중을 어필하고 친화도를 높일 수 있다고 분석한다.

박성민 정치컨설팅그룹 '민' 대표는 "정치인들이 원하는 것은 셀프디스를 통해 대중과의 벽을 허물고 거리를 좁히는 것"이라며 "소위 말해 엘리트들의 경우 실수를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것보다는 감성적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대중과의 친화도를 더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되받아칠 수 있는 네거티브 공세를 거꾸로 활용하는 전략으로 보이는데, 오 후보의 V 마케팅이 얼마나 폭발력을 가질 수 있을 지는 미지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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