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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大위기②] 잘나가던 토종원전, 탈원전 후 국제무대서 '외면'

유준상 입력 2021. 04. 01. 07:00 수정 2021. 04. 01.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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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탈원전 선언 후 해외 원전수주 '0건'
"영어냐, 한글이냐" 다투다 사우디 스마트 수출 지연
아랍에미리트에 건설 중인 바라카 원전 전경. ⓒ뉴시스

한국은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를 따내며 토종원전인 APR1400을 해외에 첫 수출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이 원전은 수주액만 200억 달러(23조원)에 달해 막대한 외화를 벌어들였다. 지난 60년간 축적된 기술과 건설·운영 노하우가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해외 원전 수주에 대한 절실함은 그때나 지금이나 동일하다. 현 정부는 최근 '원전수출 자문위원회'를 공식 출범시키고 체코 등 원전사업 발주에 대한 준비에 본격 착수했다. 하지만 한국 원전을 우러러보던 국가들의 시선은 예전과 같지가 않다. 한국의 탈원전 선언 때문이다.


실제로 탈원전 정책을 시행한 2017년 이래 한국은 해외 원전 수출에 연거푸 실패하고 있다. UAE 원전 수출 이후 지금까지 원전 건설 해외수주 실적이 단 한 건도 없다. 본국에는 원전을 짓지 않으면서 원전 세일즈에 나선 '자가당착'을 해외국들이 훤히 꿰뚫고 있는데 정작 문재인 정부만 모르고 있는 듯하다.

'눈치100단' 원전 발주국…韓 탈원전 선언 후 원전 수주 '0건'

2017년 6월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을 선언한 뒤 한국 토종원전 수출 경쟁력은 계속해서 곤두박질쳐왔다.


가장 먼저 이상 징후가 감지됐던 사례는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이다. 2017년 12월 일본 도시바는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법인 뉴젠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한국전력을 선정했지만 이듬해인 2018년 8월 돌연히 지위를 해지했다.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도시바는 한전의 지위를 박탈한 이후 캐나다 원전기업 브룩필드, 중국 국영 원전기업 중국광핵집단(CGN)에 뉴젠 매각을 타진했지만 불발됐다. 이후 뉴젠을 청산하기로 결정하면서 한전에는 다시 협상 기회를 주지 않았다.


산업부는 한전-도시바 간 상업적 판단에 따라 인수협상을 중단한 것으로 에너지 전환 정책과는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산업부는 "당시 새로운 사업모델인 RAB 모델 주요내용에 대한 영국정부의 정보제공이 충분하지 않아 한전도 뉴젠 인수를 결정할 만한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며 "도시바도 한전 외에 다른 인수업체를 찾고자 한전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소멸한 것일 뿐 현 정부 에너지 전환 정책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한국이 첫 원전 수주에 성공했던 UAE에서도 위상이 흔들렸다. 원전 건설 발주 국가는 통상적으로 수주 국가에 운영과 유지 관리도 맡기는 게 관례다. 원전은 설계수명이 평균 60년인 만큼 기술과 경험을 가진 건설자가 가장 안정적으로 운영과 관리에 임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한국이 탈원전을 선언한 후 이러한 '관례'가 깨졌다. UAE는 2018년 11월 장기서비스계약(LTSA)을 한국의 경쟁사인 프랑스전력공사(EDF)에 넘겼다. 2019년 6월에는 한국과 '단독으로' 맺는 장기정비계약(LTMA)이 아닌 복수 사업자와 맺는 장기정비 사업계약(LTMSA) 계약을 체결했다. 한국형 원전 APR1400이 설치되는 만큼 LTMA를 통으로 따낼 것이란 관측이 빗나간 것이다. 계약기간과 규모를 보면 LTMA는 10~15년, 2조~3조원인데 비해 LTMSA는 5년, 수천억원대에 불과하다.


