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살 취준생" 연설 청년, 알고보니 국민의힘 핵심 수강생

곽우신 2021. 4. 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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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강료 내며 당 '정책네트워크 드림' 참여.. 과거 영상 곳곳에 등장.. 국민의힘의 내로남불?

[곽우신 기자]

 지난 3월 28일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특별시장 후보의 2030시민참여유세에 나섰던 인사 중 한 명이 당 대외협력위원회에서 선발한 기구에 참여했던 이로 확인됐다.
ⓒ 유튜브캡처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특별시장 후보의 2030시민참여유세에 나서 "정말 일반인 청년"이라며 연설했던 인사가 당 대외협력위원회에서 선발한 기구에 돈을 내며 참여했던 인물로 확인됐다. 면접을 통해 선발된 그는 수강료를 내고 커리큘럼도 이수했다.

국민의힘은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지지 연설에 나선 청년들의 당직 및 당적 등을 문제 삼으며 자당 유세단의 순수성을 강조해왔다.

"27살 취준생, 당원 아니다" 했는데... 수강료 20만 원 내고 20주 교육 이수

양아무개씨는 지난 3월 28일 서울 코엑스몰 앞 집중 유세에서 마이크를 잡고 스스로 "27살 취업준비생"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당원도 아니고, 캠프 사람 아니다. 정말 일반인 청년"이라며 "일반인이 이런 자리 나와서 연설하는 것, 쉬운 결정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양씨가 등장한 유튜브 영상 조회 수는 5만이 넘는다.

그런데 양씨의 모습은 지난 3월 12일 유튜브 '오세훈TV' 채널에 업로드 된 영상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해당 영상은 국민의힘 대외협력위원회 정책네트워크 '드림'이 '4·7 재보궐선거 정책제안서'를 펴내고 이를 오세훈 후보에게 전달하는 현장을 담고 있다.

3월 7일 현장을 기록한 이 영상에서 양씨는 '열정 가득한 드림팀 최연소 청년 대표'라는 자막과 함께 등장한다. 그는 "요즘 말로는 코로나 백수"라며 "적어도 이번 보궐선거에서는 권력을 쥐고도 청년의 미래를 저버렸던 세력이 집권하는 것만큼은 막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5일, 정책네트워크 드림 발대식에도 등장한다.

정책네트워크 드림은 지난해 발족한 정책제안기구이자 교육커리큘럼을 갖춘 프로젝트였다. 당시 국민의힘 보도자료에 따르면 "각 분야의 다양한 핵심 인재들이 대거 지원한 가운데 지난 10월 31일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면접을 진행"해 "국민의힘의 가치를 함께할 심도 깊은 심사를 통해 선발"했다.

만 49세 미만의 청년을 대상으로 선발했으며, 선발된 이들은 20만 원의 수강비를 내고 20주 동안 주 1회, 3시간 이상씩 모임을 가졌다. 공지된 커리큘럼에는 정치철학, 정치윤리, 기본소득 등의 주제에 대한 강의와 토론, 정책 아이디어 제안과 이를 공약으로 구체화하기 등이 제시돼 있다. 지난달 7일 오 후보에게 전달한 정책제안서는 그 결과물이다.

과거 영상 곳곳에 등장... 민주당의 전 당직자 연설 비꼬더니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2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동문광장에서 열린 집중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정치에 관심을 가진 청년이 정당이나 정책수립 과정에 참여하는 것은 권장할만 한 일이다. 그런 청년이 지지 후보를 위해 대중 앞에서 연설을 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이번 보궐선거에서 자당에 청년들의 유세지원이 많다는 점을 홍보하는 것을 넘어 '순수한 일반 청년'과 '정치 참여 청년'을 구분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박영선 민주당 후보 지지연설에 나선 청년들이 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회 대변인, 민주당 2030 청년선대위원장 출신이라는 점을 비판하며 오 후보 유세 현장에 나오는 청년들의 순수성을 강조하고 있다.   

1일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회의에 참석한 나경원 공동선대위원장은 "정권심판을 주도하는 키워드는 2030"이라며 "민주당은 자발적 청년을 가장한 청년 당직자를 무대에 올렸다고 한다. 저희 당은 줄줄이 줄서서 올라가려고 하고 있다"라고 추켜세웠다.

박기녕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부대변인은 같은 날 "민주당에서 분야별 호소인을 공개모집이라도 하는 듯 '평범한 시민 호소인'마저 등장했다"라고 논평했다.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라는 박영선 후보 측 해명에 대해선 "꼼수도 이런 꼼수가 또 있을까"라고 꼬집었다. "진짜 일반 청년 신청이 없어서 급히 당내 인원을 섭외한 것은 아닌지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서울 시민에게 눈속임하려 했다는 비판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라고도 지적했다.

2030시민참여유세를 기획하여 꾸리고 있는 이준석 선거대책위원회 뉴미디어본부장은 몇 차례에 걸쳐 자신의 SNS에 "우리는 (청년 지원자가) 너무 많아서 당직자가 비집고 들어올 공간이 없다. 당직자가 하려고 줄서면 대기 순번 100번쯤 될 것"이라며 "2030시민참여유세가 너무 잘 되다 보니까 '기획된 상품들 아니냐'라는 오해를 산다. 기획은 무슨"이라고 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오세훈 후보 지지연설을 한 양아무개씨는 지난해 11월부터 국민의힘이 운영하는 교육·정책수립 과정에 수강료까지 내면서 정기적으로 참여해왔다. 교육과정을 통해 마련한 정책을 후보에게 전달하기도 했으니 '국민의힘이 양성한 인재'라고도 할 수 있다. 단지 당원이나 선거운동원이 아닐 뿐, 평소 정당에 참여해온 인물이 후보 지지유세에 나섰다는 점에서는 민주당 당직 경험을 한 청년들이 유세에 나서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  

내로남불? 이준석 "당직자 아니고 당적과도 관계 없다"

이준석 본부장은 1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양아무개씨가 지지연설에 나서게 된 연유에 대해 "내가 신청 받은 게 아니라 다른 경로로 받은 사람이기에 잘 몰랐다"고 답했다. 

이 본부장은 "정책네트워크가 정책 연구하는 모임이라고 들었는데, (지지 유세에) 참여하는 걸 저희가 뭐라고 할 수는 없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그는 "애초에 저희는 공고할 때부터 아무런 기준과 제한을 두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괜찮다"라며 "당직자도 아니고, 어차피 당적과도 관계 없지 않느냐. 당 지지자라고 해서 안 된다고 할 수도 없는 거 잖느냐"라면서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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