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돈 속한 당 후보 뽑지 않겠다" "장사 안돼"..끓는 부산 민심

부산=양범수 기자 2021. 4. 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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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돈 속한 당의 후보는 뽑지 않을 것"
"일자리 너무 없고 낙후 지역 많아…고령화 체감"
"민주당 하는 것 보니 영 못 뽑겠다"

4·7 재보궐선거 엿새 전인 지난 1일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가 맞붙는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는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에 대한 심판 여론이 거셌다. 박 후보의 유세장에 모인 시민들은 물론 거리에서, 식당에서 만난 부산 시민들도 오 전 시장의 성추행으로 인한 사퇴가 이번 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 /연합뉴스

◇ 오거돈 성추행, "매우 불쾌하고 창피…대통령도 마음에 들지 않아"

부산에서 만난 시민들은 오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에 대해 '부산시민으로서 부끄럽다'고 입을 모았다. 부산 중구에서 회사를 다니는 조모(28)씨는 "매우 불쾌하고 창피한 일"이라며 "지금 공판기일도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비겁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선거 이후로 재판을 미루려는 행태가 눈에 훤하다"며 "특별히 지지하는 후보는 없지만 전임 시장이 속한 당의 후보는 뽑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부산 동구에 있는 한 음식점에서 일하는 정모(58)씨는 "선거 자체가 전임 시장의 잘못으로 치러지지 않았느냐"며 "그런 데다 대통령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아 민주당을 지지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국민의힘도 마음에 들진 않지만 사표를 만들 수는 없다"면서도 "오는 토요일(3일) 사전투표를 할 계획이지만 계속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부산 기장군에서 돈가스집을 운영하는 30대 남성도 "정치에 관심이 없어서 잘 모르지만 전임 시장이 성추행이라는 잘못된 행동을 했다는 것은 안다"며 "(후보들이) 다 거기서 거기지만 이번 선거로 낭비되는 세금을 생각하면 (민주당 후보를 뽑기는) 좀 그렇다"고 했다.

박 후보의 유세장에서도 이번 보궐선거가 전임 시장의 성추행으로 일어난다는 데 대한 시민들의 분노를 느낄 수 있었다. 이날 부산을 찾아 박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이번 선거의 의미는 단 한 가지다. 오거돈 전임 시장의 성추행을 심판하고 문재인 정부 실정을 심판하는 것"이라고 하자 유세장에 모인 200여명의 시민들은 "맞습니다"하고 답했다.

안 대표는 "지난 선거에 우리 부산시민분들이 경제적으로 너무 힘드니 민주당에 한 번 기회를 줘보면 어떨까하며 마음을 주셨는데 경제를 살리기는커녕 오히려 성추행으로 전국에서 부산을 가장 부끄럽게 만들었다"며 "거기다 민주당은 후보를 내지 않아야 함에도 후보를 내 시민들이 내신 지방세를 갖고 이번 선거를 치르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러면 민주당이 그 돈 내는 게 당연하지 않냐"며 "저는 부산시민 여러분들께서 민주당 당사 앞에 가셔서 우리 돈 내놓으라고 요구하셔도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에 시민들은 "그렇다"며 박수를 보냈고, 한 시민은 "내 돈 내놔"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국민의힘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1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반송큰시장 앞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일자리 너무 없어…민주당이 하는 걸 보니 영 못 뽑겠다"

경제 상황이 어려운 데 대한 비판도 터져 나왔다. 실제로 이날 오전 박 후보가 유세를 위해 찾은 부산 남구 부산 국제금융센터(BIFC)에는 상가건물 곳곳이 비어 있었다. 박 후보가 간담회를 위해 방문한 IFC부산몰 1층은 입점해있는 상점 대부분이 문을 닫았고, 복도에 불도 제대로 켜져 있지 않아 대낮임에도 어두웠다.

부산 북구 화명동에서 식당을 운영한다는 한 시민은 "가뜩이나 코로나로 홀 장사가 너무 안돼서 매출도 줄었는데 최저시급은 많이 올라서 어렵다"며 "민주당이 올해 하는 걸 보니 민주당은 영 못 뽑겠다"고 했다. 지난 선거에서 고교 선배인 오 전 시장에게 표를 던졌다던 그는 "너무 실망스러워서 이제 어디가서 동문이라고도 못 하겠다"고 했다.

직장인이라고 한 20대 시민은 "전반적으로 보면 일자리가 너무 없고 낙후되고 쇠락한 지역과 기업이 많다"며 "수도권에서 나고 자라서 그런지 몰라도 고령화는 몸으로 느껴지는 것이 거리를 다녀보면 중장년층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부산에 살면 살 수록 느끼는 것은 왜 사람들이 자꾸 서울에 가는지 알겠다"며 "부산이 앞으로 사람 사는 도시를 만들 것인지 관광지를 만들 것인지 잘 정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날 박 후보와 안 대표가 시장 상인들과 인사를 나누기 위해 방문한 반송큰시장에서도 상인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약 5m 폭의 시장 골목에 박 후보와 양측 관계자 수십명이 몰리면서 통행이 어려워지자 영업에 지장을 미친다는 것이었다.

과일가게를 운영하던 상인은 박 후보와 안 대표를 향해 "X발 뭐하는 거냐 지금"이라며 "장사 좀 하자 X발 것들아"라고 소리쳤다. 달걀을 팔던 한 상인은 "코로나 걸리면 다 책임질거냐"며 "국회의원이 돼서 뭐 하는 거냐 지금 더 조심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했다. 일부 지지자들이 화를 내는 상인을 향해 "조용히하라"며 소리치며 시장 골목이 아수라장이 되기도 했다.

박 후보와 안 대표는 지지자들을 향해 말리는 손짓을 보내며 시장 상인들에 연거푸 "죄송하다"고 했다. 박 후보는 "이렇게 하면 안 될 것 같다"며 "괜히 민폐를 끼치는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안 대표는 시장 방문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시장 반응에 대해 "생각이 다를 수 있는 게 아니겠냐"면서도 "요즘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이 너무 어렵다. 그러니 이렇게 물건을 사드리러 오는 게 아니라 유세를 하는 것에 불편한 마음이 드실 수 있다"고 했다. 안 대표를 따라 시장 밖으로 나온 일부 상인들은 "맞다"며 맞장구를 치기도 했다. 안 대표는 "박 후보가 시장이 되면 가장 먼저 소상공인을 챙기실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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