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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차관은 '탈원전 차관'?" ..조직 확대, 승진 길 열려도 '절레절레'

세종=최효정 기자 입력 2021. 03. 29.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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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통상자원부가 에너지 차관직 신설을 골자로 하는 조직개편을 앞두고 있다. 정부가 에너지 차관직을 신설하는 것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넷제로)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탈(脫)원전·탈석탄 정책을 책임지고, 신재생에너지 전환 정책을 전담하는 차관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다. 이로써 산업부는 사실상 3차관 체제의 거대 조직으로 거듭나게 됐다.

하지만 임기가 불과 1년 남은 정권 후반기에 부처의 차관직을 늘리는 것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월성1호기 조작 사건으로 국장과 서기관이 구속되면서 조직의 사기가 땅에 떨어진 산업부를 위한 ‘시혜’라는 비판도 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앞장선 덕에 보은성 조직확장이라는 선물을 던져주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시각이다.

산업부는 표면적으로는 복수차관제가 도입되는 것을 환영하고 있다. 에너지 차관이 신설될 경우 현재 에너지자원실 체제에서 실과 국도 더불어 늘어나기 때문에, 조직의 힘을 키울 수 있고, 인사 적체도 해결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다음번 대통령 선거 결과에 따라서는 ‘시한부’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특히 산업부 고위 관료들 사이에서는 탈원전 정책을 책임지는 차관직에 오르기를 꺼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누가 총대를 메겠나"는 말도 나온다.

지난해 11월 검찰이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과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를 압수수색했다./연합뉴스

◇文 정권 임기 1년 남았는데 산업부에 ‘에너지 차관’ 선물

지난 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를 열고 산업부 에너지 차관직 신설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당정은 개정안을 3월 임시국회에서 최종 입법하고 산업부 복수차관제를 이르면 오는 4~5월쯤부터 도입하겠다는 판단이다.

산업부는 노무현정부 시절이던 2005년 2차관직을 신설해 유지해오다가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 2차관 직제를 폐지하고, 대신 차관급으로 통상교섭본부장직을 신설했다. 2차관 체제에서는 1차관이 산업·무역 분야, 2차관은 에너지·통상 분야를 각각 담당해왔지만, 1차관 체제로 통합되면서 에너지 분야는 차관 산하 에너지자원실에서 맡아왔다.

산업부 조직개편 요구안./ 한무경 의원실

하지만 에너지 차관이 신설되면 사실상 3차관 체제의 거대 조직이 된다. 에너지자원실 산하 에너지혁신정책관, 자원산업정책관, 원전산업정책관, 신재생에너지정책단 등 1실 4국에서 실과 국이 늘어나게 될 확률이 높다.

산업부 요구안은 1실 2국을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존 에너지자원실을 에너지전환실과 에너지산업실로 나누고 한시 조직인 신재생에너지정책단을 정규 조직인 재생에너지정책관으로 전환하고, 재생에너지정책관 산하에 태양광에너지과와 풍력에너지과를 신설하는 등이다.

산업부에 다시 복수차관제를 도입하는 것은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시행하기 위해 에너지 정책을 전담하는 차관이 필요하다는 명목에서다. 하지만 정권의 `관료 장악` 전략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만만찮다. 임기 내에 산업부 2차관제 직제를 없애놓고 도로 만든 것이 정권의 입맛에 따라 힘을 뺏기도 실어주기도 하며 조직을 휘두르고 있다는 것이다.

◇에너지 차관은 ‘탈원전 차관’?…"누가 총대메나" 속앓이

초대 에너지차관은 내부 승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탈석탄·탈원전 등 에너지 전환 정책을 외부 인물이 와서 추진하기에는 업무 연속성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내부 승진 후보 중 가장 많이 거론되는 인물은 주영준 에너지자원실장이다. 주 실장은 '에너지통'으로 불린다. 특히 지난 2018년 11월부터 지금까지 에너지 관련 실무를 총괄하고 있다. 이밖에도 강경성 산업정책실장, 청와대에 파견 중인 유정열 대통령비서실 산업통상비서관 등의 이름도 거론된다.

산업부는 표면적으로는 조직 확대를 환영하는 입장이다. 실과 국 등이 신설되면 그간의 인사적체 등이 해결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그러나 누가 에너지차관을 맡고, 에너지전환실 등 탈원전 관련 정책 부서에서 근무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가 거론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1년 남은 상황이기 때문에 에너지차관 라인으로 분류되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다. 차관직제와 신설될 조직이 사실상 시한부 신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 대통령 선거로 집권하는 정부에서 탈원전 정책을 중단하면 에너지 차관 등을 언제든지 폐지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차관직을 두고서는 ‘부담스러운 자리’라는 반응이 나온다. 에너지 차관은 결국 현 정권 탈원전 정책의 상징성과 책임성을 모두 갖는 자리로, 정권의 운명과 향방을 같이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기 때문이다. 한 산업부 관계자는 "조직 확대는 환영할만한 일이기는 하나 에너지 차관 자리는 아무래도 탈원전 정책 등에 대한 책임감으로 부담스러울 수 있다"며 "조직 전체를 위해 한 명이 희생하는, 총대를 메야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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