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 재산 공개, 이미지 아닌 데이터 파일로 줘야 맞다"

김재섭 2021. 3. 31.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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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직원 투기 논란]'광화문1번가 국민참여플랫폼' 통해 제안
데이터 형식 표준화·공개 창구 일원화도
"국민 접근성 향상·부패 사례 발굴 효과"
“공직자 재산 공개 내역을 국민이 손쉽게 활용하도록 ‘기계가 읽을 수 있는 데이터’로 제공해 주세요.”

코드포코리아(codefor.kr)에 활동 중인 ‘시빅해커’(Civic Hacker)들이 이번에는 공직자 재산 공개 내역을 국민이 손쉽게 들여다볼 수 있는 형태로 제공해달라고 정부에 제안했다. 이준수·권오현·김성준·진태양·황서원·홍승오·심원일·손성민·김예찬 등 코드포코리아에 모여 활동 중인 시빅해커들은 30일 ‘광화문1번가 국민참여플랫폼’(이하 광화문1번가)의 ‘혁신소톡난’을 통해 공직자 재산 공개 정보를 표준화된 데이터 형태로 제공하고, 창구도 일원화해줄 것을 제안했다.

코드포코리아에서 대외 소통창구 역할을 하는 권오현(사회적 협동조합 빠띠 이사장) 오거나이저(코드포코리아에서는 파워 활동가를 이렇게 부른다)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이번 제안의 배경에 대해 “지금은 종이로 인쇄하거나 디지털 기기에서 읽기에만 적합한 이미지(PDF) 파일로 제공되는데다 공직자 재산 정보다 여러 곳에 흩어져 있어 시민들이 일목요연하게 보기 어렵고, 추이를 분석하거나 시각화해 활용하는 것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구체적으로 △공직자 재산 공개 정보를 시에스브이(CSV) 등 기계가 바로 읽을 수 있는 데이터 형식으로 함께 제공하고 △공직자 재산 정보 공개를 위한 데이터 표준을 만들어 지키도록 하며 △중앙부처와 시·도 누리집에 흩어져 있는 공직자 재산 정보를 한 곳에 모아 제공해줄 것 등을 제안했다. “공직자 재산 공개 자료가 표계산프로그램과 호환되는 데이터 형태로 제공되면, 국민의 정보 접근성이 높아져 공직자의 숨겨진 부정부패 사례가 더욱 폭넓게 드러나고, 피디에프 파일에 담긴 데이터를 수작업으로 가공하고 분석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권 오거나이저는 “데이터 형태로 제공되면, 시빅 해커들이 표계산프로그램을 사용하거나 간단한 프로그램을 짜서 공직자 재산 공개 내역을 다양한 형태로 가공해 국민이 보기 쉽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광화문1번가는 문재인 정부 들어 만들어진 온라인 양방향 소통 창구이다. 이 난에 올려지는 국민 제안 가운데 30일 이내에 30명 이상의 공감을 얻은 것들은 정부혁신국민포럼과 정부혁신추진협의회 등의 논의 절차를 거쳐 정책에 반영되는 수순을 밟는다. 지금까지 5945건이 제안됐고, 67건이 정책에 반영됐다. 나머지는 토론 중이거나 숙성 중이다.

시빅 해커란 사회문제나 일상생활 속 불편사항을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해결하자고 나선 시민 개발자들을 일컫는 말이다. ‘시민 해커’라고 부르기도 한다. 시빅 해킹은 시빅 해커들의 문제 해결 행위를 말한다. “책임감 있게 화내는 행위”로 표현되기도 한다. 코드포코리아·코드나무(codenamu.org)·널채움(nullfull.kr) 같은 모임에 참여해 함께 사회문제와 불편사항에 분노하고, 기술을 활용해 해결할 방법을 찾는다.

