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사월은 아직 아프다

나경희 기자 입력 2021. 4. 5.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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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에 걸린 〈당신의 사월〉 포스터를 본 지인이 말했다.

"사람들이 '또 세월호네' 그러면 어떡하지?" 주현숙 감독(49)이 말했다.

주현숙 감독이 세월호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아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2017년이었다.

유경근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당신의 사월〉을 "세월호 참사를 지켜봤던 평범한 우리를 기록한 첫 번째 영화"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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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신선영

벽에 걸린 〈당신의 사월〉 포스터를 본 지인이 말했다. “사람들이 ‘또 세월호네’ 그러면 어떡하지?” 주현숙 감독(49)이 말했다. “또 세월호인데, 또 다른 세월호지.”

주현숙 감독이 세월호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아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2017년이었다. 그가 세월호 참사를 정면으로 마주 보기까지 3년이 걸렸다. “처음에는 들여다볼 자신이 없었어요. 감당할 수 있는 슬픔이 아니더라고요. 3년이 지난 뒤에 약간의 용기, 사실 용기까지도 아니고 그제야 고개를 조금 돌릴 수 있는 정도였어요.”

‘고개를 조금 돌린’ 그의 눈에 들어온 건 노란 세월호 리본이었다. 3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에도 사람들이 여전히 노란 리본을 달고 다니는 이유가 궁금했다. “보통 다큐 작업을 설명할 때 제가 막 떠드는 편인데, 이번엔 달랐어요. 사람들이 먼저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나는 그 소식을 어떻게 들었고, 그때 뭘 하고 있었어’라고요.” 누군가는 속보를 보던 당시 자신이 앉아 있었던 자세까지도 세세하게 기억했다. 주 감독은 확신을 얻었다. “이건 나만의 기억이 아니구나, 나만 힘든 게 아니었구나…. 그동안 피해자도 아니고 유가족도 아닌데 내가 왜 이렇게 힘들까, 감히 내가 힘들어도 되는 걸까 그런 생각을 했거든요.” 그는 ‘힘듦’에 대해서 설명할 수 없었던 평범한 사람들이 덜 외롭기를 바라며 〈당신의 사월〉을 찍었다.

주현숙 감독은 사람마다 고유한 통증을 느낀다고 말하며 이를 지문에 비유했다. 다큐에 등장하는 다섯 명도 세월호 참사 당시 각각 다른 곳에서 다른 슬픔을 느꼈던 평범한 사람들이다. 고등학생, 중학교 교사, 인권활동가, 청와대 앞 카페 주인, 진도 어민. 영화를 본 사람들이 감정이입을 하는 인물도 서로 다르다. 세월호가 각자에게 만들어준 ‘지문’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 영화가 ‘나는 이렇게 아팠다’고, ‘아직 아프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아직 아프다고 말할 수 있으면 이제 해결해보자고도 이야기할 수 있는 거잖아요.” 그가 〈당신의 사월〉을 찍은 이유다.

세월호 참사를 다룬 영화나 다큐멘터리가 이미 많다는 사실은 개의치 않았다. 모두 각각의 시기에 필요한 작품이라고 생각해서다. 유경근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당신의 사월〉을 “세월호 참사를 지켜봤던 평범한 우리를 기록한 첫 번째 영화”라고 평가했다. 한 유가족은 “당시에 많은 분들이 우리를 도와주러 왔는데 그때는 경황이 없어 고맙다는 말을 못했다. 이 영화가 고맙다는 이야기를 대신 해준 것 같아 고맙다”라며 감독의 손을 잡았다.

주현숙 감독은 세월호 참사가 오래되고 잊혀진, 패배한 사건이 아니라 서로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는 상징으로 자리매김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 시작은 여전히 ‘아프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데에서 출발하겠죠.” 〈당신의 사월〉은 4월1일 개봉한다.

나경희 기자 did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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