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계탕·비빔밥이 고대 중국음식?"..웹소설로 파고드는 동북공정

백지수 기자 2021. 4. 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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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킥킥IT!] 치고나가는 IT뉴스
네이버 시리즈의 중국 웹소설 '회귀했는데 옆집에 내가 산다' 작품 설명과 베스트댓글 /사진=네이버 시리즈 캡처
최근 방송철회가 결정된 SBS 조선구마사로 촉발된 역사왜곡 논란이 국내 웹소설 플랫폼으로 번지고 있다. 한국 고유문화를 중국 전통 문화인 것처럼 묘사한 중국 작가들의 소설 번역본이 무분별하게 유통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네이버 시리즈, 고대중국 배경 작품에 '삼계탕'·'유자차'?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온라인상에서는 네이버 시리즈에서 유통중인 중국 웹소설 작품과 관련 역사·문화 왜곡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의 전통 식문화나 주거 문화를 고대 중국에서부터 향유하던 고유 문화인 것처럼 묘사한 부분들이 지적된다.

문제가 되는 작품들은 주로 고대 중국이나 고대 중국을 연상케하는 가상의 황실 국가를 배경으로 하는데 이중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의 대화, 주인공의 발언에서 논란이되는 묘사들이 종종 발견된다.

대표적인 게 고대 중국 '은나라'를 배경으로 명시한 청동수 작가의 '회귀했는데 옆집에 내가 산다'(富貴不能淫, 부귀불능음) 다. 이 소설 15화에는 주인공이 '삼계탕(???)'을 먹는 장면이 나온다. 삼계탕은 한국인들이 보양식으로 즐기는 음식인데 일제강점기부터 먹기 시작됐고 '삼계탕'이라는 명칭은 1960년대부터 통용됐다. 중국과는 무관한 우리음식이다.

네이버 시리즈 독점공개작인 '미인기'에서는 온돌이 논란이 됐다. 한반도에서 고대부터 사용된 것으로 밝혀진 전통 주거문화 온돌을 고대 중국인이 개발한 것처럼 묘사해서다. 주인공이 한 도인과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 도인이 땅바닥 밑에 불길을 만들어 방을 덥히는 온돌과 같은 난방시설을 깔았다고 서술됐다.

이밖에도 '초왕비' 등 또 다른 소설들에서도 원문에 소설 속 고대 중국인들이 '고추단장 비빔밥(辣椒?? 拌?)'과 '매운배추김치두부국(辣白菜豆腐?)'을 먹는다고 묘사하고 있다. '辣椒?? 拌?'과 '辣白菜豆腐?'은 각각 우리 음식인 고추장 비빔밥과 두부김치찌개의 번역 표현이다. 각종 한국 전통음식이 고대 중국에도 있었던 것처럼 오해될 수 있는 부분이다.

누리꾼들은 이같은 중국 작가들의 웹소설 속 묘사들은 중국정부의 조직적 '동북공정'과 무관치않은 것으로 의심한다. 실제 중국은 최근 중국 포털 바이두 백과 등을 통해 삼계탕을 '광둥 음식'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온돌에 대해서도 2014년 한국이 온돌 기술의 세계문화유산 등록을 추진했을 당시 중국 북방 농촌에서 사용하던 '캉(坑)'이 원조라고 주장한 적 있다.
고려가 '조공 바치던 속국'…'나당(신라-당) 전쟁'은 당나라 승리라는 중국 웹소설들
아예 대놓고 한국의 역사를 왜곡, 비하해 논란이됐던 작가들의 작품도 유통된다. 이를테면 네이버 시리즈 독점 연재작인 천령 작가의 '적녀의 비'에는 '고려가 세공한 송연묵 돌(高???的松烟墨碇)'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여기서 '세공'은 속국으로부터 해마다 받아들이는 공물을 뜻한다. 독자들이 가장 반발한 부분이다.

또 다른 작가 월하접영은 앞서 '비빈저직업'이라는 작품에서 고려를 '거지', '노비' 등으로 묘사해 논란이 됐던 작가다. 당시 네이버 시리즈는 '비빈저직업'이 논란이 되자 이 작품 유통을 중단했다. 하지만 이 작가의 다른 작품 2편('팔보장'과 '하위현처')은 네이버 시리즈에서 여전히 연재 중이다.

네이버 뿐만 아니다. 리디북스에서는 중국 작가가 쓴 BL(Boy's Love, 남성 간의 사랑을 그린 소설·만화) 소설 '청룡도등'에서는 나당(羅唐) 전쟁의 결과가 신라의 패배로 끝난 것처럼 묘사돼 역사 왜곡 논란이 불거졌다. 이 작품은 현재도 리디북스에서 유료로 유통되고 있다.
네이버 시리즈에서 유통되는 중국 웹소설 작가 월하접영의 작품 '팔보장'과 '하위현처'의 댓글 창 일부 /사진=네이버 시리즈 캡처
콘텐츠 다양성 확보 노리는 플랫폼, 직접 검수 못해
업계에서는 콘텐츠 다양성을 확보하려는 국내 업계와 자국의 콘텐츠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중국 콘텐츠 제공사(CP)들의 이해 관계가 맞물린 결과로 본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중국 내 인터넷문학(웹소설) 시장은 2019년 기준 201억7000만위안(약 3조4600억원) 규모로 방대하다. 중국 정부가 정책적으로 이들 작품의 해외 진출을 독려한다.

네이버 시리즈 같은 국내 플랫폼들은 국내 CP(콘텐츠공급사)로부터 일괄 계약해 해외 웹소설들을 들여오는데 이과정에서 쏟아지는 중국 소설 전량을 직접 검수하기는 어려운 구조다. 네이버 관계자는 "중국이 인구나 작품 콘텐츠 수가 워낙 많고 이를 즐겨찾는 이들도 있다 보니 해외에 소개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긴 하다"며 "전부 완결작만 들여오는 게 아니라 연재작을 들여오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문제 되는 내용이 연재 도중에 등장하는 경우도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네이버로서는 이용자 취향이 판단의 최우선 기준이지 작가 국적은 아니다"라면서도 "원작을 검수하고 작가에게도 문제가 있는지 제공사로부터 사전 검토 절차를 거치며 연재 후에도 이용자 반응 등을 모니터링해 필요한 조치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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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수 기자 100jsb@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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