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와 분노 위.."그럼에도 우리는 어디에나 존재한다"

오경민 기자 입력 2021. 3. 31.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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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성소수자인권단체들이 31일 정오 ‘국제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을 맞아 ‘퀴어는 어디에나 있다. 트랜스젠더는 어디에나 있다’ 기자회견을 열었다.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제공.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도, 종로구 서울극장에도, 마포구 합주(合奏)실에도,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 농성장에도, 경기 하남시 스타필드에도, 고양시 행주산성에도, 당신이 장을 본 시장에도, 당신이 타는 버스와 지하철에도, 당신의 학교에도, 직장에도, 교회에도 성소수자(퀴어)는 있다. 성소수자인권단체들이 31일 ‘국제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을 맞아 “퀴어는 어디에나 있다. 트랜스젠더는 어디에나 있다”고 외쳤다.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청소년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 띵동 등 성소수자인권단체들이 31일 정오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슬픔과 애도의 시간 속에서 서로의 곁을 지키며 삶을 이어나가고 있다”며 “사회는 더이상 트랜스젠더가 마주한 차별의 현실에 대해 침묵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단체들은 사전에 성소수자 참여자들로부터 한 줄 일기를 제공받아 이날 공개했다. 참여자들은 “나는 오늘 반려묘와 사냥놀이를 하고 프라이드 에코백을 들고 출근하여 근무하고 있습니다”, “트랜스젠더 청소년인 나는 학교에 다녀왔습니다. 시스젠더 청소년들과 함께” “양성애자인 나는 오늘 대학원 연구실에서 공부하고 동기들과 부대찌개를 먹었습니다. 카페에서는 크림라떼를 마셨고, 내일도 비슷한 하루를 보낼 것입니다. 우리는 어디에나 있습니다” 등의 일기를 적어 보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퀴어가있는곳’ ‘#퀴어가다녀간곳’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을 다는 캠페인도 진행했다. 성소수자들은 서울광장, 서울극장,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 농성장 등 다양한 장소에서 인증샷을 올렸다.

최근 고 변희수 하사, 극작가 이은용씨, 김기홍 전 제주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 등 커밍아웃한 트랜스젠더 시민들의 부고가 잇따르면서 이날 기자회견은 애도의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청소년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 띵동의 에디(활동명)는 “2개월간 5번의 부고, 3번의 조문, 2번의 발인. 요즘 나는 잘 못 살고 있다”며 “안 살고 싶은 마음까지 안 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나는 어디에나 있었고, 있으며, 있을 것이다”라고 발언했다.

“그럼에도 우리는 존재한다”고 단체들은 강조했다. 류세아 트랜스해방전선 활동가는 “지우려 들수록 우리는 더 굵은 글씨로 우리의 존재를 쓰고, 말하고 외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트랜스젠더 인구는 20만 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지난 2018년 이혜민 고려대 연구원 등이 ‘한국 트랜스젠더의 의료적 트랜지션 관련 경험과 장벽’ 논문에서 2017년 미국 트랜스젠더 인구 규모 추산 결과의 비율(10만명당 390명)을 국내 인구에 대입한 결과다. 성소수자는 더 많다. 국제적으로 성소수자 인구는 3~7% 안팎인 것으로 파악된다.

오는 4월7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자들이 성소수자들은 혐오의 대상으로 여기거나 ‘없는 사람’ 취급하고 있다고 단체들은 주장했다. 단체들은 “안철수 전 서울시장 후보는 성소수자를 보지 않을 권리를 운운하며 ‘퀴어 특구’를 만들라고 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성소수자 정책 과제 질의에 대답도 하지 않았다”며 “퀴어를 보이지 않는 사람, 없는 사람으로 취급하는 사람들이 서울시장 후보로 나온 것이 지금 우리 정치의 현실이고 대한민국의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오경민 기자 5k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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