코드포코리아 시빅 해커들은 지난해 2월 마스크 대란 때는 정부에 공적 마스크 데이터를 공개할 것을 요구해 관철시켰다. 또한 정부가 공개한 마스크 공급·재고 데이터를 바탕으로 공적 마스크 재고량을 약국별로 확인할 수 있는 앱을 만들어 시민들의 마스크 구입을 돕고 공적 마스크 공급 정책의 효용성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이어 지난달에는 정부에 개인안심번호 사용을 제안하고 직접 개발해 식당과 카페 같은 다중이용시설에 수기로 연락처를 남길 때 전화번호 대신 적을 수 있게 했다.

김재섭 선임기자 jskim@hani.co.kr

“공직자 재산 공개 내역을 국민이 손쉽게 활용하도록 ‘기계가 읽을 수 있는 데이터’로 제공해 주세요”

제안 배경

2021년 3월 25일 정부는 2020년도 고위공직자의 재산을 공개하였습니다. 1993년 처음 시행된 재산공개제도는 고위공직자의 재산을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부정부패를 예방하기 위한 제도입니다. 코로나19로 국민 모두가 힘든 시기를 보내는 가운데, 일부 공직자들의 부동산 투기 등의 부정으로 공분하는 국민들이 늘어났고, 묵묵히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해 온 공직자들까지 비난과 의심의 대상이 되어, 공직자 재산의 투명한 공개는 예년보다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하지만 디지털 전환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대한민국정부 답지 않게 공직자 재산 정보는 현재의 기술 수준과 국민들이 기대하는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 채로 공개되어 여러가지 아쉬움을 사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공직자 재산 공개는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습니다.

1. PDF로 공개된 정보는 ‘데이터’가 아닙니다.

현재 공직자의 재산공개는 그 방식을 규정하고 있는 공직자윤리법 제10조제1항에 따라 재산 내역을 '관보 또는 공보'에 게재하고, 시행규칙 별지 제 10호 서식에 맞춰 PDF 형태의 문서로 공개합니다.

PDF는 종이로 출력하거나 디지털 기기에서 사람이 편리하게 읽기에만 적합한 포맷입니다. 내용을 추가하거나 삭제하기 위해서는 PDF 전용 프로그램을 사용해야만 합니다. 공직자 재산 정보는 주로 정형화된 데이터로 구성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이미지와 다를 바 없는 PDF로 공개된 문서는 시민들이 분석을 하기 위해서 기계가 읽을 수 있도록 데이터로 변환하는 가공을 거쳐야만 합니다. PDF로 공개된 문서를 데이터로 변환하는 기술은 소수의 전문가들만 가지고 있습니다. PDF로만 공개된 정보는 여러 분야의 시민들 각자가 공개된 공직자 재산 정보를 분석하는데 참여하지 못하게 하는 장애물입니다.

PDF로 공개된 문서를 데이터로 변환하는 도중에 오류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데이터 형식으로 정보 공개를 요청할 때 정부는 주로 "데이터로 공개하면 악의적으로 데이터를 변조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곤 합니다. 그러나 정확한 데이터를 정부가 직접 지속적으로 동일한 출처와 동일한 형식으로 공개한다면 악의적으로 변조된 데이터와 정확한 데이터를 국민들이 직접 판별할 수 있습니다. 현재와 같은 PDF로 공개된 문서로는 단순 합산된 데이터의 진위도 판별해내기 어렵습니다.

현재의 정보 공개 방식은 시민들이 PDF로 구성된 이미지로부터 데이터를 읽어내는 작업을 하게끔 만들다보니 그 과정에서 데이터를 잘못 추출해 낼 가능성이 오히려 더 큰 상황입니다.

2. 공직자 재산 정보가 여러 곳에 흩어져 있어 접근이 어렵습니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고위공직자의 재산 정보는 관할 윤리위원회에 따라 관보 및 공보로 공개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관할의 재산 정보는 대한민국 전자관보 홈페이지에서, 국회의원들의 재산 정보는 국회 홈페이지에서, 시군구 기초의원의 재산 정보는 각 지방자치단체 홈페이지에서 별도로 공개하는 실정입니다. 재산공개 대상 공직자들의 재산정보를 모두 취합하려면 20여개 홈페이지에 흩어져 있는 100여개 파일을 모두 확인해야 합니다. 이렇게 정보가 흩어져 있는 상황에서는 언론과 시민들이 체계적으로 공직자들의 재산 내역을 감시하고 살펴보기 어렵습니다.

