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회, 고객만족도 조사 조작 사실로..직원 가족까지 동원

전영희 기자 입력 2021. 3. 30. 16:3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감사원 감사에서 위법, 부당 사항 9건 확인..10명 징계 처분 요구
정부는 매년 공공기관을 이용하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고객만족도를 조사합니다. 각 공공기관에 조사원을 보내서 실제 고객들이 얼마나 만족하는지 파악하고 경영실적에도 반영합니다. 경영실적은 기관장 평가와 임직원 성과급과 연동되기 때문에 공공기관은 경영실적을 잘 내기 위해 사활을 겁니다.
JTBC 뉴스룸은 지난해 2월 코레일과 한국마사회 등 공공기관이 고객만족도 조사를 조작했단 의혹을 연속 보도했습니다. 조사원을 잘 감시했다가 조사원 근처에 미리 '준비된 고객'을 투입하는 방식입니다. '준비된 고객'은 해당 공공기관이 의도한 대로 10점 만점에 10점을 줍니다. 해당 공공기관은 고객만족도에서 높은 등급을 받게 됩니다. 이는 공공기관을 평가하는 정부 업무를 방해하는 '위법행위'입니다. 또 CCTV 등을 통해 조사원을 감시하는 행위는 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지난해 2월 JTBC가 입수해 보도한 마사회 내부 문건. 우호고객을 확보해 조사원의 동선에 배치하란 내용이 담겨있다.

▶코레일, 직원에 고객 행세…'고객만족도 조작' 정황(2020년 2월 1일)
https://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1932280
▶코레일 "고객만족도 조작 의혹 특별감사, 엄중 조치"(2020년 2월 2일)
https://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1932352
▶마사회도 고객만족도 조작 정황. 식사·선물로 고객 동원(2020년 2월 19일)
https://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1935590
▶마사회, 고객만족도 조작 정황...최고 등급 받아 수백억 원 성과급(2020년 2월 19일)
https://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1935646
코레일은 JTBC 보도 직후 사과문을 발표하고, 국토교통부로부터 감사를 받았습니다. 국토부는 코레일에 30명을 문책하도록 요구하고, 16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수사 의뢰했습니다.
하지만 한국마사회는 줄곧 의혹을 부인했습니다. 당시 취재진은 마사회가 조직적으로 고객만족도 조사에 개입한 증거로 마사회 내부 메일과 문건을 제시했습니다. 실제로 이 조작에 가담한 직원을 인터뷰해 "미리 선물로 포섭한 우호 고객을 조사에 참여시키거나, 가족이나 지인까지 조사에 동원했다"는 내용도 폭로했습니다.
지난해 2월 JTBC가 입수해 보도한 마사회 내부 메일. 마사회가 조직적으로 PCSI(고객만족도) 조사에 개입한 정황이 담겨 있다.
당시 마사회는 JTBC의 공식 질의에 8쪽 분량의 답변서를 보내왔는데, 내용은 "고객만족도 조사에 개입한 사실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JTBC가 제시한 문서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기도 했습니다. 시민단체는 고객만족도 조작을 비롯한 마사회 관련 여러 의혹에 대해 국민감사를 청구했습니다. 감사원은 지난해 6월부터 7월까지 마사회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고, 최근 감사 결과를 확정했습니다.
감사 결과 "고객만족도 조사에 개입한 적이 없다"는 마사회의 설명은 거짓이었습니다. JTBC의 보도는 모두 사실로 확인됐습니다. 감사원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마사회는 2016년부터 2018년까지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점수를 잘 받기 위해 매년 이 조사 직전인 11~12월 각 지사장과 실무자를 대상으로 회의를 열었습니다. 고객만족도 조사 대응 지침에 따르면, 우호 고객을 미리 섭외하여 조사 당일 조사원 동선에 배치해야 합니다. 조사가 불시에 이뤄져야 함에도 마사회는 주간사로부터 조사 일정을 미리 입수하고, 조사원의 성향을 파악하기도 했습니다. 일부 지역본부에서는 조사 참가자로 직원의 가족까지 동원했습니다.
지난해 JTBC가 입수해 보도한 마사회 내부 메일. 암행 감독에 나설 기재부 사무관의 신상정보까지 공유했다.
또 마사회 일부 지사들은 조사원과 감독관 당사자의 동의도 받지 않고 CCTV 화면을 캡처한 사진을 수집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들의 정보를 공유해 조사 대응에 활용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첩보 작전을 방불케 하는 마사회의 조직적인 고객만족도 조작 시도는 결국 성공했습니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마사회는 고객만족도에서 모두 최고등급인 S등급을 받았습니다. 이 기간에 마사회 임직원이 받은 성과급은 총 100억 원이 넘습니다.
감사원은 공공기관 평가 업무를 담당하는 기획재정부에 마사회의 경영평가 등급을 재조정하라고 통보했습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코레일의 경우 고객만족도 조작이 드러난 연도의 고객만족도 점수는 0점 처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마사회의 경영평가 등급이 재조정될 경우 2016~2018년 마사회 임직원이 받은 성과급의 일부가 환수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또 감사원은 마사회가 CCTV를 통해 조사원 정보를 수집한 행위는 개인정보 보호법을 어긴 것이라고 판단하고, 개인정보 보호위원회에 조사 후 관계 법령에 따라 조치하라고 통보했습니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에서 총 9건의 위법·부당 사항을 확인하고, 마사회에 10명의 직원을 징계하라고 요구했습니다. 마사회는 "감사결과로 드러난 부분에 대해 반성하고 사과한다"며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Copyright © JTBC.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