한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UAE와 원전 동반자였던 한국이 일종의 하도급 용역업체로 전락했던 사례"며 "UAE가 한국에 단독계약을 주지 않은 것은 한국 탈원전 정책으로 열악해진 원전부품 생태계에 대비한 위험관리 성격이 크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산업부는 "LTSA는 소규모 기술자문 성격의 계약으로서, UAE가 한국 외에도 미국, 영국 등 다양한 기업들과 체결한 각종 지원계약"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 들어 탈원전 기조 속 원전 산업 수출 실적이 급감했다. 원전업계에 따르면, 설계와 부품 등 원전 산업의 해외 수출 실적은 2018년 4400억원에서 2019년 200억원 규모로 크게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체코 신규 원전은 한국 원전의 수출 시험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프랑스, 러시아 등 원전 강국이 참여해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 가운데, 한국의 탈원전이 어떠한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최근 범국가적 차원에서 원전 산업 부흥을 선포하고 원전 수출에 적극 나서고 있는 미국도 위협적이다.


체코 산업통상부는 25일(현지시간) 사업비 8조원 규모 두코바니 원전 입찰 일정과 잠재적 입찰 후보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한국 한국수력원자력, 미국 웨스팅하우스, 러시아 로사톰, 프랑스 EDF 등 4곳이 참여했다. 이달부터 12월까지 잠재적 후보에 대한 사전 심사를 거쳐 12월 최종 입찰후보자 명단을 확정할 예정이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해 8월 19일 정부세종청사 산업부 영상회의실에서 카렐 하블리첵 체코 산업통상부 장관과 화상면담을 갖고 있다. ⓒ뉴시스

'영어 vs 한글' 인허가 놓고 사우디와 기싸움 하다 스마트 수출 지연

문재인 정부는 인허가를 "영어로 할거냐, 한글로 할거나" 소모적인 기싸움을 벌이다 소형원전 수출을 지연시킨 사례도 확인됐다.


스마트(SMART)는 우리나라가 대형원전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개발을 시작해 2012년 세계 최초로 표준설계인가(SDA)를 받은 100MW급 소형원전이다. 우리나라는 2015년 사우디와 스마트 동반자 협력을 맺고 사우디로부터 투자비 1억 달러까지 지원받았다.


사우디는 한국 스마트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였다. 열대지방 특성상 전력 소비가 많은 데다 화력발전에만 의존하는 사우디에 스마트를 건설하면 연료비를 획기적으로 아낄 수 있어서다. 스마트는 공기냉각이 가능해 사우디 환경에 안성맞춤이다. 냉각수를 확보하기 위해 바닷가에 짓지 않아도 돼 기존 화력발전을 스마트로 대체하면 기존 송전망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는 '먼 길을 함께 할 동반자'라는 뜻의 아랍어 '라피끄'를 인용하면서 사우디 스마트 수출 협력 분위기를 조성했다. 양국 신뢰가 계속 쌓이면서 사우디는 2017년 한국에 스마트 부지타당성 조사와 인허가 심사 등 적극적으로 협력을 요청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스마트 사업이 지연되기 시작했다. 2017년 사우디가 스마트 인허가를 영어로 하자고 한국에 제안했지만 우리나라 인허가 기관이었던 원자력안전위원회가 한글을 고수하며 1년 넘게 갈등을 빚어서다.


그무렵 방한했던 사우디왕립 원자력신재생에너지원(K.A.CARE) 부원장은 "한국이 경제적으로 성장한 건 맞는데 다른 나라가 한글을 배워서 한국과 협력할 정도 위치에 있지는 않다고 생각한다"며 사우디로 돌아갔다고 전해졌다.


당시 갈등으로 사업이 지연되면서 미국 등이 사우디 원전 수주에 뛰어들게 됐고, 사우디 스마트 협상 담당자들도 교체되면서 '한국도 안 짓는데 그걸 우리가 왜 투자해서 지어야하나' 등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저유가와 코로나19까지 겹치며 결과적으로 한국-사우디 협상 집중도가 흩뜨러졌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사우디왕립 원자력신재생에너지원-한수원-한국원자력연구원 등 공동 3자는 2019년 12월 다시 원안위에 사우디 스마트 표준설계인가 인허가 심사를 신청했고 현재 심사가 진행 중이다.

데일리안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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