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일반도로 시속 50km로 달리는 버스, 운전기사는 핸들을 놨다
주행시험장도 연구소도 아닌 일반 도로였다. 세종시민들이 출퇴근길에 애용하는 BRT(간선급행버스) 전용도로를 따라 15인승 버스가 달리기 시작했다. 운전석 뒤편의 스크린에는 주변 도로와 시설물, 도로변에 심어놓은 회양목의 흩뿌려진 이파리까지 표시됐다. 횡단보도 앞 신호등이 노란불로 바뀌자 20여m를 앞두고 버스가 감속을 시작했다. 횡단보도를 정상적으로 건너는 사람들 외에 차도에서부터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는 사람까지 다 보낸 뒤에야 버스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세종 집현동 산학연클러스터부터 대평동 세종버스터미널까지 7㎞를 운행하는 동안 운전석에 앉은 이의 손발은 자유로웠다.
30일 세종시에서 기자가 직접 타본 자율주행버스는 조만간 운전석조차 없는 버스가 상용화되리란 기대를 품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벤처기업 오토노머스에이투지(에이투지)가 세종 자율주행 규제자유특구에서 테스트중인 이 버스는 4개월 전부터 승객을 싣고 일반 BRT라인을 다니는 중이다.
운행을 시작한 버스는 서서히 속도를 올리더니 시속 50㎞로 달리기 시작했다. 한지형 에이투지 대표는 "자율주행버스는 교통법규를 무조건 준수하도록 설정됐기에 규정속도를 넘어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신호등이 보일 때면 차량이 먼저 감속하며 차량 정지선에 딱 맞춰 섰다. 실제 승객을 태우고 운행하는 목적으로 만든 차량이기에 고객 안정감까지 고려했다는 게 한지형 대표의 설명이다.
이날 본 자율주행버스는 BRT라인을 따라 움직이며 신호를 지키고, 정류장을 인지한 채 멈추고, 돌발상황에 안전하게 대처하는 기술을 보여줬다. 앞뒤로 실제 노선버스들이 오가는 와중에도 교통방해 없이 안정감 있게 자신의 임무를 수행했다.
다만 이 버스를 만든 에이투지의 한지형 대표는 아직 보완해야 할 부분들이 있다며 스스로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도로주행에 필요한 기술 외에도 승객이 차량에 탑승한 뒤 좌석에 앉을 때까지 출발을 미루기 위한 감지능력 등을 갖춰야 보다 완벽한 자율주행버스가 된다는 설명이다. 한 대표는 "올해 연말까지는 청주 오송역부터 세종버스터미널을 오가는 자율주행버스를 투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올해 8월 종료되는 세종 규제자유특구 기간, 그동안 규제특구에서 기업들이 모은 데이터를 표준화해 신뢰도를 높이는 작업, 부족한 인력풀 등은 자율주행 벤처기업들의 공통된 고민으로 꼽혔다.
이에 권칠승 중기부 장관은 이날 간담회에서 "규제자유특구 관련해서 정부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지만 법을 바꾸는 문제 등에서 어려움이 많다"면서도 "우리나라 자율주행기술의 새 지평을 연다는 마음으로 노력해주신다면 충분히 뒷받침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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