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공사현장서 노동자 밟는 노동자..그 뒤엔 양대 노총

박병현 기자 2021. 3. 31.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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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북 전주시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노동자들끼리 싸우는 일이 또 벌어졌습니다. 서로 "내가 맡은 일"이라고 우기며 몸싸움을 하다가 타워 크레인에 올라가려는 노동자를 발로 밟기도 했습니다. 노동자들 사이에 단순한 다툼이 아니라 그 안에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충돌이 녹아있습니다.

먼저, 사건 내용을 박병현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전북 전주 아파트 공사현장 (지난 29일) : 내려오시라고.]

살려달라는 여성의 비명소리와 욕설이 뒤엉켜 공사장 전체에 울려 퍼집니다.

출동한 경찰은 지켜만 보고 있습니다.

타워크레인에 매달린 정모 씨 주변엔 남성 네 다섯 명이 둘러쌌습니다.

한 남성은 정씨 위로 올라가 어깨를 밟습니다.

4~5미터 높이라 떨어지면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던 상황입니다.

[다 떨어져 XX. 다 XXX 깨져.]

정씨는 한국노총 소속으로, 이날 타워크레인을 몰기 위해 출근하던 중이었습니다.

[정모 씨/타워크레인 기사 : 아침에 출근했어요. 근데 갔는데, 민노(민주노총)에서 어떤 분이 와 계시더라고요.]

민주노총을 비롯한 다른 노조 소속 노동자들이 출근을 막았다는 겁니다.

[정모 씨/타워크레인 기사 : 따라 올라온 거예요. 따라 올라와서…수치감은 제가 동물인 줄 알았어요. 성적으로 수치심이 너무 심해서 등 이런 거로 막 비비고 떨어져 죽으란 식으로…]

계약 문제가 충돌의 이유였습니다.

정씨는 정상적으로 계약을 맺었고, 약속된 날짜에 출근을 했다는 입장입니다.

[정모 씨/타워크레인 기사 : 근로계약서랑 다 쓰고 출근을 하게 돼 있어서…]

시공사측 역시 "한국노총측과 먼저 계약을 맺은 건 맞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민주노총측 입장은 다릅니다.

[민주노총 관계자 : 우리 민주노총에서도 똑같이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다고 들었어요. ]

정씨는 팔꿈치 등 몸 곳곳에 부상을 입고 병원에 일주일간 입원해 치료를 받았습니다.

당시 충격으로 정신이상까지 호소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정씨 측은 성추행을 당했다며 여성가족부에 진정서를 넣었고 경찰에도 수사를 요청할 예정입니다.

■ 노총이 상대 노동자 '해고 강요'…청와대 면담까지

[앵커]

건설 현장에서 이런 물리적 충돌이 점점 늘어나는 건 양대노총의 밥그릇 싸움과 무관치 않습니다. 더 많은 계약을 따내서 소속 노동자들에게 일자리를 주고 또 그렇게 해서 조합원들을 늘려가며 노총의 세력을 키워가는 거죠. 문제는 노동자들의 이익을 대변한다지만, 노총이 서로 갈등하면서 다툼의 현장에서 정작 맞서고 있는 건 다시 노동자들이라는 겁니다.

계속해서 박병현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1월 인천 청라지구 공사현장에선 양측 조합원 수백 명이 충돌했습니다.

이후 강원도 원주와 서울 등 전국 곳곳에서 충돌은 계속됐습니다.

경기 과천시의 아파트 신축 공사현장에선 지금도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이 타워크레인을 점거한지 엿새쨉니다.

[김대진/민주노총 경기중서부건설지부 : 우리만 빼고 한국노총 조합원들은 고용하고 작업을 하고 있어요.]

충돌은 특히 올해 들어 빈번해졌습니다.

열 건이 넘습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건설경기가 가라앉은 가운데 제한된 일자리를 두고 양대 노총이 다투고 있는 겁니다.

최근엔 해고를 강요하는 경우까지 생기고 있습니다.

양대 노총이 서로 상대 노총 조합원을 쓰지 말라고 사측에 압력을 넣는 방식입니다.

관행적으로 양대 노총이 노동자 보호를 위해 건설사를 상대해왔는데, 이제는 거꾸로 상대 소속 노동자 일자리를 빼앗고 있는 겁니다.

정부 대책은 지지부진합니다.

지난달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실은 한국노총 지도부와 면담을 가졌습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이 면담에서 "단순 노노갈등이 아닌 집단 폭력 사태로 문제가 커졌다"며 정부가 중재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밝혔습니다.

청와대 측은 "일단 두 노조가 현장에서 원만히 해결책을 찾아야 하지 않겠냐"는 반응을 보였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국토교통부도 지난 23일 양대 노총 지도부를 불러 면담을 가졌습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했다"면서도 "사실상 국토부가 나서 할 수 있는 게 없어 막막하다"고 밝혔습니다.

(화면제공 : 한국노총)
(영상디자인 : 강아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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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왔습니다] (2021.4.8)

JTBC 뉴스룸은 3월 31일 '공사현장서 노동자 밟는 노동자...그 뒤엔 양대노총'이란 제목으로 보도를 했습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건설노조 타워크레인지부는 임대사측과 교섭을 통해 고용 약속을 받고 출근한 것으로, 다른 노동자를 발로 밟은 적이 없다고 전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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