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정부 고위 당국자 "싱가포르 합의 중요성 이해한다"
'트럼프식 톱다운 외교' 줄곧 비판..새 대북정책서 계승할지 촉각
[경향신문]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는 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명한 ‘싱가포르 합의’의 중요성을 이해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추진했던 ‘톱다운’ 방식의 대북외교를 비판해온 조 바이든 행정부가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 결과물인 싱가포르 합의의 중요성을 인정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 관련 전화 브리핑에서 “싱가포르 합의의 중요성을 이해한다”면서 “우리는 앞으로 며칠 안에 그에 대해 더 말할 게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싱가포르 선언의 일부라도 아직 유효한가’를 묻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바이든 행정부 당국자가 싱가포르 합의의 중요성에 대해 공개적인 자리에서 밝힌 것은 처음이다. 구체적인 추가 설명은 하지 않았다.
이 답변이 바이든 행정부가 싱가포르 합의를 존중 또는 계승키로 했다는 뜻인지는 불분명하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면서 차별화된 ‘새로운 전략’을 강조해왔던 바이든 행정부가 싱가포르 합의에 대해 북·미관계의 중요 요소라고 인정한 것은 눈에 띄는 언급이다. 며칠 안에 추가로 밝히겠다고 예고한 것으로 미뤄볼 때 바이든 행정부가 싱가포르 합의에 대한 평가와 승계 여부 등의 입장을 정리했을 가능성이 크다.
바이든 행정부의 싱가포르 합의 존중 또는 계승 여부는 ‘바이든표’ 대북외교의 출발점이나 다름없다. 2018년 6월 1차 북·미 정상회담 결과물인 싱가포르 합의는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미군 유해 발굴 및 송환 등 4개항을 담고 있다. 현재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검토는 마무리 단계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통신은 “백악관이 북한을 협상 테이블에 앉히도록 회유책을 제시할 것인지에 대해선 공개하지 않았다”면서 “확실한 건 동맹국 간 협력을 더 강화할 것이란 점이라는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 정부는 지난 1월 출범한 바이든 행정부가 싱가포르 합의를 계승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정부에서 이뤘던 성과를 계승해 발전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싱가포르 선언에서 다시 시작해 보다 구체적 방안을 이루는 대화 협상을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도 지난달 18일 한·미 2+2 회의 공동기자회견에서 “싱가포르 합의는 북·미관계 개선, 한반도 평화 정착, 비핵화 해결의 기본적 원칙을 확인한 것이기 때문에 현 단계에서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메릴랜드주 아나폴리스의 해군사관학교에서 2일 열리는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에서는 미국의 대북정책 검토가 중요 의제로 다뤄진다.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기타무라 시게루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이 참석하는 이번 회의에서는 한·미·일 3자 협의뿐 아니라 한·미, 한·일 등 양자 협의도 진행된다.
이 당국자는 “이번 3자 회의의 가장 중요한 이유는 설리번 보좌관과 우리 팀이 북한에 대한 우리의 정책 검토를 설명하고 논의할 기회를 부여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것을 비핵화와 긴장 완화 등 공통의 목표에 관해 한국, 일본과 함께 끊임없이 협력하는 반복적인 과정이라고 믿는다”면서 “이것은 최종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우리가 북한과 관련해 무엇을 하든지 우리는 한국, 일본과 파트너십, 조화 속에서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면서 한·미·일 공조를 강조했다.
이 당국자는 이번 회의에서 북한 문제 외에 코로나19와 기후변화 등 다양한 의제들이 논의될 것이라면서 반도체 공급망, 남중국해, 미얀마 군사 쿠데타 등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중국에 대한 공조 문제도 의제에 포함된다는 의미이다.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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