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조상들은 훠궈와 딤섬, 마라탕을 즐겨드셨지"가 나온 까닭?
[경향신문]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훠궈와 딤섬 그리고 마라탕을 즐겨드셨다.”
이 무슨 황당한 말이냐고요? 패션 브랜드 업체 ‘라카이코리아’가 만우절에 맞춰 만든 포스터입니다. 포스터를 보면 초가집 아래 갓을 쓰고 한복을 입은 남자가 훠궈 냄비에 홍탕과 백탕을 끓이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은 ‘쇼마이’(새우딤섬)처럼 보이는 딤섬을 빚고 있네요.
라카이코리아는 지난달 31일 포스터를 공개하면서 “1년 365일 만우절인 듯 멈추질 않는 중국의 역사 왜곡, 중국의 동북공정이 얼마나 황당한 주장인지 그 기분을 느껴보았으면 한다”고 제작 배경을 밝혔습니다. 이어 “금일 이후로 중국의 모든 거짓말들이 사라지길 바라며, 라카이코리아는 현재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역사왜곡에 맞서 끝까지 싸우겠다”고 했습니다.
라카이코리아는 최근 동북공정 논란이 일었던 김치, 한복 등에 대한 사료를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16세기 이전 조리서로 추정되는 <주초침저방(酒醋沈菹方)>에는 “칠월 스무날에 벌레 먹지 않은 콩 한 말을 물에 담근 뒤 사흘 만에 꺼내 기울 3말을 섞어 찧어 메주를 만든다”고 적혀 있습니다. 라카이코리아는 “가장 오래된 한글 음식 조리서로 즙장 만드는 방법이 기록되어 있다. 젓갈김치 최초의 기록이다. 감동젓을 사용한 ‘감동저’ 등 다양한 김치의 조리법이 소개되어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고구려 시대 관복이 그려진 ‘수산리고분 벽화’를 소개하며 “조선시대 관복과 차이가 없는 모습이다. 중국의 주장은 한복이 명나라로부터 비롯되었다는 것이지만 삼국시대 때 명나라는 존재하지 않았다”라고 썼습니다. ‘역사의 수레바퀴는 뒤로 돌릴 수 없다’는 의미를 가진 중국 속담 ‘不能倒轉歷史車輪’을 인용하며 중국을 끝까지 꼬집었습니다.
알고 보니 이곳 역시 중국 누리꾼들의 뭇매를 맞은 적 있었습니다. 지난 2월26일 뉴욕 타임스퀘어에 걸린 한복 광고 때문입니다. 라카이코리아가 3·1절 102주년을 맞아 만든 광고에는 ‘TRADITIONAL KOREAN CLOTHES, HANBOK’(한국 전통 의상, 한복)이라는 문구가 실렸습니다. 당시 라카이코리아는 “최근 중국의 동북공정이 심화되고 다른 한국 고유문화로까지 번지고 있다”며 “한국 문화를 지키고 3·1절 102주년을 기념하고자 뉴욕 타임스퀘어에 옥외 광고를 송출하게 됐다”고 했습니다.
한복 광고를 본 중국 누리꾼들이 라카이코리아에 항의 전화를 하고 메일을 보내자 라카이코리아는 지난달 4일 한국어·중국어·일본어·영어로 된 입장문을 내고 “동북공정을 멈추고 왜곡되어 있는 사실을 정정할 때까지 중국 측 판매를 무기한 중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일본에서도 광고 논란이 일자 “수위를 넘은 역사 왜곡과 무자비한 악플들은 국제 소송으로 저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법적 대응으로 처벌하려 한다”고 했습니다.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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