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양 기약 없다"..예인 작전에도 꿈쩍 않는 수에즈 운하 에버기븐호
[경향신문]
14척의 예인선, 5일간의 준설작업으로는 역부족이었다. 이집트 당국은 수에즈 운하에 좌초된 ‘에버기븐호’를 물에 띄우기 위해 구난 업체들을 동원해 올림픽 수영장 8배 부피의 모래를 파내는 작업을 밤낮 가리지 않고 진행해왔지만, 배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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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자지라통신에 따르면 오사마 라비 수에즈운하관리청장은 27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전날 예인선 14척을 동원해 에버기븐호 뱃머리 주변 모래 약 2만t을 퍼냈고, 9000t의 평형수를 빼냈다”며 “언제 배를 물에 띄울 수 있을지 예측할 수 없다”고 밝혔다. 에버기븐호에는 당초 항해서 선박의 균형을 잡기 위해 배에 주입되는 평형수 22만4000t이 담겨 있었다.
이집트 정부로부터 구난 작업을 위탁받은 독일 선사 버나드슐테와 네덜란드 구난 업체 스미트 샐비지는 뱃머리 오른쪽 주변의 모래를 파내고, 배 안에 있는 짐을 내려 에버기븐호를 물에 띄울 계획이다. 이들은 시간당 2000㎥의 모래를 옮길 수 있는 특수 흡입식 준설선을 이용했다.
폭 59m, 길이 400m, 무게 22만t의 초대형 선박을 꺼내는 작업은 쉽지 않았다. 지난 26일 오후 10시30분쯤 먹통이 됐던 에버기븐호의 방향키가 움직이고, 엔진이 작동하자 주변에서 무한정 대기중이었던 인양 전문가들이 예인선을 통해 인양을 시도했지만, 갑작스러운 간조 현상이 나타나 배를 끌어내는 데 실패했다. 전날 아침에도 인양 작업이 이뤄졌으나 배는 옴짝달싹 하지 않았다. 사고 직후 8대의 예인선이 동원됐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예인선이 현장에 투입됐다.
에버기븐호의 인양 시점과 수에즈 운하의 운항 재개일 역시 명확치 않은 상황이다. 로이터통신 등 일부 언론은 구난업체 관계자를 인용해 빠르면 이번주 초 선박을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하지만 부정적 관측도 적지 않다. 스미트 샐비지의 모회사 보스칼리스 측은 “모래를 파내도 배가 움직이지 않으면 육지에 타워크레인을 설치해 배에 실려 있는 약 600개의 컨테이너를 빼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수에즈운하 운항 재개에 수주가 걸릴 수 있다”고 네덜란드 공영 NOS에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강한 조류와 바람 등이 작업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구난 도중 선박에 균열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영국 해군 사령관이었던 톰 샤프는 가디언에 “선박 예인 시 배의 양끝을 너무 세게 당겨지면 선체가 파열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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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기븐호 구난작업이 예상보다 더뎌지자 미 해군도 현장에 투입돼 준설작업을 돕기로 했다. 미국 정부의 해군 파견 제안을 이집트 당국이 받아들이면서다. 중동에 주둔하는 미 해군의 준설작업전문가들은 27일 에버기븐호의 좌초 현장에 도착했다.
이번 사고가 인재에서 비롯됐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라비 청장은 “사고의 주요 원인은 바람이 아니며, 사람의 실수이거나 기계적 결함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이집트 당국은 강한 바람이 이번 좌초의 원인이라고 발표한 바 있지만, 입장을 바꾼 것이다.
수에즈운하관리청은 이번 사고로 수에즈 운하를 이용하지 못한 채 발이 묶인 선박은 총 321척이라고 밝혔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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