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석 이인삼각] 윤석열 총장님! 이제 결단하셔야 할 시간입니다

데스크 2021. 3. 28.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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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으로 신분 바뀌는 과정은 그리 녹록지 않아
숙고할 시간은 필요하다..하지만 여유 많지 않아
사의를 표명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를 나서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윤 총장의 사의를 한 시간여 만에 즉각 수용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요즘 정치권에서는 누구나 윤석열 이야기뿐이다. 서울시장 후보에 대한 평가는 반찬이 되어 버렸다. 대통령 탄핵과 야당 파괴의 주범에서 야권의 구세주가 된 분위기다. 급기야 친박계 의원들도 그를 떠받들 태세다. 문재인정부의 연장을 막을 수만 있다면, 철천지원수(徹天之怨)와도 손을 잡을 수 있다는 심정으로 말이다.


서울시장 후보들도 윤석열 구애를 주된 선거 전략으로 삼고 있다. 여·야 후보 모두 마찬가지다. 개인적인 친분뿐 아니라 ‘간접적’ 인연까지 총동원해 ‘밀리지 않겠다’고 경쟁한다. 윤 전 총장은 객관적인 지지도도 독보적이지만 정치권 분위기는 그 이상이다. 이번 재·보궐선거 때 대통령을 뽑는다면 그는 확실한 차기 대통령일 것이다.


그런데 그는 직접적으로는 아무 말이 없다. 전언과 해석만 있을 뿐이다. 이를 통해 미화된 이미지만 전달된다. 대부분 그럴싸하지만, 마음에 걸리는 장면들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최근 나온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평가’ 전언이다. 그는 죽마고우인 이철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만나 “문 대통령, 주변 강경파와 다르다”고 했다는 기사가 나왔다. 만약 이 말이 사실이라면 국민들을 어리둥절하게 할 말이다. 자신을 발탁해 검찰총장을 만들어 준 임명권자에 대한 예우는 이해하지만, 지금 시기에 지나친 면이 없지 않다. 그가 지금의 지명도를 갖게 된 것은 문 대통령과 그 주변의 압박에서 굴하지 않고 바른말을 했기 때문이다. 결국 지속적 압박으로 인해 검찰총장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그런데 임명권자에 누를 끼치지 않으려 불필요한 시점에 이런 발언을 하는 것은 어떤 의도일까?


애초에 그가 사표를 낸 후 접촉한 인물들도 여권 중진이었다. 그가 사퇴한 날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당의 후보로 확정된 날이었다. 제1야당에 대한 배려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제3지대론’이 힘을 받았다. 필자는 초기 그의 행태를 보고 시사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윤 전 총장은 재·보궐선거까지 야권 후보에 대한 어떤 지지 발언도 하지 않을 것이고, 만약 <국민의힘>이 패하면 바로 본인 중심의 제3당을 만들 것이다. 이도 여의치 않으며 여당으로 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리고 필자는 또 “야권은 이번 재·보선에서 총력을 다해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대선후보’라는 선장도 없이 난파한 배가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윤 전 총장은 들어오지 않을 것이고, 서울시장 선거 후보로 이미 남은 카드의 상당수를 소진한 상황이니 하는 말이다.


지금 보니 필자의 전망이 일정 정도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주변이 문제고 문 대통령은 다르다’라면 ‘주변만 바꾸면 함께 할 수 있다’라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친문 진영 차기 대선주자가 없고 껄끄러운 이재명 지사가 독주하는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후광을 얻어 손쉽게 대선을 치른다’라는 옵션을 고민하고 있을 수도 있다. 그를 용서하고 떠받들던 야권은 순식간에 ‘닭 쫓던 개’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또한 그의 앞에 놓인 정치적 검증이다. 스타 검사에서 정치인으로 신분을 바뀌는 과정은 그리 녹록지 않다. 특정 분야에서 평생을 살다가 전혀 다른 분야의 수장을 하겠다면 불안하기도 할 것이다. 앞에 실패한 스타들이 너무도 많고 성공사례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숙고할 시간은 필요하다. 하지만 여유가 많지 않다.


이번 재·보선에서 오세훈 후보가 승리하면 <국민의힘>은 윤 전 총장을 떳떳하게 영접하려 할 것이다. 그도 입당할 가능성이 훨씬 커질 것이다. 하지만 그때는 그도 ‘원 오브 뎀(one of them)’이 된다. <국민의힘>이 그에게 빚진 것이 없기 때문이다. 승리한 <국민의힘> 지지도는 계속 오를 것이고, 야권의 대선주자 잠룡들도 본격적으로 움직일 것이다.


게다가 재보선 이후 바로 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가 열릴 것이다. 이번 대표는 대선후보 선출을 관리하는 중요한 임무를 맡게 된다. 대표에 따라 대선 가도에 많은 변수가 생길 수 있다. 이번 서울시장 단일화 과정에서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역할을 보면 알 수 있다. 안철수 후보가 크게 앞서가다 급격히 따라 잡힌 것은 ‘김종인 위원장이 비토를 놓았기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만약 차기 대표가 그런 역할을 한다면 현재 지지도 1위 후보가 후보 선출 경선에서 1등을 한다는 보장이 없다. 결국 대표경선에서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해야 대권가도에 가까이 갈 수 있다는 말이다.


만약 ‘제3지대’에서 신당을 만든다면 거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또한 안철수 대표가 몸으로 보여주지 않았던가.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을 수밖에 없는데 확실한 것을 잃고 허상을 구하면 결과는 패배다. 안철수 후보가 출마 선언을 하고 <국민의힘>에 들어왔다면 지금의 패배를 맞보지는 않았을 수도 있었다. 알량하게 작은 개인 지지층을 유지하려다가 대어를 놓친 셈이다.


또 만약 윤 전 총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후광을 받고자 한다면 그의 빚도 같이 떠안아야 할 것이다. 결국 지금의 높은 지지를 상실하고 현 정권과 함께 청산 대상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런 조건들을 볼 때 윤 전 총장은 개인을 위해서라도 재보선 이전에 <국민의힘>에 입당해야 한다. 정 입당이 부담스럽다면 선거 기간에 ‘문재인 정권 심판’을 공개적으로 호소해야 한다. 그래서 오세훈 후보가 당선된다면 일정한 기여를 인정받을 수 있고 선택의 폭도 넓어진다.


공무원들이 많이 하는 착각이 있다. 규제 권한과 수사권을 가지고 있는 직종으로, 언제나 갑(甲)만을 하고 살았기 때문에 그 직위를 떠나서도 갑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공직을 떠나 정치권에 바로 들어오는 관료들은 갈피를 못 잡다가 낙마하는 경우가 많다. 윤 전 총장도 마찬가지 함정들이 노정되어 있다. 그가 이를 슬기롭게 헤쳐 나가면 성공한 정치인이 될 것이고, 자잘한 계산을 하다가 실기해 버리면 실패한 관료 출신 정치인 명단이 하나 더 느는 것이다.


시간이 많지 않다. 기회는 기다려 주지 않는다. 나라나 개인을 위해 좌고우면하지 말고 결단을 해 주길 바란다.


글/김우석 정치평론가

데일리안 데스크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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