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대상 이 작품]기억에 대한 정화 '왜곡'

윤기백 2021. 4. 1.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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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한 세컨드네이처 댄스컴퍼니 예술감독] 안무가 노정식은 무용계에서 진지하면서도 자기 자신을 성찰하는 안무가로 알려져 있다.

안무가 노정식은 '메모리'(Memory·2014)를 시작으로 기억에 대한 연작을 내놓고 있는데 이번 작품은 '타인의 기억', '파편'의 장으로 이어진다.

'왜곡'은 무용수들의 움직임이 주제와 긴밀히 연결되면서 음악의 영향력에 거스르지 않은 채 작품의 주제를 안정적으로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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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위원 리뷰
로댄스프로젝트 '왜곡'

[김성한 세컨드네이처 댄스컴퍼니 예술감독] 안무가 노정식은 무용계에서 진지하면서도 자기 자신을 성찰하는 안무가로 알려져 있다. 그가 2004년 창립한 로댄스프로젝트(Roh Dance Project)는 꾸준한 창작활동으로 그동안의 힘든 여정에도 굳건히 작품 활동을 했다. 그 결과 2018년 대한민국무용대상에서 ‘까마귀’로 대통령상을 수상하며 뛰어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로댄스프로젝트는 지난달 6~7일 양일간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신작 ‘왜곡’을 초연하면서 오랜만에 소극장 작품으로 관객을 찾아왔다.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서 얼마나 정확할 수 있을까? 잘못된 기억 저장에 대한 오류로 상대에게 상처를 준 적은 없을까?”

‘왜곡’은 기억에 대한 연작이다. 안무가 노정식은 ‘메모리’(Memory·2014)를 시작으로 기억에 대한 연작을 내놓고 있는데 이번 작품은 ‘타인의 기억’, ‘파편’의 장으로 이어진다. 심리학적인 접근으로 재구성된 기억이나 왜곡된 기억, 착각, 오류로 저장된 기억 등 흔히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을 섬세하고 세련된 감각으로 솔로, 2인무, 4인무 등 다양하게 장면을 구성했다.

기억을 더듬듯 천천히 움직이는 손짓이나 바닥에 튕겨 제자리로 돌아오는 공은 시간의 흐름이 엿보인다. 마치 초현실주의 살바도르 달리의 ‘기억의 지속’ 같은 시간의 흐름을 연상케 하듯이 느리지만 정확하게 흐르는 동작들은 어김없이 ‘지나감’을 표현한다. 감각적이고 세련된 구성은 안무가의 이전 작품에서도 엿볼 수 있는 고유한 안무 감각이라 하겠다.

소극장 공연은 무대와 관객의 거리가 친밀하기에 무엇보다 무용수들의 기량이나 연기력이 중요하다. ‘왜곡’은 무용수들의 움직임이 주제와 긴밀히 연결되면서 음악의 영향력에 거스르지 않은 채 작품의 주제를 안정적으로 표현했다. 오늘날 컨템포러리 댄스의 근간이 되는, 기본이 탄탄한 무용수들의 연기력은, 움직임이 주는 정화의 시간이라 하겠다. 60분 작품에서 적절한 테크닉과 연기력의 구성은 조율사 같은 안무가의 능력이다.

‘왜곡’에서 주목되는 것 중 하나는 음악의 사용, 정확히 말하면 음향효과의 묘미다. 소극장 무대의 전환에서 보통은 조명의 암전으로 막을 이어가거나 변화를 시키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조명과 함께 음향효과가 막을 나누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시끄러운 자동차 경적, 째깍거리는 시계 소리, 문을 여닫는 소리, 정적 등 장면과 장면을 연결하는 브리지 역할을 음향효과로 대신했다. 보통 브리지 장면(신)은 이미지 장면이나 극적인 요소가 들어가기도 하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시각적인 장면보다는 청각적인 요소를 선택함으로써 인터넷의 발달로 시각이 피로한 관객에게 새로운 배려를 선사했다.

“당신이라고 믿는 게 당신의 전부가 아닙니다. 당신은 누구인가요. 당신이 진정 누구인지 기억할 수 있나요?”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기억에 대한 글과 안무가 노정식의 안무 철학으로 풀어낸 기억에 대한 단면들은 한 번쯤은 기억의 민낯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제공한다. 화려한 대극장 무대가 아니기에 오히려 담백하고 진솔하게 관객과 가까이했던 작품으로, ‘왜곡’은 소극장 작품이라 더 빛나는 작은 거인 같은 수작으로 남는다.

‘왜곡’ 한 장면(사진=로댄스프로젝트)
‘왜곡’ 한 장면(사진=로댄스프로젝트)
‘왜곡’ 한 장면(사진=로댄스프로젝트)
‘왜곡’ 한 장면(사진=로댄스프로젝트)
‘왜곡’ 한 장면(사진=로댄스프로젝트)
김성한 세컨드네이처 댄스컴퍼니 예술감독

윤기백 (gibac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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