일례로 공직자 재산 정보를 데이터로 변환해 공유하는 뉴스타파 데이터포털 공직자 재산공개 페이지에서도 이러한 어려움으로 인해 시군구 기초의원의 재산 정보는 빠져 있습니다. 데이터로 가공되지 않은 시군구 기초의원의 재산 정보는 분석 대상에서 빠져 언론과 시민들에 의한 감시 사각지대에 놓여있습니다.

최근 투명한 공직자 재산 공개에 관심을 갖는 국민이 많아지긴 했지만, 평소에 공직자 재산 공개 정책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국민이라면 정보가 여러 문서로 나뉘어 개별 사이트에 공개된 상황 조차 인지하기 어렵습니다. 국민들이 정보에 수월하게 접근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인해, 공직자 재산 정보의 투명한 공개로 기대되는 효과가 저하되는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제안 내용

1. 공직자 재산 공개 정보를 기계가 바로 읽을 수 있는 CSV 등의 데이터 형식으로 함께 제공해 주세요.

공직자 재산 공개 정보를 CSV같은 데이터 형식으로 제공하면, 국민 각자가 데이터로 변환하는 과정을 수행하지 않고, 즉시 분석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사람 뿐만 아니라 기계가 판독할 수 있는 데이터 형식으로 공직자 재산 공개 정보를 제공해 주세요.

2. 공직자 재산 정보 공개를 위한 데이터 표준을 제정하고 지켜주세요.

다양한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공개할 경우 일관성을 지켜야 합니다. 공직자 재산 정보가 이번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꾸준하게 공개될 것에 대비하여 대한민국 정부만의 공직자 재산 정보 공개를 위한 데이터 표준 형식을 지정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 표준을 중앙부처와 각 지방자치단체 모두가 데이터를 생성할 때 따르게 함으로써, 여러 곳에서 생산된 데이터라 할지라도 쉽게 통합하고 함께 분석할 수 있습니다. 현재 공직자윤리법 시행규칙 상 별지 서식들도 이러한 데이터표준에 따르도록 개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3. 중앙부처와 시도 등 각종 홈페이지에 흩어져 있는 공직자 재산 정보를 한 곳에 모아 제공해 주세요.

현재 분산되어 공개되어 있는 공직자 재산 정보를 한 곳에서 제공해 주세요. 특히 공공데이터를 개방하는 데이터 포털인 공공데이터 포털(www.data.go.kr)을 통해 기존의 공공데이터 제공과 같은 방식으로 공개한다면 국민들이 쉽게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기대효과

정부의 주도로 오류 없이 공개되는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는 국민들의 정보 접근성을 확산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이를 통해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 또한 높아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또한 향상된 정보 접근성을 바탕으로 국민의 편리함을 도모할 수 있을 것입니다. ‘코로나19 공적마스크 API’의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이, 투명하고 명확한 데이터 공개는 시빅해커 및 시민 개발자들의 관련 서비스 제작, 데이터 분석 등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국민의 알 권리를 지원하고, 그들이 불편하게 데이터를 확인해야하는 걸림돌이었던 과정을 최소화하여 편리함을 도모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게다가 해당 정책을 기반으로, 더 많은 국민들이 공직자의 부정부패를 발견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이로 인해 부패 없는 청렴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한편, 아직도 숨어있는 문제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처리 가능한 데이터 형태로 공개가 되면 다양한 방법으로 분석하여, 드러나지 않은 문제나 발생 가능한 리스크들도 찾아내어 입법이나 처벌, 제도 등 현재의 사회 장치를 통해 보완 해 나갈 수 있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미래에 발생 할 수 있는 부정한 시도 또한 예방 할 수 있는 효과가 있으므로, 실로 그 효과가 매우 클 것입니다.

제안자:코드포코리아 이준수·권오현·김성준·진태양·황서원·홍승오·심원일·손성민·김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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