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줌 가오마저 거덜" 운동권특혜법에 유공자 반납한단 김영환

고석현 2021. 3. 30.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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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환 전 의원. 오종택 기자

김영환 전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등 범여권 의원 70여명의 '민주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 발의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부끄럽다"면서 "광주민주화운동 유공자를 오늘로 반납한다"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은 30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나와 내 가족은 민주화운동 특별법안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며 "국민들께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 부끄럽고 부끄럽다, 이러려고 민주화운동 했나"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무엇을 이 이상 더 받는단 말인가, 아주 그동안 한 줌 가오마저 거덜을 낸다"며 "제발 이 일에서 나와 내 가족의 이름을 빼달라. 민주화가 후퇴를 넘어 깡그리 무너진 지금, 이 나라에서 민주주의를 무너뜨린 자들이 벌이는 이 위선과 후안무치를 어찌 해야 하나"라고 덧붙였다.

그는 "나는 1977년부터 긴급조치로 20개월 투옥되고, 나와 아내는 광주 이후 투옥 수배 제적을 당했다"며 "고개를 들고 어찌 이 나라에서 살아가겠나"라고 했다.

[김 전 의원 페이스북 캡처]


설훈 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한 민주유공자예우법은 법률로 인정받은 민주유공자와 그 유족 또는 가족에 대해 교육·취업·의료지원·대부·양로·양육지원 및 그 밖의 지원을 실시토록 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민주화운동의 정신 계승·발전을 위해 각종 기념·추모 사업을 실시하고 민주화운동과 관련한 시설물이나 교양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도 법안에 담겼다.

이와 같은 이름의 법안은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추진됐으나 '운동권 특혜' 논란이 불거진 뒤 좌초된 바 있다. 범여권이 비판 여론 끝에 좌초된 법안을 같은 이름으로 다시 발의하면서 또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온라인에선 "여권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운동권이 셀프 특혜법을 만든다" "실업과 부동산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은 외면하고 '운동권 자녀'들에게만 특혜를 주려는 것 아니냐" 등의 비판이 나왔다.

한편 김 전 의원은 95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권유로 정치에 입문한 민주당 출신 인사다. 4선 의원을 지냈으며 지난 2016년 국민의당을 거쳐 지난해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에 합류했다.

그는 77년 연세대 치대 재학 중 대통령긴급조치 제9호 위반으로 학교에서 제적된 뒤 20개월간 수감생활을 했다.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해 1년간 수배자 신분이 되는 등 고초를 겪었다. 이후엔 노동운동에 투신해 5년간 공장 등지에서 노동자 전기공사기사 등 노동자 생활을 해왔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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