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보호 빠진 '스토킹 처벌법'..맹점 보완은 언제?

김빛이라 2021. 4. 2.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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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주 서울 세 모녀 살인 사건의 피의자 김 모 씨가, 숨진 큰 딸을 오랫동안 스토킹한 정황을 경찰이 확인했죠.

최근 국회에서는 발의된 지 22년 만에 '스토킹'이란 말을 처음 넣은 '스토킹 처벌법'이 통과됐습니다.

그런데 처벌 수위는 높아졌지만, 정작 피해자를 사전에 보호하는 중요한 조항들이 빠져 있습니다.

김빛이라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숨진 큰딸은 지난 1월부터 스토킹 피해를 호소했다고 지인들은 경찰 조사에서 진술했습니다.

큰 딸이 생전에 스토킹을 신고했다 해도 지금은 벌금 10만 원이 최대 처벌 수위입니다.

'스토킹 처벌법'이 9월부터 시행되면 이제 징역형도 가능해집니다.

문제는 시행 예정인 법에 피해자 보호를 위한 조항이 거의 없다는 겁니다.

'피해자가 직접 법원에 보호 명령을 신청할 수 있다', '피해자를 해고할 수 없다', '신고자 정보를 누설치 못한다' 등의 내용이 법안 심사 과정에서 모두 빠졌습니다.

경찰이 '100m 이내 접근금지 신청'을 해줄 수 있는 정도가 전부입니다.

국회 속기록을 보니 법무부 측에서 "'피해자 보호법'은 여성가족부가 별도 준비 중"이라고 하자, 의원들이 동의하고 논의를 마친 걸로 확인됩니다.

[조혜연/프로바둑 기사/스토킹 피해자 : "(이대로라면)'스토킹 처벌법'이 피해자 입장에서는 큰 의미가 없는 게요. 보복이라는 게 무섭거든요. 괜히 가해자를 자극할 수 있는 요소니까."]

대신 피해자 보호에 역행한다는 지적을 받는 '반의사불벌죄' 조항은 살아남았습니다.

스토커가 합의를 종용하거나 협박할 여지가 있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사적으로 해결할 의사도 존중하는 게 스토킹 범죄 특성에 맞다.", "논란이 되면 그때 개정을 논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윤김지영/창원대 철학과 교수 : "피해자가 아예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예방방안이 연동하지 않고 따로 본다는 이야기는, 스토킹이 무엇인지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이 아직도 국회의원들 사이엔 공유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의원들이 피해자 보호부분을 뺀 명분으로 삼았던 여성가족부의 연구 용역은 올해 하반기쯤이 되어야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KBS 뉴스 김빛이랍니다.

영상편집:최민경/촬영기자:배정철/그래픽:이근희

김빛이라 기자 (glor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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