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플러스, 한국상륙 초읽기..국내 OTT서 콘텐트 뺀다

권유진 2021. 4. 5.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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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로고 [AP=연합뉴스]

세계 최대 ‘콘텐트 왕국’으로 불리는 월트디즈니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인 디즈니플러스가 한국 상륙을 앞두고 국내 기업과 ‘거리두기’에 나섰다. 자사가 보유한 콘텐트는 문을 걸어 잠그고, 유통 플랫폼인 인터넷TV(IPTV) 업계와 협상엔 움직임이 소극적이라는 얘기다.


웨이브에서 ‘겨울왕국’ 볼 수 없어
SK텔레콤과 지상파 방송 3사가 합작한 토종 1위 OTT 업체인 웨이브는 디즈니와 맺은 월정액 주문형 비디오 서비스(SVOD)가 이달 말 종료한다고 4일 밝혔다. ‘어벤저스’ ‘스타워즈’ 시리즈와 ‘겨울왕국’ 등 디즈니 애니메이션과 영화 100여 편이 대상이다. 웨이브 관계자는 “당초 계약이 이달 말까지였고, 디즈니에서 이를 연장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전해왔다”며 “다만 단건으로 구매하는 상품은 앞으로도 제공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갯수로만 치자면 웨이브가 보유한 SVOD 약 6000편 중 극히 일부에 그치지만, 팬덤이 강한 디즈니 콘텐트의 특성상 사용자들이 체감하는 공백은 더 클 가능성이 있다.

웨이브가 2일 공지를 통해 디즈니 콘텐트의 월정액 서비스 중단을 알렸다. [사진 웨이브 캡쳐]


“디즈니, 앞으로 3년 내 넷플릭스 역전”
디즈니플러스는 이러한 팬덤을 기반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시장조사업체 암페어애널리시스의 자료를 인용해 “디즈니플러스를 포함한 훌루·ESPN플러스 등 월트디즈니의 OTT 서비스 구독자 수가 2024년 넷플릭스 구독자를 뛰어넘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리처드 브로턴 암페어애널리시스 연구원은 “디즈니는 팬들과 꼭 봐야 한다고 느끼는 열광적인 콘텐트를 가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업계에서는 디즈니가 다른 국내 OTT와도 월정액 재계약을 연장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디즈니플러스가 연내 한국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공식 입장이 나온 만큼, 디즈니플러스의 경쟁력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 독점 콘텐트 확보가 우선이기 때문이다. 디즈니는 2019년 디즈니플러스를 내놓으면서 넷플릭스와도 콘텐트 공급 계약을 중단한 바 있다. 웨이브의 최대 주주인 SK텔레콤 주주총회에서 박정호 대표는 “디즈니는 웨이브를 경쟁 상대로 보는 것 같다”고 언급한바 있다.


길어지는 협상에 통신 3사 피로도 호소
현재 디즈니플러스는 국내 통신 3사와 제휴 협상을 추진 중이다. 통신사는 IPTV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디즈니플러스의 콘텐트가 필요하고, 디즈니플러스로선 이미 수천만 가입자를 확보한 통신사를 통해 안정적으로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윈윈 전략’이다. 디즈니플러스가 미국에 서비스를 선보일 때도 미국 1위 통신사인 버라이즌과 손을 잡았다. 일본에서는 현지 1위 NTT도코모와 독점 계약을 맺었고, 대만에서도 청화텔레콤 등 3대 통신사와 제휴 협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디즈니플러스는 지난해부터 국내 업체와 접촉하면서도 아직 사업 파트너를 결정하지 않았다. 통신사 쪽에서는 길어지는 협상에 피로를 호소한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나름대로 디즈니 쪽에 좋은 조건을 제시해도 명확한 반응이 없는 상태라 답답하다”고 말했다.


“망사용료 무임승차 땐 논란 커질 수도”
디즈니플러스가 은연중에 ‘갑’(甲)의 위치에 자리하게 되면서 국내 망사용료 무임승차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넷플릭스의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는 2018년 IPTV에서 넷플릭스를 제공하기로 합의하면서 넷플릭스와 사실상 ‘망사용료 무료’ 조건을 담은 계약을 맺었다. 업계 관계자는 “디즈니가 통신사 측에 망사용료에 대한 무리한 혜택을 요구할 경우 무임승차 논란이 더 거세질 수 있다”고 했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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