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들, 윤석열 정치 반대 글에 "정치로 내몬 게 누구냐"

박국희 기자 입력 2021. 4. 5. 11:55 수정 2021. 4. 5.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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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사전 투표를 하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뉴시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정치 참여는 검찰 중립 모순이라며 현직 검사로는 처음으로 검찰 내부 게시판에 윤 전 총장의 정치 참여 가능성을 비판했던 박철완 안동지청장 글에 수십개 반박 댓글이 달리며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5일 알려졌다. 댓글을 단 상당수 검사들은 “윤 전 총장을 사실상 정치권으로 내몬 것은 현 정권 아니냐”는 취지의 주장을 펴며 윤 전 총장을 옹호했다.

박 지청장은 지난 31일 검찰 내부 게시망 ‘이프로스’에 올린 글을 통해 “전직 총장이 어느 한 진영에 참여하는 형태의 정치활동은 아무리 생각해도 법질서 수호를 위한 기관인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에 대한 국민적 염원과 모순되어 보인다”며 “비록 현직은 아니시지만 검찰의 수장이었던 분으로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늘리는 방향이 무엇인가’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주실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박 지청장은 그간 추미애·박범계 전현직 법무장관을 비롯해 현 정권의 검찰개혁 방향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왔던 검사지만, 윤 전 총장의 정치 참여 가능성에 현직 검사로는 처음 내부 게시판에 공개 목소리를 내며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이다.

그러자 박 지청장 글에 현직 검사들이 수십개 댓글을 달며 윤 전 총장의 정치 참여에 대한 검사들간 논쟁이 벌어졌다.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달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를 나서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윤 총장의 사의를 한 시간여 만에 수용했다. /연합뉴스

작년 윤 전 총장 징계 과정에서 현직 검사로는 처음으로 추미애 장관의 단독 사퇴를 주장했던 장진영 천안지청 검사는 “(윤 전 총장은) 현직에서도 그 누구보다 정치적 중립을 위해 혼신을 다해 몸소 실천하시다 내쫓기듯 나가신 그 분”이라며 “그 누구보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의 중요성과 그 실현 방안을 잘 아실 그 분”이라고 했다.

장 검사는 “현직 검사들은 검찰 내부에서 정치적 중립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제 역할이라 생각되고 더 이상 현직 총장이 아닌 그 분을 검찰 내부에서까지 소환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장 검사는 그러면서 “그 누구보다 정치적 중립을 위해 총장직을 끝까지 수행하고 싶었던 그 분을 현 상태로 내몬 원인이 무엇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며 “만약 그 분이 처음부터 정치적 목적으로 총장직을 수행하셨다면 당연히 비난받아 마땅할 것이나 어느 진영을 불문하고 그 분이 검사직 수행하는 동안 보여주신 그간의 행보는 그러한 목적으로 보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송혜숙 서울동부지검 검사는 “긁어 부스럼이라는 말이 있듯이, 지금은 가치판단을 하기에는 너무나 이른 시기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윤 전 총장이 아직 현실 정치 참여 선언을 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섣부른 비판이라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신헌섭 서울남부지검 검사는 “‘자연인' 윤석열이 정치를 하든 무엇을 하든 개인 SNS가 아닌 검사 게시판에서 왈가왈부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며 “정치를 한다면 유권자인 국민이 현명하게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우만우 여주지청 검사 역시 “전직 검사였다는 사실이 헌법상 보장된 그 분의 권리이자 선택인 향후 행보에 장애가 될 수는 없다고 보인다”며 “무엇보다 공무원인 현직 검사가 자연인의 향후 행보를 가지고 왈가왈부하는 것 자체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지난 2019년 7월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임명장 수여식을 마친 후 환담장으로 이동하는 모습. /뉴시스

검찰 수사관들도 가세했다. 강석인 사무관은 “검찰의 정치중립, 수사권독립에 있어서 더 망가질 것이 있나”라며 “내부적으로 다시 세울 수 있을까. 외부적인 도움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그 적임자는 누구일까. 국민들이 더 잘 아시고 그것을 대권 지지도로 표시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작금의 상황에서 타인의 정치적 자유를 존중하는 것이 좋겠다”며 “언급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박 지청장의 행위 자체가 정치적 행보라는 비판도 나왔다. 정덕채 서울중앙지검 검사는 “행여 이 글이 언론 보도 되어 전달되기를 바라셨다면 그 또한 정치적인 것은 아닌지, 기사화 될 것을 알면서 SNS에 글을 올리시는 분과는 무엇이 다른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친정권 성향으로 노골적인 정치글을 페이스북에 올리는 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이나 진혜원 서울동부지검 검사와 비교한 것이다.

최재훈 원주지청 검사 역시 “이 게시글은 여러모로 부적절하다.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정치가 화두인 시점에 이런 글을 게시하는 취지가 뭔가”라고 했다.

반면 김지연 검사는 “윤 전 총장님은 이미 검찰을 떠나셨지만 검찰에 계실 때 또 떠나게 되는 과정을 통해 이미 검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에 있어서 상징성을 갖게 되셨다 생각한다”며 “그래서 저는 윤 전 총장님이 어느 한 진영에 참여하는 형태의 정치 활동은 신중하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랫동안 지켜왔던 가치를 위해서 말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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