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봄날 오나..생산·소비 등 경기지표 온기돈다

이명철 2021. 4. 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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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호조로 2월 전산업생산 전월대비 2.1% 증가
경제심리 회복세..주요 기관 올해 경제성장률 상향
코로나19속 소비 활성화 숙제..내수 진작책 추진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원다연 기자] 지난한 코로나19 사태 속 한국 경제에 봄기운이 찾아오고 있다. 양호한 수출 흐름을 바탕으로 주요 경기지표·심리지수 등이 잇따라 개선 추세를 보이면서 경기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백신 접종으로 하반기 집단면역 형성이 예상되는 가운데 주요 기관들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높여 잡는 추세다. 다만 코로나19 확산 장기화에 따른 소비 부진은 해결해야 할 숙제다. 정부는 2분기 경기 회복이 본격화할 것이란 판단 아래 내수 진작과 투자 프로젝트 등을 추진해나갈 계획이다.

인천 연수구 송도 신항 한진터미널에서 크레인이 컨테이너를 옮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 이전으로” 광공업·서비스업 등 기지개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지난 2월 전산업생산은 2.1%(전월대비) 증가했다. 전산업생산지수는 111.6으로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0년 1월 이후 최고치다. 한국 경제의 생산력이 역대 최고라는 얘기다.

광공업생산은 4.3% 늘어 지난해 6월(8.2%) 이후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반도체(7.2%)는 4차 산업혁명 관련 투자가 지속되는 가운데 코로나19 사태 이후 비대면 경제가 확대돼 호조를 보이고 있고 화학제품(7.9%)은 전방산업의 수요가 늘면서 생산 또한 증가세다.

서비스업생산은 1.1% 증가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일부 완화되면서 숙박·음식점이 20.4% 급증했고 수출입 물량 증가에 운수·창고(4.9%)도 늘었다.

지난 2월 소매판매는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로 외부 활동이 늘어나면서 가정 내 음식료품 수요가 줄어든 영향으로 0.8% 감소했다. 다만 계절성 요인을 제외한 소매판매지수는 115.2로 코로나 이전인 지난해 1월(113.0) 수준에 근접했다.

설비투자(-2.5%)는 선박 등 운송장비(10.4%) 투자가 늘었지만 특수산업용 기계 등 기계류(-6.2%) 투자가 줄어 4개월만의 감소 전환했다. 주요 업체 설비 증설이 이어지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3개월째 증가세를 이어간데 따른 일시 조정이라고 통계청은 분석했다.

현재 경기 상황을 나타내는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99.7로 0.3포인트 올랐고 앞으로 전망을 보여주는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0.2포인트 오른 102.9로 9개월째 상승세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수출 증가 등에 힘입어 전체 생산이 상당히 호조를 보인 점을 볼 때 경기 회복세가 좀 더 강해진 모습”이라며 “선행지수 순환변동치의 경우 실물지표와 금융지표 사이 괴리가 많이 축소돼 (경기 회복 전망을) 더 적극적으로 봐도 되는 긍정적인 신호”라고 진단했다.

기업과 소비자들의 체감 경기도 나아지는 추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기업이 인식하는 경기 상황을 나타내는 3월 전산업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7포인트 오른 83으로 2011년 7월(87)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0.5로 한달새 3.1포인트 오르며 14개월만에 100을 넘었다.

BSI와 소비자동향지수(CSI)를 합성한 3월 경제심리지수(ESI)는 101.3으로 4.7포인트 올랐다. ESI가 100을 넘긴 것은 2018년 6월 이후 처음이다.

한국의 경기 회복세에 주요 기관들은 경제 성장률을 상향 조정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26일 발표한 연례협의 결과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1%에서 3.6%로 상향 조정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지난달 9일 내놓은 중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한국의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3%로 이전보다 0.5%포인트 높였다.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투자은행(IB) 7개사의 전망치 평균도 3월 3.9%로 작년말보다 0.5%포인트 올랐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차관은 이날 열린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비경 중대본) 회의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 회복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내수 부진도 점차 완화되는 모습”이라며 “최근 주요 전망기관들은 올해 글로벌 경제와 우리 경제의 성장률 전망을 연이어 상향 조정하고 있어 당초 예상보다 빠른 회복도 기대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확산세 완화 관건…지속적인 재정 역할 필요”

대외적 여건은 개선하고 있지만 여전히 부진한 내수 회복은 고민거리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보복 소비’ 영향으로 2월 백화점 판매액은 전월대비 12.1% 증가했지만 면세점(-11.8%), 대형마트(-10.1%), 슈퍼마켓·잡화점(-6.8%) 등은 감소세를 나타냈다.

카드 매출액은 지난 2월(12.0%) 전년동기대비 반등한 후 3월 셋째주 16.4% 증가했지만 지난해 3월이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점을 볼 때 기저효과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기재부도 3월 최근경제동향(그린북)에서 수출·투자 등 개선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내수 부진이 지속되는 상황이라며 아직까지 경기 불확실성이 상존한다고 진단한 바 있다.

정부는 2분기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경기를 회복할 적기로 보고 정책 지원을 집중할 방침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비경 중대본 회의에서 “2분기는 우리 경제를 본격 회복세로 안착시켜야 할 결정적 시기”라며 “자영업자, 소상공인, 고용취약층 등의 민생 어려움 해소 노력과 함께 경기개선 흐름세를 공고화하는 데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작년 6월 열렸던 ‘대한민국 동행세일’ 등 내수 진작책을 마련해 소비 개선세를 강화할 예정이다. 공공·민간 투자 활성화를 위한 110조원 투자 프로젝트도 발굴한다.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서는 최근 국회를 통과한 추가경정예산(추경)의 7조3000억원 규모 현금 지원 사업 80% 이상을 2개월 내 지급토록 추진한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기 회복세에도 소비 측면에서 부진한 상황인데 백신 접종에 따른 코로나19 방역 조치 완화 여부가 앞으로 내수 회복의 관건이 될 것”이라며 “어려운 여건에서 빚을 낸 가계·기업 등에 대한 정책 금융을 지원하는 등 지속적인 재정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명철 (twomc@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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